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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달의 코칭 이야기 35] 코칭하는 조직만 살아남는다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20.10.11 09:54:44

[프라임경제] "코칭이 대단한 툴(Tool) 인줄은 알겠는데, 인도네시아 진출 우리 기업에는 아직 코칭 도입이 좀 이른 것 아닐까요?"

기껏 말품을 팔아 코칭이 경영자 육성과 성과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어떻게 '일타쌍피'로 이루게 하는가 설명하고, 또 세계적인 경영자 리더십 양성의 추세와 내가 속한 코칭경영원의 우리나라 모든 대기업 대상 최근 코칭 활동을 데이터로 제공하였는데, 돌아온 가까운 어느 오너 회장의 대답이 좀 실망스러웠다. 불요불급한 보험 가입을 권유 받은 잠재 고객의 대답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다시 물었다.

"회장님 회사에 임원들이 여럿 있지요?"

"그럼요."

"그분들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늘 흡족하신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지요."

"주로 어떤 부분이 더 향상되기를 원하시나요?"

"주인의식이지요. 자기 사업처럼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꼭 면피하려고 일하는 것 같은 임원도 있거든요."

"그러시겠네요. 그래서 가끔 주의도 주고 그러시나요?"

"다들 듣기 싫어 하니, 자주 할 수도 없지요. 기회가 닿으면 '느이들 그렇게 일할 거면 왜 내가 너희를 임원이라 부르고 비싼 급여를 주냐?' 정도로… 알아들으라고…"

자, 여기까지 진행된 대화를 읽고 독자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코치더러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이분이야 말로 자신과 부하 임원의 자발적 의욕적, 역량 신장을 위해 당장 코칭이 필요한 회장님이라고 할 법 하다. 그래도 그렇게 다구치면 마음문을 아예 닫아버리니까, 코칭 영업이 안되는 것은 다른 곳에서 봉창하면 되지만, 이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릴 연결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그렇게 주의를 환기시키면 효과가 있던가요?"

"결국 인사에 반영할 밖에요.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 결심해야 할 경우도 있구요."

그 회장의 진정성 있는 고심(苦心)이 공감되어 마음에 와 닿았기에, 더 이야기할 말이 많지만, 이날의 대화는 여기서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가지고 간 책을 한 권 놓고 돌아왔다. 

<코칭하는 조직만 살아남는다> 책 표지. ⓒ 허달

코칭경영원의 공부하는 동료/후배 코치들이 그룹으로 써 편찬한 책이다. 대표 코치가 쓴 3~4 페이지 되는 책의 머리글은 꼭 읽어보겠다는 회장의 약속을 받았다. 아래에 그 머리글 중 일부를 가져다 싣는다.

'CEO 부터 신입사원까지 코칭을'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일일이 관여하지 않아도 성과가 향상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임파워먼트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재를 육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리더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좋은 리더가 되려고 코칭하고 임파워먼트 하자고 마음을 먹어도 직원들을 믿고 맡기기가 영 불안하다. 부족해 보이고 의지를 확신하기도 어렵다. 인재 육성 또한 진정한 동기를 갖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당장 해결해야 할 업무들에 치여 직원들과 대화할 시간조차 마련할 수 없다. 바빠 죽겠는데 얘기를 듣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는가.

이게 현실이다. 모든 게 갖춰진 이상적인 조직은 없다. 능력 있고 자발적인 팀원들,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주는 일터는 세상에 없다. 결국 현실과 기대가 어긋난 상황에서 그 간극을 좁히는 게 리더들의 숙명이다.

늘 분주한 가운데서도 후배를 잘 키우는 리더가 있다. '저 팀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가리키는 리더다. 이유를 물으면 그 팀장과 함께 하면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을 가장 많이 한다.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리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피드백을 해주고 개선된 점을 바로 알아봐준다.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조직을 보면 내부에 일을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을 존중하며 자율권을 주되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하는 문화와 일과 코칭이 함께 이루어지는 시스템으로 직원들을 성장으로 이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회사 P&G에서는 경력이 짧은 직원이라도 그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상사가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다.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묻고 그에 맞게 코멘트하면서 지원하는 역할에 그친다. 마케팅팀의 경우 어시스턴트 매니저가 되면 담당한 브랜드의 손익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담당자는 원가에서부터 유통채널, 캠페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일을 챙기고, 결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을 통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기업들 간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채용과 평가 시스템, 조직문화 등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차이를 만들지만, 그 중에서도 일과 결과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이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일을 논의하고, 책임을 부여하고, 점검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프로세스와 구성원들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기업마다 다 다르고 그것이 큰 차이를 낳는다. 서로 존중하며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는 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직의 코칭 문화’라고 말한다. 함께 일하면서 팀장이 팀원을 코칭하고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인재 육성과 높은 성과를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빨리빨리 문화'에서 성장해왔다. 리더가 방향을 제시하면 모든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지시형 문화에 익숙해져 토론이나 권한위임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치부되었다. 직원과 질문을 주고받으면 리더가 우유부단해서 지시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성과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와 같은 질문은 리더에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기업에서 코칭이 제대로 작동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도 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의 조직 운영 프로토콜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되었다. 승진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지시 중심의 조직 운영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그래서 코칭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기업들 사이에서 경영진을 위한 외부 코칭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리더십 발휘에 코칭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영자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솔직하게 고민을 나누며, 자신과 조직의 목표를 명료화하고, 최선의 전략적 선택을 내리며, 구성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을 코치와 상의한다. 그러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칭이 경영자들을 개발하는 최고의 방법론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이 되려면 코칭이 조직에 스미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의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직접 코칭하는 시스템, 즉 '조직내 코칭(Internal Coaching)'이 필요하다. 일터에서 상시 작동되어 일과 성장이 분리되지 않는 코칭, 성과 향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코칭이 바로 조직내 코칭이다.

이 책은 조직내 코칭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인 '스마트(SMART)코칭'을 다룬다. 코칭을 통해 기업들의 변화와 성장에 기여해온 코치들이 함께 개발한 강력한 코칭툴이다. (이하 생략)

놓고 왔으니, 약속대로 잘 읽으셨겠지. 회장과의 다음 면담이 기다려진다. 그러나 저러나 사람이 서로 만나기가 두려운 작금이니, 코칭 교육이고, 일대일 코칭이고, 코로나19 팬데믹에 상처 받은 일상(日常)과 경제가 하루 빨리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 35회를 끝으로 그동안의 '코칭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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