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신세계 우승후보였던 WKBL, 이젠 금융권간 대리전

2020-10-15 07:06:59

- 금융지주 회장도 현장 방문하는 '성공한 국내 여자스포츠'

▲WKBL 2020-2021 시즌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이 강력한 '우승후보' KB스타즈를 '71대 68대'로 승리했다. © WKBL


[프라임경제] 2020-2021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대장정 막을 올린 지난 10일 공식 개막전에서 '강력 우승후보' KB스타즈가 '대항마' 우리은행 위비에 '68대 71'로 무너졌습니다. '대표 토종 빅맨' 박지수 선수 소속 KB스타즈가 코로나19 여파로 폐지된 외국인 선수 제도로 인해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패배를 안고 일정을 시작하는 셈이죠. 

WKBL 역사상 우승 후보가 개막전에서 패배한 경기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었죠.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0월14일 열린 2010-2011 시즌 개막전 역시 신세계 쿨캣(현 하나원큐)이 KB 세이버스(현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56-64로 굴복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신세계 쿨캣은 '빅맨' 김계령(190㎝)과 강지숙(198㎝) 선수를 영입, 단숨에 '최강자' 신한은행 대항마로 떠오른 '우승 후보'였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신세계 쿨캣은 조직력을 갖추기에 시간이 부족한 모습이었죠. 더군다나 수술을 받은 '득점원' 김정은 선수 회복상태가 60%에 그쳐 리그 후반부에야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쉽지 않은 WKBL은 국내 여자 스포츠 가운데 의외로 높은 시청률로 성공한 스포츠로 꼽힙니다. 

WKBL(Women's Korean Basketball League)은 지난 1998년 출범한 한국여자프로농구를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은행 위비를 포함해 △KB스타즈 △삼성생명 블루밍스 △신한은행 에스버드 △하나원큐 △BNK 썸 '6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죠. 

WKBL 출범 이전에는 13개나 달하던 여자 농구팀이 1997년 외환위기로 순식간에 5팀으로 줄어 위기가 도래했지만, 김원길 총재(당시 집권당 새천년민주당 중진 의원)가 금호생명(현 BNK) 농구단을 창단해 극적으로 회생하는 데 성공했죠. 

▲'10년 전 오늘(2010년 10월14일)' 열린 WKBL 2010-2011 시즌 개막전에서 신세계 쿨캣이 KB 세이버스와의 경기에서 56-64로 패배했다. © WKBL


이후 2012년 신세계가 갑작스레 팀 해체를 선언해 리그를 5팀 체제로 운영할 뻔 했지만, 메이저 은행 중 유일하게 여자 농구 팀이 없었던 하나금융이 이를 인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끄기도 했죠. 

이때부터 WBKL 특성이 완전히 금융권간 '대리전(代理戰)' 양상을 띠기 시작했는데요. 출범 준비 기간 프로화를 거치지 않고 해체한 팀들 대다수가 금융권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현재 WBKL 소속 팀 모두 금융권과 민첩한 관계에 놓여있죠. 사실 이런 분위기 탓에 '유통기업'인 신세계도 해체를 선언했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인 만큼 든든한 후원 없이 자행하기 힘든 건 WKBL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고난을 피하지 못한 대표 케이스가 바로 현재 BNK 썸이죠. 

전신이 금호생명 팰컨스인 BNK 썸은 WKBL '6개팀 운영 체제'를 구축한 장본인임에도 불구,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죠. 

가장 먼저 다가온 시련이 바로 2010년 모기업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였습니다. 결국 금호생명 역시 매물로 나오면서 '농구단 해체' 우려가 제기됐지만, 금호생명을 인수한 한국산업은행(KDB)이 이름을 바꾸고 그대로 농구단을 존치시켰죠.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KDB생명이 2017-18 시즌을 끝으로 '해체를 결정했다'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OK저축은행이 2018-2019 시즌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지만, 한 시즌에 불과했죠. 

다행히 2018-19시즌이 한창이던 2019년 2월 BNK금융지주가 이를 인수, 금호생명과 KDB생명 시절 기록을 승계한 현재 BNK 썸이 탄생한 것이죠.  

이처럼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5대 금융지주와 '국내 대표기업' 삼성(제일기획)을 배경으로 둔 삼성생명이 농구장에서 끊임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개막전의 경우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일정을 쪼개 현장을 찾아 구단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죠. 

나아가 WKBL 성적에 따라 금융사들 희비도 엇갈리곤 합니다. 은행 및 보험사가 운영하는 구단들이 직접 뛰는 만큼 팀 성적이 좋은 직원 사기가 오르고, 대외적 위상도 올라가는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WKBL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 등 상당 부분이 바뀌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금융사들간 대리전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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