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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배터리시장 1위 등극한 '후발주자' 여전히 산적한 과제들

르노 배터리 공급 업체 선정 '유럽 공략' 알짜 계열사 거듭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9.29 08:41:29

LG화학 청주공장 전경. © LG화학


[프라임경제] 최근 배터리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LG화학 관련 잡음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모습인데요. 특히나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딛고 왕좌에 올랐으나 의외로 적지 않은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앞세운 '후발주자' 점유율 1위 달성

LG화학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늘'인 2010년 9월30일, 유럽 자동차 업체인 르노 초대형 순수 전기차 프로젝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배터리시장 장악 기반을 확고히 다진 바 있죠. 

당시 업계에서는 LG화학에 대해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메이저 자동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연이어 공급하면서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을 압도해 사실상 글로벌 선두업체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더군다나 르노에 공급하는 물량도 LG화학이 맺은 공급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죠. 

구체적 계약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시보레 볼트(30만여대)' 배터리 공급 금액(1조5000억~2조원)을 감안하면 최소 2조원 이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었죠. 

나아가 앞서 스웨덴 볼보와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만큼 나름 유럽 공략에 성공한 것은 물론 '2차전지 강국' 일본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LG화학의 이런 성과는 선도적 투자로 가볍고 성능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니켈수소 배터리에 주력한 일본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됐죠. 

실제 LG화학은 배터리 시장에서의 선방을 바탕으로 2010년 사상 최고 실적을 이뤄내는 등 그룹 내에서도 상당한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습니다. 

LG화학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 LG화학


2010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9조4714억원(전년비 25.5%↑) △영업이익 2조8304억원(전년비 34.9%↑) △순이익 2조2067억원(43.4%↑)을 기록했죠. 특히 순이익 2조원 돌파는 창사 이후 최초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죠. 

2017년(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경우 기초소재 활약과 전지·정보전자소재 흑자 전환에 힘입어 영업이익(2조9285억원, 전년비 47%↑)이 무려 3조원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10년 이뤄낸 '역대 최대(2조8304억원)'를 뛰어넘는 수치였죠. 

다만 석유화학 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 부문이 부진한 동시에 ESS 화재 관련 일회성 비용이 더해진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연결 기준 8956억원)이 '1조 클럽 진입(2007년)' 후 처음으로 1조원 이하 실적에 그치는 '사상 최악' 성적표를 피하지 못했죠. 

하지만 LG화학은 이런 저조한 수익성 역시도 '미래 먹거리' 전기차 배터리를 향한 투자는 유지해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올해는 수주물량이 매출로 반영되며, 신규 생산능력과 수율안정화로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죠. 또 지난해 5조원 규모였던 전기차 배터리 매출도 올해 10조원으로 2배 늘어나는 만큼 영업이익도 개선될 전망입니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24.6%)라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2위 중국 CATL(23.5%)과 3위 일본 파나소닉(20.4%)이 바짝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2018년 당시 점유율(7.8%)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엄청난 성장을 보인 것이죠. 

◆소송전 승소 '예감' 사업 분사 논란은 ing

이처럼 LG화학은 시장 내 강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제가 바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입니다. 

LG화학 배터리 개발 인력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적하자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 소송전 핵심은 이직이 아닌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이죠.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ITC 최종 결정을 앞두고 상반된 입장차를 드러냈다. ⓒ 프라임경제


이중 다음달 26일 최종판결을 앞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경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죠. 불공정수입조사국 역시 LG화학 요청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최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ITC 최종 판결도 다른 변수가 없는 한 LG화학이 승소할 전망인데요, 다만 합의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수조원 단위 합의금을 요구하는 LG화학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수준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또 다른 문제는 지난 17일 LG화학 긴급 이사회에서 최종 결의된 '전지사업본부 분사' 논란이죠.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 분사'와 관련해 오는 10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후 12월1일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분할 형태도 물적분할이 아닌, 주주에게 기존 지분 비율만큼 신설법인 지분을 주는 인적분할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LG화학 측은 이런 비난에 대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분할법인 주식 100%를 보유하는 것으로 기존 주주들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물적분할 법인 집중적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러 선택옵션 가운데 배터리 신설법인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해당 자금을 활용해 배터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실행할 수 있어 외형 및 수익성이 글로벌시장에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죠.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추진에 있어 절차에만 1년 정도 소요되며, 관례상 비중이 20~30% 수준인 만큼 LG화학이 절대적 지분율을 보유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LG화학 변명에도 불구 '사업 분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부터 주가가 이틀간 11%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투자를 앞세워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LG화학이 비난을 딛고, 물적분할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이뤄낼 수 있을지 또 그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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