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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개선' 현대重, 페인트 가루 피해 수십 년째 방치 논란

울산시 동구주민회 "돈이 없으니 배 째라는 식 그만, 적극 대응해야"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9.25 15:29:12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페인트 가루(분진)와 기름 등이 유출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올해에만 해경으로부터 페인트 가루와 기름을 유출한 혐의로 네 차례 적발 당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페인트 가루와 기름 등이 유출돼 해양생태계는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 연합뉴스


특히 JTBC가 입수한 영상에는 페인트 가루가 바닥 물기에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가거나 바람에 날려 바다에 떨어지는 모습도 담겨 있다. 

또 가루들은 조선소 근처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차량에 붙어 마른 수건으로 문질러도 잘 떼어지지 않는 등 인근 주민들에게 입힌 피해규모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페인트 가루의 경우 폐암과 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향한 비난이 상당하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이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는 점이다. 

먼저, 울산시 동구 지역 시민단체인 동구주민회(이하 울산시 동구주민회)는 2003년부터 현대중공업의 페인트 기루 피해 해결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페인트 가루 저감대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울산시 동구주민회는 2006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환경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진정과 청원운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현대중공업은 결국 한발 물러서 울산시 동구주민회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 4월 울산시 동구주민회와 협의 끝에 △도장작업이 옥내에서 가능하도록 공장 증설 추진 △울산시가 추진 중인 자동측정망 설치 노력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재발 방지 대책들을 마련했음에도 또 다시 개선은커녕 몇 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도록 방치했다.

그 피해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염됐다. 2011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비산방지막 없이 공장 외부에서 도장스프레이를 하고 있는 탓에 근로자들이 페인트 가루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지부는 "페인트 가루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도장 작업자가 아닌 주위 노동자들이 페인트 가루에 노출돼 호흡에 문제가 있다"며 관계 부서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 요구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옥외작업을 자제하고 옥외작업을 하더라도 비산방지막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보도를 통해 여전히 비산방지막 등을 설치하지 않은 채 도장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남 사천시 한 조선소에서 선박 선수 표면의 페인트를 연마하는 작업 중 페인트 가루가 바다로 날아가 붉은색 띠가 생긴 모습. ⓒ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금까지 개선 의지를 밝혀오던 현대중공업의 페인트 가루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이 안일했다는 것은 물론, 소극적인 대처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생환 울산시 동구주민회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노력은 하고 있다지만 극히 일부분이고, 수주량에 따라 페인트 가루 피해가 유동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소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페인트 가루 문제를 100% 방지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비투자 비용은 들여야 한다"며 "지금까지 페인트 가루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돈이 없으니 배 째라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민원이 발생하는 즉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과정 중 해양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표준서 상의 내부 기준을 마련해 절차에 따라 관리 및 운영 중이다"라며 "페인트 도장작업 중 발생된 분진 및 기름이 바다(해양) 또는 주변인가로 날아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박 건조과정 중 대부분의 도장작업은 도장공장 내부에서 별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선박용 도료를 친환경 도료로 바꿔나가고, 집진 및 비산 방지 시설을 확충하는 등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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