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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희망퇴직은 현재진행형…앞으로 더 빨라진다

매년 반복되는 희망퇴직 바람에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11.11 09:05:32
[프라임경제] 주요 은행들이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희망퇴직 제도를 활발히 운영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점포와 일선 창구 인력도 서서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몸집을 줄이고자 직원들을 내보내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훼손된 수익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더 이상 고임금 구조를 지탱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한 몫 했습니다.

10년 전 당시 국민은행은 3244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보다 앞선 2005년 희망퇴직자 약 2198명보다 1000여명 많은 수치다. ⓒ 연합뉴스

10년 전인 2010년 11월11일, 국민은행은 3244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보다 앞선 2005년 희망퇴직자 약 2198명보다 1000여명 많은 수치였습니다.

원활한 퇴직 신청(?)을 위해 국민은행 측은 특별퇴직금, 자녀 학자금, 창업 비용 등의 당근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본인이 원할 경우 KB금융 계열사 재취업을 알선해 주기도 했죠. "막 퍼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직원들을 내보내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SC제일은행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개인별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저성과자의 경우 연봉을 삭감하고 직급도 강등시키기로 한 건데요, 희망퇴직과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당시 노조 측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후 희망퇴직 바람은 은행권 전체로 번졌습니다. 어느 새 희망퇴직은 강제적 해고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선 직원들을 중심으로 중단된 희망퇴직을 시작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업계 내부에선 2020년이 되면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대부분 중단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디지털 서비스 가속화'라는 뜻하지 않은 결과와 마주했습니다. 이는 다시 은행권에 대규모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걸 의미했습니다.

2020년 되면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대부분 중단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코로나19와 디지털 서비스 가속화 등으로 은행권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 연합뉴스

희망퇴직은 여전했습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만 40세 이상 또는 15년이상 근무자 등 이른바 '준정년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퇴직 신청도 받았습니다. 몸집 줄이기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은행권에는 서서히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개선돼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항아리형 인력구조는 행원급보다 과장이나 차장 등의 책임자급이 더 많은 형태를 말합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9월 기준 행원이 총 5645명으로 책임자(과장, 차장) 4261명보다 1384명 많습니다. 하나은행도 6297명으로 책임자(4145명)보다 많았고,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책임자급보다 행원들이 많아졌습니다.

인력구조 문제가 해결되고 고임금 직원 감소로 숨통이 트일 줄 알았지만 은행권 칼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디지털 뱅킹 전환 속도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가하고 있어서입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둔화도 인력 감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더욱 줄어들고 분야도 매우 제한적일 거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원은 어쩌면 서서히 자취를 감출지도 모릅니다. 은행이 그 큰 몸집을 줄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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