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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이사제 거부 깃발 든 '부산교통공사'

노조에 예견된 반발 "불필요한 논란 자초"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0.10.06 09:06:01

[프라임경제] "사측은 왜 노동자이사제를 두려워하는가."
고용노동부는 현행 노사관계 법령에서 노동자이사제 도입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사측에서 허용할 경우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 대법원 판례에도 "사용자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노동계 추천인사에게 인사경영권의 일부를 허용할 경우, 본인 스스로 권한에 제약을 가한 것이므로 인사경영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부산교통공사이사회는 "노동자이사제를 규정한 부산시 조례가 상위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외부기관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고 난 뒤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부산교통공사

이에 반발해 부산지하철노조는 5일 부산시청앞 광장에서 '노동자이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지난 9월25일 이사회를 열어 노동자이사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심의했으나 이사들의 집단 거부로 도입이 지연되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이사제는 2019년 8월 부산시 조례를 통해 도입됐고, 2020년 1월 부산시 노동자이사제 세부운영지침이 나왔다. 따라서 부산교통공사는 내년 1월 노동자이사를 임명하기 위해 정관 개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노동자이사는 상임·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이사회에 참여 방만한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강해, 오래전부터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운영 중인 제도다.

국내에서도 서울, 광주, 경기, 인천, 경남, 울산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부산에도 100인 이상 9개 의무도입 기관 중에서 부산시설공단은 시행 중이고, 나머지 7개 기관도 올 하반기에 임명될 예정이다.

최근엔 일반기업들도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투명경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비상임이사에 책임 묻지만..."비합리적인 회의진행이 더 큰 문제"

그럼에도 부산교통공사이사회에서만 유독 정관개정을 거부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공사 홍보실은 "사측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번에 보류 결정은 비상임이사들이 반발해서 불거진 문제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비상임이사들과의 직접 통화를 요청하자 홍보실 직원은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 없다"며 "(잠시 뒤)사외이사님들 전원이 인터뷰 거절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왔다.

현재 부산교통공사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14명이다. 안전·경영·기술·건설본부장 등 4명이 공사 조직이고, 부산시 기조실 재정관과 교통국장 두 명이 당연직이다. 이 밖에 일반기업, 교수, 시민단체 등 임추위 추천을 받아 부산시장이 임명한 8명이 비상임이사에 이름이 올라있다.

공사 홍보실 주장은 언듯 듣기에는 사외이사들이 책임회피 하는 것 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속을 들여다보면 사외이사들은 나름의 소임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비상식적이고, 폐쇄적인 공사 측에 회의진행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부산교통공사 한 관계자는 "사측 입장에서 보았을 때  노조 사외이사가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상임이사들은 회의 때만 출석한다. 때문에 회의 가부 안건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미리 공지하는게 상식이다. 근데 이번에는 공사가 보안을 이유로 안건을 당일에서야 던져주고는 심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이사제는 지방공기업만 해당되므로 조례는 있지만 아직 법률로 제정된 게 없다"면서 "준비가 안 된 사외이사들 입장에서는 상위법령을 뒤져 볼 시간이 당연히 필요할 테니, 보류결정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이사회심의는 남았지만 곧 가결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며 "다른 공공기관들도 잡음 없이 진행 중인 마당에, 괜한 시간 끌기로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사회 당일에 회의내용을 배포했다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사회 1주일 전에 비상임이사들께 메일로 회의안건을 송부했다"며 "이번 안건의 중요성 감안해서 지난 22일에는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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