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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라이벌' 현대건설·GS건설, 암묵적 동맹 조짐

현대, 한강변 '디에이치라인' 야심…GS, 신사업 성과 통한 후계 계승 명분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10.15 17:45:49

정비사업에서 '라이벌구도'를 만들어 왔던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암묵적으로 경쟁을 피하면서 오너 차원에서 협력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최근 정비사업에서 라이벌구도를 펼쳐왔던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암묵적인 동맹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는 오너차원에서 협력관계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고 분석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한남3구역과 한남하이츠·갈현1구역 등에서 직간접적인 전쟁을 펼치면서 막후 비방전까지 서슴지 않았던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지난 6월초 한남3구역 재입찰부터 맞대결을 피하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동일한 사업장에 참여 자체를 피하고 있다.

한남3구역 이후 현대건설과 GS건설은 현장설명회 정도에서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대결구도로 나아가진 않았다. 사업장의 조합원들마저도 견원지간으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던 일이 한순간에 뒤집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업계 수위를 다투는 두 업체가 극적인 화해를 한 배경으로 수뇌부차원에서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한강변을 따라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 라인을 만들겠다는 현대건설과 신사업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 후계구도의 명분을 쌓아야하는 GS건설의 속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건설명가 재건 위한 '외변 넓히기'…한강변 'THE H 라인' 목표

현대건설은 2015년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론칭한 이후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승부를 펼쳐왔다. 대표적인 단지가 강남구 개포동에서 지난해 8월 준공한 디에이치아너힐즈 1320세대와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3차를 재건축하는 848세대의 디에이치라클라스다. 

이외에 개포동 디에이치포레센토(184세대)도 내년 초에 입주가 예정돼 있고 공동수주 이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디에이치자이개포(GS건설과 공동수주)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수주)도 있다.

성공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안착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로서는 한강변에 상징적인 디에이치 단지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준 것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클래스트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이주를 연기하면서 아직 본격적인 공사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경쟁사인 GS건설의 경우 한강변에만 △반포센트럴자이 △신반포자이 △청담자이라는 실적을 가지고 있다. 대림산업은 주택건설업계에 하이엔드 브랜드 시대를 열도록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아크로리버뷰와 아크로리버파크를 지었다.

현대건설은 1976년 6월 압구정현대아파트 1차와 2차를 선보이면서 우리나라 첫 고급아파트 시대를 열었던 건설업계의 '맞형'이다. 

현대건설은 2000년 부도사태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그간 체질개선을 위한 내치(內治)에 힘써왔다. 이후 현대건설은 재무통인 박동욱 재경본부장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사장에 부임한 시점부터 본격적인 '외변 넓히기'를 본격화 했다. 이른반 '건설명가 재건'이다.

현대건설은 그룹차원에서 추진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추진으로 먹거리 확보가 확실한 상태다. 여기에 그간 수익성이 크게 나지 않는 부분을 과감한 정리를 해왔던 '긴축'에서도 벗어나면서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모델링 분야 진출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위상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광고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한강변에 고급주택을 줄지어 건설하는 것이 '지상목표'로 설정됐다.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공동주택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보이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집약해서 보여준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그룹의 이미지를 단순 '자동차제조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큰 그림이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있어 한강변의 디에이치 라인 구축은 단순한 실적 쌓기가 아니다. 범 현대가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을 통해 '현대'가 가진 '본원적 경쟁력'을 증명하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를 위해 강력한 경쟁자였던 GS건설과 전략적 타협이 필요했다. 수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출혈을 줄이고 뛰어든 사업장에서 '강력함'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 첫 단추가 한남3구역이었고 이후 노량진4구역과 흑석9구역 등 강남 외 지역에 진출을 힘쓰는 것도 그 결과물이다.

◆GS건설, 4세 경영 후계구도 구축위해 신사업중심 '성과절실'

GS건설이 현대건설의 이러한 구상에 동참내지 묵인을 하게 되면 얻는 것은 오너 4세인 허윤홍 사장의 '성과'다.

허윤홍 사장은 GS건설에서 신사업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임원이 된 이후 실장과 부사장직으로 승진하는 내내 신사업본부를 이끌어 왔다. 허윤홍 체제에서 GS건설이 내세우는 대표적 신사업은 모듈러주택과 2차 전지사업이다.

GS건설은 올 초부터 해외의 모듈러주택기술 보유 업체를 인수함과 동시에 국내 2차 전지 재활용 업체들을 끌어안으면서 미래먹거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등지에서 대중화되고 있는 모듈러주택사업은 국내에서는 단독주택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불에 견디는 내화기준이 해외보다 까다롭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 12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에 대한 내화기술력 확보가 관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SH공사의 R&D사업 등으로 기술 확보가 실증단계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향후 3~5년 내에는 공동주택에서도 모듈러시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대표 건설사 중 하나인 GS건설이 모듈러주택시장, 특히 공동주택(아파트)의 모듈러시공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동조가 필수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2010년경부터 모듈러주택 관련 기술을 연구해 온 현대건설의 모듈러 구체화에 대한 공식 발표시점이다. GS건설은 올 6월 모듈러사업과 PC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대건설도 뒤이어 관련 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업계 전반에 PC진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수준을 동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GS건설과 현대의 협력은 오히려 오너 차원으로 이해하면 더 와 닿는다. 2차 전지 사업과 자동차제조 사업은 때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결국 GS건설의 신사업인 2차 전지 재활용사업은 국내 수위의 자동차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형성이 필수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도 향후 전기차 사업 등 미래 전략을 위해서 GS건설과 협력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 자체 역량만으로 GBC사업 관련 전반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GS건설 입장에서는 GBC관련 사업에 참여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결국 두 업체 오너들의 필요성이 '견원지간'이던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전쟁을 멈춘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올 하반기 들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는 말이 많았다. 특히 정비사업에서 전쟁을 방불케 했던 두 업체가 맞붙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요소"라면서 "만약 오너 차원에서 협력이 이뤄졌다면 그간의 기이한 일들을 단박에 이해할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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