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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배우를 꿈꾸는 배우 조정윤

"연기의 롤 모델은 예지원 선배님와 이하늬 선배님"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0.09.25 11:19:18

[프라임경제] 지난 23일 종로구 혜화동에서 연극 '안개'를 마친 배우 조정윤(소속사 jb엔터테인먼트)을 만나 프라임경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이 공연될 즈음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가동돼 생활 자체가 힘든 시기였다.

공연 준비를 하고 관객을 기다리는 배우들의 마음은 그 거리두기 만큼 마음이 아팠으리라 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연극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배우 조정윤. ⓒ 프라임경제

다음은 배우 조정윤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공연을 마쳤는데 소감은?

열정적으로 준비했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역할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어려운 시기에 무탈하게 공연이 끝나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쁘고 후련한 마음입니다.

-많은 배우들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 배우의 길에 들어서는데 조정윤 배우는 어떤 계기가 있어 배우의 길에 들어 섰는지요?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배우가 돼야 겠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릴 적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저도 같이 느끼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더라고요. 국어 시간에도 희극 대사가 나오면 감정을 넣어서 읽는 것이 좋았고 어릴 적 다녔던 교회에서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 행사 때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그렇게 매일 모여서 열정적으로 연습하고 공연을 올라갈 때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평소에 내향적인 편이라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데 연기할 때는 그 인물이 돼서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중학교 때 연극동아리에서 주인공을 맡았는데 공연을 봐주신 국어 선생님께 칭찬받았던 기억이 나요. 제가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고 공감하는 것을 좋아하 듯 제 연기를 통해서 누군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좋고 칭찬받는 것이 좋았던 거 같아요.

(웃음) 고등학교에 가서 제대로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저 스스로도 외모가 평범하고 특출 난 끼가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못 냈죠. 계속 다른 직업을 찾다가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 경영학과에 진학했어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언젠가 꼭 연기를 도전해 보고 싶어서 복수 전공까지 생각하고 공연예술학과가 있는 학교에 갔는데 예술계통으로 복수 전공이 안 되더라고요.

아쉬운 대로 '뮤지컬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뮤지컬 '빨래'라는 작품을 함께 만들었어요. 제가 1학년이라 가장 어렸지만 적극적으로 조장을 맡아서 작품과 인물을 분석하고 씬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그 수업만 기다리면서 학교에 다녔던 거 같아요. 그 수업을 들었던 것이 결정적으로 연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아서 우선 1년만 경험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방학 전부터 미리 연기 스터디를 찾아놓고 방학 하자마자 무작정 찾아갔어요. 그렇게 부모님 몰래 연기 스터디를 다니다가 개강할 무렵에서야 사실은 연기를 공부하고 싶어서 휴학한 상태라고 부모님께 통보했죠. 부모님은 제가 마음대로 선택한 것이니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겠다고 모든 물질적 지원을 끊으셔서 연기학원은 갈 엄두도 못 냈어요. 그렇게 20살 겨울,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 고난의 길로 들어섰어요.

(웃음) 그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만약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안개' 작품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연극 안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해결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있는 염 상사 피살 사건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에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기도 했고 이전에 국민청원도 진행했지만 인원 부족으로 진행이 안 됐다고 들었어요.

연극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께 이 사건을 알리고 권력에 의해 가려진 진실이 속히 밝혀져서 유가족 분들의 억울함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많은 분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하루빨리 국민청원이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저는 안개에서 정모란 역할은 맡았고요. 정 모란은 염 상사 피살 사건을 맡아서 재수사하고 있는 박철호의 아내이자 달달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철호 바라기에요. 겉으로는 밝고 모두에게 친절해 보이지만 어두운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반전 있는 인물이에요. 실제 사건에는 없지만 연극의 긴장과 재미를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졌어요.

-이번 작품을 얼마 만큼 준비했나?

5월말에 처음 오디션을 봐서 공연까지 2달 넘는 시간 동안 준비했어요. 처음 테이블 작업부터 모든 배우가 다 같이 의견을 나누고 함께 대본을 수정했어요. 연습 때 제가 다양하게 시도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같은 장면도 대사와 상태를 바꿔서 많이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출님과 배우들과 서로 생각을 많이 나눴고 원래 대본에 없던 모란이 대사를 제가 직접 쓴 것도 많아요. 그래서인지 그 어떤 작품보다 여운과 애착이 크네요.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동료 배우 중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배우가 있다면?

