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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APT 전성시대 ①] 분양 무한경쟁과 브랜드시대의 서막

1998년 경기활성화 위한 '분양가자율제'…'분양봇물'로 차별성 강조 브랜드마케팅 '본격화'

장귀용·김화평 기자 | cgy2·khp@newsprime.co.kr | 2020.10.27 17:33:41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2000년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과 'e편한세상'을 도입하면서 '상호+브랜드'의 형태를 벗어나 '브랜드'만을 내세운 경쟁시대를 열었다. 현재까지 두 업체는 '아파트 브랜드 최초 도입'을 두고 자존심 대결중이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2020년 대한민국 아파트시장의 주요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화'와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첨단화'를 수좌로 꼽는다. 특히 강남권 재개발 단지를 겨냥한 '하이엔드 브랜드'는 또 다른 차이점을 찾는 니즈(Needs)가 탄생시킨 기현상이다. 본지는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 만드는 데 일조한 '아파트 브랜드'의 역사를 쫓아가 본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시작된 가장 큰 배경은 분양가 자율화로 촉발된 건설사들의 무한 분양전쟁이었다.

지금이야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첫손에 꼽지만, 불과 20년 전만해도 아파트를 보며 '브랜드'를 떠올리기란 생소한 일이었다.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0년대 후반, 본격화된 것은 2000년에 들어서부터다.

1958년 국내 최초로 건설된 '종암아파트'와 1962년 최초로 단지 형태로 세워진 '마포아파트'처럼 아파트 건설 초기에는 아파트의 희소성으로 인해 지명(地名)을 아파트 이름으로 사용했다. 
 
이후 정부의 주택 대량 보급 정책으로 한 지역에 여러 건설사가 등장하면서 삼성·현대·대우·우성·진흥·한신 등 기업명을 아파트 이름으로 사용했다. 지역명과 기업명을 동시에 사용하는 아파트도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외국어를 사용해 아파트 단지 이름을 짓는 곳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시도를 '아파트 브랜드의 맹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1991년 1월 당시 내무부가 외국어 표기의 아파트 단지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당시 내부무는 행정지도를 통해 '릴리맨션'을 '백합아파트'로 바꾸는 등 전국 약 650곳 아파트 단지 이름을 우리말로 바꿨다.

이러한 상황을 뒤집은 것이 바로 외환위기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에 돌입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 활성화가 급하다고 판단, 이듬해 말 분양가를 자율화했다. 경기부양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설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분양가를 업체에서 정할 수 있게 되면서 건설업체들은 너도나도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한경쟁'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차별화를 위해 내놓은 복안이 바로 '브랜드'였다. 건설사가 내세우는 품질과 가격경쟁력 등 복잡한 내용을 '브랜드'라는 상징을 통해 직관화한 것이다.

이때 선보여진 브랜드 중 대표로 꼽히는 것이 △동아건설 '동아솔레시티(1998년)' △삼성중공업 '삼성쉐르빌(1999년)' △롯데건설 '롯데캐슬(1999년)'이었다. 기업명과 브랜드를 결합한 형태가 아파트 브랜드의 태동기 모습이었다.

이후 '상호+브랜드'의 형태를 벗어나 '브랜드'만을 내세운 경쟁시대를 연 것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다.

삼성물산은 2000년 자사의 아파트브랜드 '래미안'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무한경쟁 시대를 열었다. 대림산업 역시 같은 해 'e편한세상'을 도입해 분양에 나섰다.

흥미로운 사실은 브랜드 도입 선포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먼저였고, 단지명으로 'e편한세상'을 낙점했던 대림산업이 이를 그대로 브랜드로 규격화하면서 '최초' 논란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두 업체는 '최초'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상호명이 들어가지만 아직까지 '롯데캐슬' 브랜드를 사용 중인 롯데건설도 '최초'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일찍이 1990년대 후반부터 롯데낙천대와 롯데캐슬을 사용했다. 특히 1999년 서울 강남지역 고급 단지를 목표로 도입한 롯데캐슬이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까지 동일한 이름을 사용 중이다. 지난해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론칭해 '롯데' 그룹 이름이 빠진 브랜드를 처음 도입했다. 

2000년 래미안과 e편한세상 등장 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GS건설 '자이' △포스코건설 '더샾' △대우건설 '푸르지오'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SK건설 'SK뷰' △호반건설 '베르디움' △태영건설 '데시앙' △반도건설 '유보라' △두산건설 '위브' 등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 

2020 시공능력평가 25위 건설사에서 현재 사용 중인 아파트 브랜드와 출시 시기 · 최초분양단지와 준공년월 정리. = 김화평 기자



'차별성'을 위해 선보였던 브랜드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고민한 것이 바로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의 차별성'이었다. 그리고 이는 광고와 마케팅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연예계 스타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연결시키는 전략부터 일반인 출연자를 통해 '고급스러움'이나 '편리함', '특별함'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시도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의 '브랜드'는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거주자들이 공유한다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성공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유명 스타들이 활용됐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해당 브랜드와 스타를 연결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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