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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원에 물을 주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생전 마지막 추천사…청빈했던 조상기려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9.28 12:26:34
[프라임경제] 조선시대 청백리였던 관원(灌園) 박계현 선생의 국역문집이 출간됐다.

박계현 선생은 지금의 서울 동대문구인 한성부 동부 숭신방에서 태어났다. 1543년(중종 38) 진사가 되고, 1552년(명종 7) 식년 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이후 중앙의 청요직과 지방관을 두루 거쳤다.

요직인 이조정랑에 봉직하면서도 치우치지 않은 인사를 행했으며 이후 동서정당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박계현 선생은 주요관직을 고루 거쳤고 많은 시문을 남겼지만 임진왜란으로 대부분이 소실돼 기록이 많이 전달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도처에 남아있던 원고들을 묶어 일고(遺稿)형태로 출판했다가 1925년 부친 박충원 선생의 글을 모아 간행된 '낙촌유고(駱村遺稿)' 속에서 부록으로 문집의 형태를 갖췄다. 이후 1927년 후손들이 다시 글을 모으고 새롭게 편제해 문집형태로 만들었다.

이번에 박계현 선생의 문집을 '정원에 물을 주며'이라는 단행본 형태로 국역하면서 새롭게 역주를 단 역자는 박계현 선생의 16대 후손인 박세욱 박사다. 박세욱 박사는 프랑스 소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둔황문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간 동서양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고전번역에 힘써왔다.

고전번역 전문가인 후손이 새롭게 엮어 번역한 이번 문집의 특징은 '담백함'이다. 통상적으로 조상의 문집을 번역해 낼 때는 '과오'는 줄이거나 없애고 '칭송'은 과하게 담아왔다.

하지만 역자인 박세욱 박사는 서문에서 좋은 기억만 부각시키는 '헌사'가 아니라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돌아봄'을 강조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오감과 이성으로 세상과 접해 만들어낸 산물인 '글 뭉치'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보겠다는 의도다.

박세욱 박사는 "관원공은 시와 술을 사랑한 문학적이며 낭만적이었던 분으로 정치적으로는 당색에 빠지지 않고 쌍방의 '소통'을 중시한 분"이라면서 "이번에 펴낸 책도 '대립과 화해'라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혹여 탈고과정에서 조상인 관원 선생의 뜻을 제대로 헤아렸을지 고민되지만 까마득한 손자의 서툰 재롱으로 받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덧붙였다.

'정원에 물을 주며'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역자의 사촌형이자 관원 박계현 선생의 또 다른 후손인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천사를 남겼기 때문이다. 박세욱 박사와 故 박원순 전 시장은 사촌지간이다.

박 전 시장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쓰고 얼마 있지 않아 작고해, 해당 추천사는 유언 외에 박 전 시장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글로 남았다.

ⓒ 역락

박원순 전 시장은 해당 추천사에서 "이 책에는 관원공이 겪었던 현실과 이상사이의 갈등, 무리 짓지 않고 중립의 소통을 추구했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면서 "이러한 소통과 화합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와 선조의 경험과 지혜를 잘 배우고 공부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와 도전의 과제들을 이겨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역락에서 펴냈으며, 가격은 3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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