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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문 에디션' 롤러블폰, LG전자에게 기회일까 사약일까

"도약의 발판될 것" vs "기술력 우위 선보이기 위한 스마트폰"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1.12 14:02:14
[프라임경제] LG전자(066570)의 롤러블 스마트폰(이하 롤러블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양쪽에서 롤업 형태로 확장되는 디스플레이를 가진 폼팩터 특성 탓에 일명 '상소문 에디션'으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롤러블폰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우려도 공존한다. LG전자가 또 한 번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MC사업부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반면, LG가 지닌 기술력의 우수성을 뽐내기 위한 하나의 제품에 불가하다는 시각도 있다.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윙'을 공개하며 차기작 롤러블폰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한 영상. ⓒ 유튜브 화면캡처


최근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유럽연합 특허청(EUIPO)에 LG 롤러블(LG Rollable)과 LG 슬라이드(LG Slide)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해당 상표는 '클래스9'로 분류돼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B'라는 코드명으로 개발 중에 있는 롤러블폰 공식 명칭이 상표 출원 명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 나아가 출시 시기는 이르면 오는 2021년 3월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롤러블 폰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되는 디스플레이다. 이는 콤팩트한 형태일 경우 일반 스마트폰 크기였다가 화면을 옆으로 당겨 대화면으로 확장되는 것. 이러한 방식은 여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나란히 놓고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 활용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롤러블폰의 특성은 LG전자가 사용자 경험(UX)을 중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LG전자가 UX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은 그간 내놨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00을 중시하는 UX" "전면 개편된 UX" 등 홍보 전면에 UX 차별화를 앞세운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전→실패→도전 틀 벗어나야

LG전자의 UX 차별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회심의 역작이 있다.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6를 통해 처음 공개된 'G5'가 그 주인공이다. LG전자는 G5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듈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외부 디바이스와 물리적 결합 및 유무선 연결을 통해 확장된 UX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G5는 스마트폰 하단에 위치한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당겨 분리 또는 교체할 수 있으며, 분리한 기본 모듈 대신 스마트폰을 디지털카메라 등 확장 모듈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는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새로운 UX를 선보였다.

모듈 방식을 적용한 LG전자 G5. ⓒ 연합뉴스


기존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듈 방식을 채택한 탓에 출시 전부터 G5에 대한 기대가 쏟아졌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결국 G5는 출시 이후 △모듈 유격 현상 △부실한 최적화 △높은 불량률 등 숱한 진통을 겪은 끝에 실패작으로 남게 됐다.

G5가 LG전자에게 상처만 입힌 것은 아니다. G3가 국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면서 한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차지했던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변화와 혁신'에 포인트를 두며 UX를 중요시 여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챙겼다.

전문가들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은 '도전→실패→도전' 틀에서 벗어나 가전과의 시너지를 꾀하거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어왔다. 

그러나 LG전자는 관련 업계가 재창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스마트폰의 진화된 사용성에 무게를 두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는 혁신 전략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가 그 증거 중 하나다.

LG전자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에 대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위함"이라는 설명과 함께 첫 제품으로 2020년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이자 신형 폼팩터인 'LG 윙'을 선보였다. 

윙은 새로움을 좇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점과 다시금 도전을 택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출시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윙은 스마트폰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 배경으로는 보급형 스마트폰 LG 벨벳의 후속작 격으로 나온 LG 윙의 스펙과 성능에 큰 변화보단 메인 디스플레이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위블 모드'에만 중점을 둔 탓이다. 

스위블 모드를 구현하는 독특하고 새로운 폼팩터를 가진 만큼 UI·UX 측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사용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한정된 구현 앱과 낮은 실생활 활용도 등이 큰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도약보다는 '상징성'에만 초점?

업계에서 윙 다음 전략 스마트폰이자 신형 폼팩터인 롤러블폰을 두고 우려하는 데는 윙과 롤러블폰의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LG전자 MC사업부 슬림화와 가격경쟁력을 위한 성능 저하 등의 움직임만 보일뿐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한 '올인성' 전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앞서 LG전자는 MC 사업본부의 부활을 위해 △글로벌 생산지 효율화 △제조자개발생산(ODM) △원가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업구조를 탈바꿈시켜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실제로 롤러블폰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개발 파트너로 세계 첫 롤러블TV를 만든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BOE와 손을 맞잡았다. 이에 LG전자와 BOE는 롤러블폰에 들어갈 디스플레이를 공동으로 개발, BOE사 생산 패널이 롤러블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과 두께가 약점으로 뽑히는 반면, 롤러블폰은 비교적 얇은 두께를 구현하고 접히는 부분이 없어 디스플레이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해 더 높은 내구성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업체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기술력 논란과 기술 유출 이슈를 잠재울 수 있냐는 것이다.

롤러블폰에 대한 관련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롤러블폰이 LG전자 MC사업부 사업 도약을 위한 발판보다 '상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2021년 상반기 퀄컴의 차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75'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중급 사양의 스냅드래곤 775를 대량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롤러블폰에는 해당 AP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쉽게 말해, 윙과 같이 디스플레이만 차별성을 지니는 반면 성능 향상이 미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력 우위를 선보이기 위한 시제품 형식의 스마트폰이라는 주장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 모든 예상을 깨고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이 출시된다면 삼성전자 폴더블 라인업 대항마임에는 틀림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LG전자가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프로세서도 타협해 롤러블폰의 단점일 것으로 언급되던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높은 기대치에 따른 각종 우려들을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LG전자 스스로가 높은 완성도를 통해 증명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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