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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항 끊임없이 승부수 띄우는데…잠만 자는 우리 '경제공항 전략'

[인천 묻고 더블 가덕 ①] 동북아 허브공항 전쟁 2라운드 속 한국만 '원허브' 고집, 국가경제 기형 자충수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0.09.28 08:45:40

[프라임경제"묻고 더블로 가!"라는 외침은 단순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도박 전략 이상을 담고 있다아무 때나 배짱을 부려서는 본전도 찾을 길 없다현재 상황과 자산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기본그게 충족될 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아울러 꼭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에서 시작해야 한다그래야 상대도 만만찮기에 지금까지의 투자보다 더블은 더 해야 한다는 결단이 무모함이 아닌 과감성으로 정당화된다··일 사이의 허브공항 전쟁 2막이 열린 지금과감한 가덕신공항 투자 시나리오를 우리가 고려해야 할 이유다.

 "큰 비행기에는 3.5km짜리 활주로가 필요하다그런데 지금(김해 V자 활주로 신설안으로 계획되는 새 활주로 구상)은 3.2km이제 새롭게 어떻게 추진할지는 모르겠지만김해신공항 주장은 동남권을 대표하는 일명 '관문공항'을 아예 포기하고 시작하자는 소리일 수도 있다요즈음 장거리 노선에 얼마나 큰 새 비행기가 많은가? A380이나 B777 같은그런 비행기는 아예 꿈도 못 꿀 상황"이다동남권신공항 재검증에 큰 역할을 해온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답함을 나타냈다.

국무총리실의 동남권신공항 입지 재검증 작업이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과거 동남권신공항은 기존 김해국제공항에 활주로를 증설하는 안밀양에 공항을 신설하는 안과 부산 앞바다 가덕도에 공항을 세우는 안 등 3개안이 경합한 바 있다박근혜 정부 당시김해에 1개 활주로를 늘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었지만 판단 기초 자료가 잘못 제공되는 등 애초에 잘못 결론이 났다는 논란이 커져 이번 정부 들어 재검증까지 이뤄진 것.

이제 재검증 결과 발표 임박 시점에 왜 우리는 김해로 결국 굳어질 경우 활주로 길이 걱정을 새삼 떠올려야 할까? 3.2와 3.5의 작은 차이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A380이 뜰 수 있느냐하늘과 땅 차이 경제 파장

비행기는 다양한 크기가 있다크기와 길이무게는 물론 활주로 온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이륙과 착륙에 필요한 활주로 조건이 달라진다이론상으로는 3.2Km에서도 A380 같은 초대형 비행기가 뜰 수 있다그러나 빈 비행기기 아닌 화물과 승객을 만재한 상황에서사실상 3.5 조건은 초대형 항공기에 필요한 활주로의 최소전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다그리고 이 초대형 비행기 활용이 가능하냐의 차이는 동남권신공항이 관문공항이 되느냐 못 되느냐의 갈림길도 된다유럽이나 미주 노선을 본격적으로 활용 가능하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부산과 울산경남 이른바 부울경 경제권의 본격적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공항이 아닌초대형 항공기의 24시간 활용이 가능한 거점공항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가덕신공항의 바탕에 깔려 있다부울경의 항공 수요를 단순히 "우리도 인천이나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바로 우리 동네 공항에서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가고 싶다"는 수준의 투정으로만 보는 수도권 위주의 시각은 그런 점에서 바뀔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등 재계에 따르면동남권에서 갖고 있는 자체 항공의 잠재 수요만 해도 한달에 유럽 39303미주 43786명 등에 달한다단순히 민간의 여행 등 수요 뿐만 아니라 산업 관련 지출에서도중거리 혹은 장거리 노선을 갖지 못하는 수준의 신공항이 새로 생기는 한계는 뼈저리다.

현재는 화물노선(대형 화물기부족으로 부울경 등 영남권 화물이 육로로 인천으로 이동해 수출길에 오르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부산~인천공항 물류비용(트럭 등 투입 이동)을 추산해 보면 연간 23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조사도 있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1의 항구도시지만항만 물류만으로 수출입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는 없다고부가가치 물품의 신속한 소량 수출입에는 항공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부울경에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들이 다수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문공항급으로의 획기적 전환이 절실하다는 게 지역 재계의 호소다.

물론 이런 필요성에도 주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경제 효과상 좋기는 하겠지만거점공항급(김해 증설)이 아니라 관문공항급(가덕도 신설)으로의 방향 전환은 인천국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고 다른 지역 국제공항들은 이에 부수적 역할을 하는 현재까지의 항공정책 전략에 본질적으로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인천 단일허브 정책은 진리간사이 충격 극복한 일본 비법은?

