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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동학개미 진단 ①] 그들은 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나?

20·30세대 "주식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11.04 10:05:35

올해 주식열풍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이 열기의 중심엔 20·30세대가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올해 주식열풍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 열기의 중심엔 20·30세대가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한 청년층(만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00억원에서 지난 9월15일 기준 4200억원으로 162.5% 급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젊은이들은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월급만으로는 꿈을 이루기 어려운 시대다. 이는 이들의 행보를 한탕만을 노리는 탐욕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프라임경제가 20·30세대 주식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들의 투자종목과 수익률은 제각각이었다. 다만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 이 시대 젊은 세대들은 "주식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것엔 입을 모았다. 

◆"내 집 마련? 월급으론 턱도 없어요"

청년들은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내 집 마련'과 '노후자금 마련'으로 수렴했다. 부모 세대는 집을 사서 주거와 자산 증식을 동시에 해결했지만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는 현재의 20·30세대 청년들은 주거와 노후계획에 대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주식투자 외엔 20·30세대가 자산을 증식할 방법이 없다. 40·50세대에 비해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초저금리 시대 예·적금은 우스갯소리로 '계좌가 녹는다' 표현하기도 한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안혜진(28)씨는 주식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당장 집을 사서 부를 늘리기는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가장 쉽고도 빠르게 자산을 늘릴 방법은 주식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최근 치킨 가게를 차린 이인홍(36)씨(가명)도 마찬가지로 "내 집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은행 예·적금만 하며 살아오는 동안 집값은 크게 올랐다. 집값이 오르니 부동산값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돈 모아 집 사기는 힘들다는 걸 느꼈다"며 "차라리 빚내서라도 부동산을 샀다면 성공적인 투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부동산 투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도 생각되고 그만한 금액도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한 끝에 주식투자를 해보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한효주(25)씨(가명)는 "지난해부터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유튜브 강의나 투자 관련 앱 광고를 자주 접했던 것 같다. '돈을 적금 통장에만 넣어두고 있으면 평생 집을 살 수 없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올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주식을 시작했고, 지난 9월에 보너스를 받고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했다"며 주식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올해 첫 취업에 성공한 배기열(29)씨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적은 돈으로 꾸준히 조금씩 불려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일종의 부업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큰 돈을 투자해 전문적인 투자를 해보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제 막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불로소득 NO! "공부하는 개미입니다"

기성세대 중엔 청년들이 불로소득을 노려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아직도 주식이 투기로 통용되는 건 이 사회에 '주식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뿌리 깊은 사고가 아직 사회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라임경제가 만난 다수의 청년은 투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낮았다. 

이들은 주식 투자를 초저금리 시대를 극복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단순한 적금 수준의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에서의 생존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이민호(33)씨(가명)는 "내가 직접 사업을 하려면 자본, 투자처, 아이템, 인력 등 모든 것들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내가 기업을 소유한다는 마음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며 "주식투자는 유망한 기업을 공부해서 투자하는 정신적인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투기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이런 소득은 엄격히 말하면 노동 없는 소득으로 불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월급만으로는 꿈을 이루기 어려운 시대다. 2030세대의 행보를 한탕만을 노리는 탐욕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 연합뉴스

대학 졸업을 앞둔 김민지(24)씨 역시 "불로소득의 정의가 공짜로 얻어지는 돈이라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자라는 것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본업보다는 비중이 작고 들이는 노동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주식투자를 불로소득으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생인 김소영(22)씨도 마찬가지로 "주식이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도 작은 자본으로 큰돈을 벌려면 오랜 기간 내 시간을 들이는 노력은 물론 투자하는 종목에 관한 공부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복권처럼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아니기에 불로소득이라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 법무팀에서 근무 중인 강희진(31)씨는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식은 당연히 불로소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은 돈으로나마 투자를 하면서 직접적인 노동은 아니지만, 주식도 일정 수준의 노력과 공부, 끈기, 평점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어렵고도 먼 '투자의 길' 

주식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종목선택도 어렵지만, 의미 있는 수익률을 올리려면 극심한 하락을 견뎌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것을 견디기에도 벅찰뿐더러 손실 난 상태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스트레스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자신과의 싸움은 덤이다. 

직장인 김혜미(28)씨는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인내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수익률이 높아 더 많이 투자하고 싶어도 유동 현금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심지오(35)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심씨는 "주식은 심리전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가장 어려운 점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나만의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실이 커지면 가끔 신용매매와 빚으로 물타기 매수를 해서 평단가를 낮추기도 한다. 운 좋게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더 많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20·30세대들은 주식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그렇다고 주식투자를 멀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면 우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대박 신화'와 '쪽박 절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진실로 위험한 투자다. 쪽방 절망이 도래 시 이를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며 "초보 투자자의 경우 '영끌' 투자가 아닌 안정적 수익을 도모하는 소심한 투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식투자가 젊은층에게 투기가 아닌 안정적 자산증식을 위한 경제활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1가구 1주택 여부를 불문하고 부동산 및 금융자산 보유에 대한 자산과세 강화로 장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며 "이 세수 증가분을 근로소득세 감세에 사용해 청년층의 자산증식에 기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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