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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85년 이어 온 114 번호안내, 콜센터 인사말 변천사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0.11.05 08:38:59

[프라임경제] "(도레미파솔, 솔톤으로) 네네 고객님, 사랑합니다. 고객님"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5일은 국내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114 번호안내' 서비스를 시작한지 75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시점에서 본다면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고객센터인데요. 114번호안내 고객센터는 고객 요구와 서비스 추세 등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전화에서 첫인상인 '인사말'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왼쪽위)1978년 좌석식 교환기를 사용하는 상담사 모습. (왼쪽아래)1982년 공전식 교환기로 상담하는 모습. ⓒ KTCS

 ◆시대 반영한 인사말 변화…"1호입니다"→ "힘내세요, 고객님"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은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활용해 첫인상을 기억하는 반면 전화상에서 첫인상은 오롯이 청각에 집중하죠. 때문에 처음 내뱉는 인사말이 중요한데요. 시대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 인사말은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114 번호안내는 1935년~1970년대에 "네~"로 응대해오다 1980년대에는 "00호입니다"라는 다소 딱딱한 멘트로 인사말이 바뀝니다. 기계적으로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것이 신기하고 멋져 보이던 그때, 상담사는 호번호로 인사를 대신한 건데요. 전화를 건 고객들 역시 전화번호 문의만 하고 얼른 전화를 끊곤 했습니다.

그 당시 또 다른 인사말은 "안내입니다"로 114에 전화 걸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간단한 멘트인데요. 가끔 "안내입니다"라는 말을 "안됩니다"로 잘못 알아들은 고객들이 있어 "뭐가 자꾸 안돼냐"며 되묻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겨났습니다.

공공 기관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는 고객 문의에 답한다는 의미로 "네네"로 변경됐는데요. 두 톤으로 나뉘는 독특한 억양은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죠.

1997년에는 "안녕하십니까?"로 본격적인 서비스 마인드로 응대한 첫 인사말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솔음으로 시작하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는 서비스업 전반에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개그콘서트에서 "네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만큼 가장 오래 사용된 114의 인사말이기도 하죠.

이후 2006년~2009년 1월까지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10년 가까이 지켜오던 인사말을 획기적으로 바꿨습니다. 고객을 소중한 존재로 모시겠다는 114의 마음가짐을 담은 인사말로 과거 어떤 인사말보다도 반응이 뜨거웠죠.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인사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눈시울을 붉힌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나도 사랑한다"는 고객과 "사랑하지 말라"고 불쾌감을 표현하는 고객 등 이 기간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또한,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는 "편리한 정보, 114입니다"를 선보입니다. 고객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가장 빠르고 손쉽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한 것인데요. 시간의 소중함과 정보의 소중함, 그리고 속도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인사말이었지만 다소 길다 보니 끝 가지 듣지 못하고 용건만 빨리 말하려는 고객들이 나타나면서 짧고 명료한 인사말로 바뀝니다.

2009년 7월 이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고객님", "행복하세요, 고객님", "114입니다" 등으로 바뀌면서 센터 자율선택에 맡겼습니다.

경제가 어려웠던 2012년에는 위로와 격려가 느껴지는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전환됐는데요.

KT IS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사멘트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는 "네~고객님"으로 신속하게 응대하면서 상황에 따라 기존에 사용해왔던 인사말을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성전화국 교환방식에서 'AI 콜센터' 되기까지

1935년 10월1일 경성전화국 교환방식이 자동식으로 바뀜에 따라 전화번호 안내서비스가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당시 전화번호 문의 번호는 '100'번이었는데요. 이후 1967년 제2차 5개년 계획 이후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화 가입자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전화 가입자 수는 1971년 56만 3129명에서 1981년 326만 3322명으로 6배 가까이 급증했는데요. 이에 따라 전화번호 안내업무가 매년 증가하면서 막대한 경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기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14 안내업무의 전산화가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114 안내업무 전산화는 1981년 11월 서울지역부터 착수해 1991년 12월, 전국에 확산을 완료했습니다. 또한, 1987년 8월15일부터 시외 안내번호도 114로 통일해 우리에게 익숙한 114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114 번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센터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화고 있다. ⓒ KTCS

현재 114 번호안내는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AI 콜센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큰 교환기 앞에서 상담하는게 아니라 작은 전화기와 컴퓨터가 설치된 사무실에서 24시간 365일 빠르고 간편하게 전화번호를 안내함은 물론, 과거 음성으로만 안내했던 114정보는 현재 온라인상에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방역지침 준수함에 따라 고객센터는 다소 한산한 모습입니다. 비말감염 차단을 줄이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하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한자리 띄어 앉기를 시행하면서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상담하는 '재택상담'도 활발합니다.

그동안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호칭도 달라졌습니다. 고객센터가 생겨난 초창기 '안내원'이라 불렸지만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관계마케팅이 경영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으면서 고객 문의를 신속하게 돕는 상담원으로 호칭이 자연스레 변경된 것이죠. 

1990년대에 해외처럼 컨설턴트라는 호칭을 도입해 '상담 컨설턴트'로 바꾸려고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전문성을 겸비한 '상담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화연결음이 끝나고 상담사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면 다소 평범하고 익숙한 "반갑습니다", "행복하세요", "힘내세요"와 같은 인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내면엔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콜센터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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