상대 배우였던 박철호 역의 신정훈 배우와 이무영 역의 장문규 선배님이요. 제가 맡았던 정모란은 부모에게 버려져서 생일도 모르고 보육원에서 15살에 도망 나와서 술집 도우미로 일했고 18살에 신분세탁을 해서 남편인 철호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살아온 인물이에요. 이렇게 험악한 인생을 살아온 모란이를 제가 감히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막막했어요.

외로움이 외로움인지도 모를 만큼 익숙하고 수많은 남자에게 걸레 취급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기혐오가 깊이 내재된 모란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믿었던 사람이 철호였죠. 철호와 모란이는 어떤 과정으로 결혼했고 모란이가 철호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철호는 왜 모란이에게 매달렸는지 등 대본에 없는 우리만의 스토리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정훈이는 저보다 동생이지만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배우여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20대에 맞는 천진난만한 모습 뿐만 아니라 30대 역할에 맞는 성숙함까지 표현이 가능한 배우여서 앞날이 기대되는 동생이에요. 연습이 끝나고도 거의 매일 남아서 대화하고 연습했는데 정훈이가 저를 항상 신뢰하고 따라준 덕분에 제가 모란이로서 철호를 진짜로 믿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장문규 선배님과 대립하는 장면은 연출님께서 극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장면이라서 가장 많이 연습했어요. 선배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대선배님 임에도 항상 제 생각을 먼저 물어보시고 존중해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어떤 의견을 말했을 때 매번 감탄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저도 더 편안하게 선배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어요.

공연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연출님 의도대로 제가 모란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어려워서 괴로웠는데 선배님께서 그런 저를 위해서 혹시 도움이 될까 싶다며 가수 지아의 노래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감동이었죠. 다른 배우들의 감정선까지 생각해 주시고 도와주시는 섬세하시고 멋진 분이에요. 그 외에도 제가 워낙 힘든 역할이어서 연출님과 모든 배우가 참 많이 도와줬어요. 연극 안개를 통해서 좋은 배우들을 만나고 호흡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관객이 많이 없었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공연 직전에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된 상황이었는데 저희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다 같이 더 열정적으로 준비했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관객이 너무 없을까봐 제 주변 지인 분들께 최대한 많이 알렸는데 연락을 하면서도 시기가 이런지라 부담을 느낄까봐 조심스럽고 죄송하더라고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와주신 지인 분들께 정말 감사해서 한 분 한 분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직접 오지는 못해도 마음으로 기도하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11명인데 관객이 2명 뿐인 날도 있었어요. 관객의 숫자에 상관없이 매 공연에서 모든 배우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 순간이 참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리고 유가족 분들께서 직접 보러 오신 날이 두 번 있었어요. 기념으로 유가족 분들과 모든 배우, 스텝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데 그 순간 '지금 내가 배우로서 이렇게 뜻 깊은 공연을 올리고 있구나' 싶어서 공연하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어떤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은지?

저는 코미디 장르를 너무 좋아해요. 대놓고 웃기지 않고 은근히 웃긴 병맛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저만의 매력을 담아서 어디서도 보지 못한 진지한 또라이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실제로 제가 마이웨이 기질이 강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맞는 거 같아요.

(웃음) 아 그리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들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영화 '루시'에서 스칼렛 요한슨 같은 독특한 역할이나 '오두막'에서 옥티비아 스펜서 같은 선한 역할이요. 저는 악한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선한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본래 정말 악한 사람이고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진짜 선한 마음과 연기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충분한 내공이 쌓이면 선한 역할도 언젠가 꼭 맡아보고 싶어요.

-전에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하나하나 너무 소중해서 고르기 어려운데 올해 촬영했던 드라마 '방법'이 저에게 정말 감사하고 특별했어요. 제가 작년에 처음으로 연기를 쉬고 도피처로 영어 공부에만 몰두했던 시기가 있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기다리는 직업인데 오랜 기다림에 지쳤던 거 같아요. 그 시기에 상업 영화 감독님과 대면해서 연기를 평가받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김용완 감독님께 쓴 소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장에 갔어요. 그런데 제 생각과 다르게 감독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고 영어 공부로 도피하지 말라고 뭘 맡아도 다 잘할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고 드라마 '방법' 오디션 기회를 주셨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대본에 없었는데 저를 생각해서 역할을 만들어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감사했어요. 저는 권율 선배님 비서로 잠깐 등장하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영적인 싸움을 다루는 작품이었고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였어요.

TV로만 보던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보면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꿈만 같고 현장에 있는 시간이 힘들어도 제가 이 일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던 시간이었죠. 촬영 하루 전날 급하게 제 대사와 씬이 늘어났고 의상도 갑자기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 없이 혼자 일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심지어 현장에서 제가 긴장한 탓에 NG를 냈는데 감독님께서 저에게 정윤 씨가 연기 잘해서 맡긴 거라고 편하게 하라며 격려해주시고 믿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찍었던 장면이 편집돼서 조금밖에 안 나오긴 했지만 멋진 작품에 작게나마 함께하며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에요.

