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 칼럼] 공자학원과 기기(攲器): 아, 가득차고 넘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2020-11-04 10:30:56

[프라임경제] "여보, 고전이나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럴 듯한데, 요즘 중국인들이 왜 이래요?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닌다니? 당신 한때 공자, 맹자 읊으며 한문 배우고 서예하고 다녔잖아요? 틈만 나면 북경 유리창(琉璃廠)인지 어딘지 가서 고서점 뒤져 먼지 케케 묻은 파지(破紙) 모아오고 하면서…"

아내 힐난을 받아 싸다 싶었다. 아니 전세계 '공자학원(孔子學院)'이 공자 가르침은 눈 씻고 보아도 없고 중국 공산당 세계전략의 전진기지라니? 미국에서는 최근 일련의 스파이 활동, 폭력 사태와의 연관이 불거지고 있다고 하여 각 지역의 공자학원 폐쇄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검색해 보았더니 대학마다 부설되어, 없는 곳이 없다. 이러니 공자학원과 중국유학생 주변 세력의 댓글 조작, 선거부정 개입 의혹 등이 전혀 무근(無根)한 것은 아니겠구나, 그런 이른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중국인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야. 중국 공산당이 문제라는 말이지."

아내의 질문에 대하여는 그렇게 얼버무려 두었다.

공자가 가르친 것은 제왕학(帝王學)이었다. 백성이 제왕의 은덕을 모르고도 격양가를 부르는 태평성대를 실현하도록 성인(聖人)의 리더십을 가르쳤으면서도 '나는 그저 옛 가르침을 풀어 말하였을 뿐 하나도 만든 것이 없노라' 술이부작(述而不作)으로 겸양하였었다.

▲공자, 제환공 사당에서 기기(?器)를 보다. = 허달


공자가 제 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갔던 때의 일을 구글에 '유좌지기(宥坐之器)', '기기(攲器)' 등의 검색어로 찾아보면 재미 있는 이야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이며, 무엇에 소용되는 그릇인가요?"

공자가 사당 안의 한 의기(儀器: 제사에 쓰는 의례용 기구)를 보고 사당지기에게 물었다.

"'기기'라고 부르며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마음가짐의 경계로 삼으셔서 '유좌지기'라고도 합니다.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알맞게 물이 차면 바로 서고, 가득 채우면 엎어집니다."

"듣기만 하던 '기기'가 바로 이것이구나."

공자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아, 가득 차고 넘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청(淸) 나라가 무너진 것은 1860년 1, 2차 아편전쟁의 패배가 그 결정타였다고 한다. 이로부터 시작된 백수십년의 이른바 양이(洋夷)와 왜(倭)에 의한 수모를 설욕하자고 이를 악문 것이 모택동 사후(1976) 중국 공산당의 리더 그룹이었다. 홍위병 사태에 의한 중국 문명화 20년 퇴행을 벗어내고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라는 부도옹(不倒翁) 등소평의 유훈을 지키는 동안은, 핑퐁 수교(修交)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제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발전이 순탄하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중국인의 시선 속에는 아직까지 이런 순수함이 담겨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비[空]어서 누워있던 '기기'에 물이 적당히 차오르니 바로 세워지는 기간이었다.

빈 곳간에 낟가리가 쌓이기 시작하자 교만한 마음이 고개 들기 시작하였다. '중화(中華)'가 무엇인가? 중국이 세계와 우주의 중심이며 꽃이라는 고질화 된 중국적 오만이다. 내친 김에 패권국이 못 될 것이 없지 않은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부패와 퇴폐의 고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 얕잡아 보였다. 오죽하면 2017년 시진핑의 플로리다 방문 시 한반도는 예부터 중국 치하의 변방 제후국이었다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건방을 떨며, 원산에 15억달러짜리 트럼프 타워 건설해 주겠다는 뒷거래를 제안하였다는 풍문도 나도는 것 아닌가?

중동까지의 기름길을 연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1, 2, 3 해상도련선(海上島鏈線) 설정 등이 세계 패권에 대한 물리적, 군사적 도전이었다면, 서방세계의 Globalist, PC (Political Correctness) 위선, 위장 세력과 연계, 이들의 물질 만능주의에 편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지 후진국의 독재자들을 지원하고 부정선거를 돕는 행위 등으로 UN 또는 다른 국제기구, 심지어는 미국의 정계, 언론계까지 침투, 영향력을 장악해온 작전은 공산당다운 정치전략적 도전이었다.

세계의 하청공장 신세를 벗어나려면 첨단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기라도 해야겠다는 야욕이 공공연히 여러 분야에서 노출되었다. 사(私)기업의 모습으로 위장한 국가기업을 동원, 세계 시장 자유경제의 취약한 고리와 틈새를 파고들어 이 분야의 작전을 수행하였는데, 이는 세계패권을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의 포석이며 도전이었다.

'공자학원'은 세계 도처에서 이러한 다중(多重) 목적을 문화적 적법성 가면을 쓰고 수행하는 도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이미 밝혀지고 있다.

'기기'에 담긴 물 수위가 위험선을 넘어선 것이다.

"아! 가득 차고 넘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공자의 탄식이 떠오르는 장면이, 바야흐로 반성하지 않는 중국에 대한 미중(美中) 경제전쟁을 넘어서는 이념전쟁, 우한 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에 대한 서방세계의 디커플링, 심지어는 집단 왕따라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시진핑 황제여, 그리고 큰 산/뒷동산을 운위하는 설익은 이 땅의 매국적 추종자들이여, 엎지른 물이 되었으니 어찌해야 할 것인가?

기왕 '공자학원'을 여기저기 펼쳤으니 '유좌지기' 구해 좌우에 두고, 공자의 제왕학이 제왕을 위한 것이 아닌, 민초를 위한 성현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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