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어 이름 부르기와 수평적 문화의 상관관계

2020-11-12 10:09:30

[프라임경제] 금융권 종사자들이 서로에게 영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사내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시도는 이미 수차례 있었지만 최근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영어 이름 부르기에 나섰다. 기존에 서로를 지칭하던 '김 차장', '박 과장' 등의 이름과 직책을 합친 용어를 없애고, 대신 '제이슨', '피터' 등 영어로 닉네임을 지어 서로를 부르도록 한 것이다. 다만 고객 응대 시에는 기존대로 이름과 직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을 이끄는 김정태 회장도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그는 '정태'의 약자인 'JT'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영어 이름은 '글로컬(Glocal)'이다. 내부에서는 '국내외 시장 모두를 잡겠다'는 의미에서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영어 이름 부르기 열풍이 사실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전직원이 서로에게 영어 닉네임을 부르고 있고, 일부 대기업과 IT 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도해 온 것들이다. 토스나 케이뱅크에서는 영어 이름 대신 '님'자를 붙여 호칭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국 기업 특유의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도입해 궁극적으로 회사의 이윤 창출을 기대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로 영어 이름으로만 부른다면 분위기는 다소 부드러워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변화는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단지 호칭만 바뀌었을 뿐 부장님인 '데이빗'에게 여전히 존댓말을 해야 하고,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식 서열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현재 대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금융 확대, 글로벌 진출 강화 등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 기존 금융회사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내부 직원들이 최고의 집중력과 단결력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이다.

수직적 문화를 고수해서는 미래에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어쩌면 금융 회사들에게 있어서 수평적 문화는 생존의 필수 요소일지도 모른다. 내가 상사와 격의 없이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이러한 의적인 생각과 에너지 속에서, 위기기를 타파할 번뜩이는 묘수가 나올수 있다.

영어 이름만 부른다고 수평적 문화가 만들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변화를 위해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어 이름 부르기가 금융권 수평적 문화 만들기의 첫 걸음이길,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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