-존경하는 롤모델은?

예지원 선배님과 이하늬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우선 예지원 선배님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캐릭터와 매력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시죠. 저와 같은 재즈댄스 학원에 다녀서 같이 춤을 배우는데 평소에 존경하던 분과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처음에 너무 떨렸어요.

제가 연기하는 것을 아시는데 항상 손을 들고 귀엽게 '파이팅'을 외쳐주세요. 너무 사랑스러우시고 그 말을 들으면 신기하게 정말 힘이 나요. 선배님께서는 오랜 시간 꾸준히 춤을 추셨는데 체력을 위해서 보약을 먹는다 생각하고 오신대요. 연기력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몸에 베인 철저한 자기관리가 너무 멋있고 닮고 싶어요.

이하늬 선배님은 아직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항상 비타민처럼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저는 작품이 없을 때 무엇으로 마음을 채우고 휴식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하늬 선배님을 보면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선한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인 거 같아서 너무 멋져요. 저도 그런 선한 영향력과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년 후 배우 조정윤은 어떤 자리에 서 있을까요?

지금은 제가 대중 분들께 많이 낯선 얼굴이지만 20년 후에는 조금은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와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 모란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보육원을 다니셨던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그분들의 가장 큰 걱정이 성인이 돼서 자립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과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그분들께 우선으로 일할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아마 이 작품을 안 만났다면 그런 생각도 못 했을 텐데 선한 비전을 갖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죠. 제가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서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께 위로와 힘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좋네요. (웃음)

-배우 조정윤은 누구인가?

제 이름에 윤 자가 진실로 윤이거든요. 저는 제 이름이 좋아서 본명을 쓰고 있어요. 한마디로 저를 소개한다면 언제나 진실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최대한 가식 없이 순수하고 진실하려고 노력해요. 가끔은 저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나누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을 연습하는 과정 중에 뭔가 가로막혀서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했는데 문제는 상대 배우가 저를 믿어준 것처럼 정작 저는 상대 배우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끙끙거리고 있더라고요. 연기는 같이해야지 혼자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어릴 적부터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서 혼자 결정하고 혼자서 하는 것이 습관이었던 거죠. 그래서 상대 배우에게 솔직히 말했어요. 내가 못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미안하다고 이제 완전히 믿고 연기해보겠다고 했어요.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자극에 익숙해져서 진실한 연가 안 나온다고 느낄 때는 자극을 조금 다르게 줄 수 있는지 요청했어요. 그렇게 서로를 믿으니 무대에서 실수하고 무엇을 해도 진짜로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솔직하게 제 마음을 말했을 때 상대방도 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가진 것도 없고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조금 더 솔직하게 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거 같아요. (웃음) 제 연기와 삶이 언제나 진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그런 삶을 추구하다 보면 점점 믿고 보는 배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요?

-혹시 연극 외에 다른 장르에 도전할 의향은?

네 물론 있죠. 사실 저는 2013년도에 연극으로 처음 데뷔했지만 주로 독립영화를 더 많이 했어요. 상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역으로도 잠깐잠깐 얼굴을 비추기도 했고요.

매체도 좋고 무대도 좋아요. 공연이 끝나면 매체가 하고 싶고 매체를 하다 보면 또 공연을 하고 싶더라고요. 연극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고 갈등하고 그 과정이 괴롭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연기가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번 년에도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성장하고 싶어서 연극을 두 편 연달아서 했어요. 물론 힘들 것을 각오했지만 정말 힘들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이제는 그 힘든 과정을 즐기는 방법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괴로운 만큼 성장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극장으로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어요. 그래도 아마 당분간 연극은 쉴 거 같아요. (웃음) 아 그리고 제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꾸준히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 잘 추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뮤지컬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감사한 분들에게 인사를 한다면?

우선 어려운 시기에 저희 연극을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모란이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제가 많이 부족한데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저를 믿고 도와주신 박지수 연출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더운 여름 함께 열정을 불태웠던 우리 배우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 많이 고생해주신 스태프분들, 매번 모란이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메이크업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어려운 시기였지만 정말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었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지치고 힘드셨을 텐데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유가족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저도 끝까지 기도하고 응원할게요.

우리는 모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너무나쉽게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요. 저는 오래 걸려도 반드시 진실은 드러나고 계속 가릴 수는 없다고 믿어요. 그러니 우리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실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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