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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투자 버리고 직접투자 나선 개인들…기관 '울상'

펀드 잔고 지속 감소…투자자 예탁금 급증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9.25 09:37:48
[프라임경제] 최근 기관들이 대량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 대신 직접투자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관들이 대량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 대신 직접투자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 연합뉴스

기관은 연기금을 제외하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이다. 업계는 이들이 계속 주식을 파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펀드 환매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환매 위한 주식 매각…보유종목 주가·펀드수익률 하락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국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61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8월 한 달(3조5632억원) 순매도 규모를 웃돈다. 지난 1월(5조75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6098억원)의 약 7배에 달한다.

올해 들어 기관은 3월(1227억원)을 제외하고, 줄곧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6월(2조7000억원), 7월(3조636억원), 8월(3조5632억원) 등 3개월간 1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3개월간 기관의 매도는 비관적인 시장 전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식 시장 구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이 회복하면서 공모 펀드는 차익 실현에 따른 환매가 이뤄졌고, 코로나19 직후 주식 보유를 늘렸던 연기금은 연간 목표치에 따라 주식 비중을 줄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도 "기관 전체로 보면 매도인데 그럴 만한 사정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부분 남의 돈으로 운영하는 기관들로서는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공모펀드의 규모(설정원본)는 154조5226억원(예금성 단기자금 제외)이다. 지난 3월(157조2662억원) 대비 3조원 넘게 감소했다. 

기관은 사람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기 시작하니 펀드는 보유 종목을 팔수 밖에 없다. 이에 보유종목의 주가는 내려가고 펀드의 수익률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펀드 자금 지속 이탈…투자자 예탁금 사상 최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공모펀드(주식·혼합·채권형) 판매잔고는 지난해 말 45조3702억원에서 7월 말 39조9616억원으로 7개월 새 5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수도 716만3000개에서 674만4000개로 40만개가량 감소했다. 공모펀드뿐 아니라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전체 사모펀드에 투입한 자금 역시 23조9219억원에서 19조7116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언제든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지난 4일에는 63조2581억원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7일 기준 55조6629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평균 56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25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못 믿을 펀드" 직접투자 나선 개미  

통상 간접투자는 위탁을 통해 운용되는 형태로써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가입하는 공모펀드, 사모펀드가 대표적이다. 투자 종목 수량 시기 등을 모두 펀드매니저에게 일임하는 방식이다. 

투자지식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전문가를 통해 간단히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위탁을 통해 운용되는 형태이므로 투자자의 의도와 다르게 운용이 될 수도 있다. 

직접투자는 본인의 계좌를 증권사에서 개설하고, 이를 통해서 투자를 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식이 가장 대표적이며 본인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또는 지점으로 전화를 통해 주식 매수·매도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투자 종목을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고, 투자 수량 및 시기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성공적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방법을 연구할 시간적 여유와 정보습득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등 간접투자는 시장에 대한 전문적 분석이나 예측 대응이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매하는 행위였다"며 "그러나 최근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정보의 불리함이 해소된 원인도 직접투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수익률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압도적인 것도 펀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 경력이 길지 않은 개인들의 투자는 일부 유명한 종목들로 쏠리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니 그런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들의 직접 투자 수익률이 펀드의 수익률을 압도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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