국토 크기나 경제적 상황에서 인천공항 '단일허브'가 적합하다는 판단은 인천국제공항 구상과 건설개장 이래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고 불가침의 명제처럼 받아들여져 왔다이를 위해 다른 지역 그리고 기타 공항들은 발전의 기회를 잃는 것을 감수해 왔고 또 앞으로도 큰 틀에서 그런 구도를 유지하자는 생각에 가덕신공항 주장은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유일한 대표선수로 미는 것은 '허브 앤 스포크 전략'과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사이의 판단 문제로 여겨져 왔다각자 다른 지역으로의 연결을 진행하는 것이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이다이와 반대로 거점을 세우고그 밖의 요소들은 서로간의 연결을 다양하게 하는 것보다 허브와의 연결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게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핵심이다자전거 바퀴의 가운데 축(허브)과 여기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살(스포크)에서 따온 이름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동부지역에서 서울서부지역으로 보낸 택배가 일단 경기도 물류센터로 나갔다 다시 서울로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이 방식은 얼핏 보기엔 비효율적인 것 같다하지만허브 운영을 극대화함으로써 이 손실 이상의 이익을 올린다면 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실제로 그런 방식의 효율성이 대단히 높다.

다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스포크 구성 요소간의 교류 상황과 수요가 균등하지 않기 때문에반드시 하나를 허브로 키우고다른 포인트들은 이 허브를 거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그래서 허브 앤 스포크를 핵심 전략으로 한다고 해도각 요소 사이에 직접 교류를 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를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고 병행하는 예가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가 그런 과감한 채널 운영의 전형적인 예다포인트 투 포인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허브 못지 않은 관문공항급을 다른 지역에도 허락하고아예 그런 과정에서 중국 등 주변의 정책 기류를 예상무리한 투자 논란에도 허브공항급을 다수 키우는 결정을 했다.

일본은 여러 지역 공항이 서로 국제선을 유치하려 노력하면서 도쿄 취항 국제선 편수가 분산되는 큰 부작용을 과거 겪었다두 중심지역(도쿄와 간사이)을 활용동북아 허브공항 역할 구축 등을 도모하려던 당국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오히려 인천공항 개장 이후에는 한국에 와서 다른 나라로 간다는 수요가 발견되는 등으로 일본 당국은 크게 애를 먹었다.

각종 불리한 조건에도 과감한 정책 배팅과 민간 협력으로 성공한 주부공항. 제대로만 짓고 운영하면 인공섬 방식 공항도 충분히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주부공항은 증명한다. 사진은 주부공항 취항도시 설명도. ⓒ 센트레아 나고야 주부공항

하지만 2005년 나고야 주부공항 개항을 계기로 일본은 동북아 하늘길 경쟁에서 다시금 권토중래했다는 평이 나온다특히 기존 일본 공항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를 도입한 주부공항은 일본 공항의 경쟁력을 과시한다김용정 박사의 '국제공항의 물류허브화를 위한 계층화논문(충북대 박사논문)은 일본은 공항을 구상하고 실제로 늘리는 데 있어 민간의 역할을 크게 잡았다고 분석했는 바그 핵심 모델이 주부공항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불가피한 대신민간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일본 국토운수성이 모든 것을 챙기는 방식을 탈피)하며이런 적극적이고 창의적 방식으로 대형 공항 남발 사태를 오히려 다극화 체제 성공으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영화처럼 "묻고 더블로 가"라고 외쳤고 실제로 성공한 셈이다.

청와대에서도 허브 개념 재논의설 모락모락

저러한 일본의 선견지명 투자를 볼 때지금 부울경의 경제 수요나앞으로의 국가경제 측면이나 균형발전에 필수적인 항공수요가 있음에도 반드시 허브인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가도록 하는 것은 문제다우리도 허브를 하나 더 만들거나허브공항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관문공항은 되어야 하는 것그런 관문공항이 다른 나라의 도시 공항들로 여객과 화물을 다수 실어나르고 국내 각지의 공항과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포인트(동남권 관문공항투 포인트(우리의 수출선인 다른 나라 공항+국내 다른 공항 연결 수요전략은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과 배치되지 않는다.

김해를 일부 증설해 쓰는 안은 겉보기와 달리 싸게 먹히지도 않을 뿐더러오히려 자충수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현역의원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점은 그래서 고무적이다일부 언론은 이 만남을 두고막바지에 다다른 김해신공항 검증작업을 앞두고 여론과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에 대한 PK 지역의 건의가 집중적으로 전달된 기회로 풀이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허브공항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정치인의 전언도 보도되고 있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김해신공항으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국토부의 초창기 보고를 믿고 있었는데최근에 안전에 문제가 있고 허브공항으로서의 기능에 대해서도 상세한 보고를 받고 기존 생각이 바뀌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단일허브를 전제로 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이 결코 도전이나 변경이 불가능한 '신주단지'가 아니라는 점은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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