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리도 못 마시는 日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

2020-10-23 17:18:06

[프라임경제] "불리한 뉴스가 나오면 해명하기를 포기하고 아예 침묵한다. 모래 더미에 얼굴만 처박고 있으면 주변의 위협이 사라지리라 기대하는 타조 같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해 8월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을 최초로 밝히면서, 일본 아베 내각의 행태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당시 숀 버니 수석은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전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해 가동 중단된 이후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순환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다. 

문제는 빗물과 지하수가 무너진 원자로 건물을 통해 유입돼 순환 냉각수와 섞여 하루 평균 150t 이상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장치(이하 ALPS)이라는 장치로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면서 1차로 정화한 오염수를 탱크에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이 오염수는 오는 2022년 중순이면 미리 마련했던 137만t 규모의 저장탱크를 모두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관련 시설 설치 등 준비 기간에 2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최종 결정을 27일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을 두고 국제사회의 비판은 물론, 자국민들의 의견 합치도 이뤄지지 않아 11월 이후로 최종 결정이 연기됐다. 이렇게 미뤄진 배경에는 정화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 △스트론튬-90 △세슘 등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 한 몫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삼중수소 반감기(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는 12.3년이며, 완전히 사라지려면 30여년은 걸린다. 스트론튬-90은 반감기만 29년에 달함에도 서둘러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하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처리 오염수 배출 전 ALPS 장치로 이중 처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방사성 물질들이 오염수에 포함돼 있고 이 중엔 반감기가 수 만년이나 되는 것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실제 방류로 이어질 시 어떤 문제가 야기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베 신조 총리에 이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달 26일 취임 후 첫 국내 출장으로 후쿠시마현의 원전 사고 현장을 찾았다. 스가 총리의 후쿠시마 제1원전 방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외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에게 오염수가 담긴 용기를 건네받으며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스가는 "마셔도 돼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가 총리가 과연 진짜로 물을 마셨냐는 점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스가가 이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는 없다. 다시 말해, 이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가 총리는 ALPS 장치로 방사선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치켜 세웠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마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 물을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어머니인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 과연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인지 궁금하다. 모래 더미에 처박은 얼굴을 들고 주위를 살펴본 뒤 좀 더 신중하게 재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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