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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달 칼럼] 미국 선거의 도깨비 장난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20.11.15 14:16:22

[프라임경제] 선거판에 떠도는 도깨비 장난이 중국 공산당 영향권 하에 있는 아프리카나 우리나라 같은 민주주의 후진국들의 토착 현상인 줄 알았더니, 더 심한 일이 민주주의 본산이자 세계 최고의 문명국 미국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어난 듯하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노회한 세력들의 정치 게임이므로 누가 장계취계(將計就計)하여 최종 승자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 판단할 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승자가 하나 있다. 중국 공산당이다.

남의 나라 선거에 무슨 신출귀몰한 비법을 발휘하여 개입하였는지 모르나(모르긴 왜 몰라? 우리나라 4.15 선거에 사용한 저들의 부정선거 기법을 보면 다 짐작이 가지…) △불공정 무역 △제3국에 대한 정치 개입과 압박 △타국의 첨단기술 강탈 및 절취 △코비드19 대거 수출 △홍콩/위그르 인권 탄압 등 다양하고 난감한 주제로 눈 앞에 주먹을 흔들어 대는 미국을 잠시나마 분열시키고 예봉을 모면하는데 일단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풍도귀성의 도깨비 상(像) ⓒ 허달

중국의 귀신, 도깨비 하면 풍도 귀성(豊都 鬼城)의 도깨비가 유명하다. 장강 유람선 여행을 하면 반드시 기착(寄着)하는 관광지인데,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떼쓰며 칭얼거리는 경우 풍도에 데려간다고 위협하면 울음을 그친다고 할 만큼 귀신 본향(本鄕)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백의 시 '저승에서 세상을 웃고, 영혼은 풍도에 내려앉네(下笑世上土, 沈魂北豊都)'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는 말도 전해 온다.

혹 이곳 풍도의 도깨비 부대를 대규모로 동원하여 미국에 원정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도깨비에 대해 송구한 생각이 들어 얼른 이를 접었다. 이곳 도깨비들은 나름대로 지키는 룰이 있어서 나쁜 짓을 저지르더라도 우리나라나 미국에서의 현실처럼 거칠고 무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뒤따른 때문이다.

기왕에 나왔으니 미국의 도깨비를 만난 이야기.

미국 북부의 어느 마을을 여행하다가 도깨비를 만났다. 놀라지 마시라. 진짜 도깨비가 아니라 어느 모텔 로비에 세워져 있는 도깨비 상(像)이었는데, 외눈에 뿔 달린 모습이 우리 전설에 나오는 도깨비 모습이 영절하였다. 그 모텔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인디언 지명이었던 것 같으니, 그 도깨비 모습도 아마 인디언들의 친구였던 익살스러운 도깨비였을 것이다.

도깨비를 통틀어 이매망량(魑魅魍魎)이라고 총칭하는데, 전거를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 . . 魎이 각기 다른 모습의 도깨비 아니었을까? 그 중 魅는 혹 귀여운 여자 도깨비? 매력이라는 말이 주로 여성에게 적용되니 유추하여 하는 말이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정민 교수가 세월호 사태를 보고 양(陽)이 쇠(衰)하여 음(陰)이 자라고 도깨비가 횡행하는 세태를 강개(慷慨)하여 쓴 글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다.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양장음소(陽長陰消)

명대 화가 심주(沈澍)의 그림 화제(畵題)에서 홍소록장(紅消綠長)이란 네 글자를 보았다. 붉은 꽃이 스러지자 초록이 짙어져 온다는 것이다. '꽃 지자 새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로 시작되는 옛 노래가 생각난다. 꽃 시절이 가면 초록의 계절이 돌아온다. 여린 새잎은 어느새 낙엽으로 져서 뿌리로 돌아간다. 맞물려 돌아가는 순환의 이치 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런가?

일본의 요괴화 그림 앞에는 양장음소(陽長陰消)란 네 글자가 적혀 있다. 양의 기운이 강해지면 음(陰)의 어두운 기운은 제풀에 소멸한다는 말이다. 음양이 조화를 잃으면 이매망량의 '귓것'들이 판을 친다. 음의 기운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아도 양의 건강한 기운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 일껏 요괴를 잔뜩 그려놓고 무슨 마음으로 이런 글귀를 써놓았을까? 우리 주변에 요괴는 얼마든지 있다. 내 영혼이 건강하고 이 사회가 건강하면 이런 것들은 결코 준동하지 못한다. 하지만 잠시 빈틈을 보이면 이것들이 날뛴다. 그러니 요괴를 두려워 말고 내 정신의 기운이 시드는 것을 경계하라. 이런 뜻이었지 싶다.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었더니 눈길 주는 곳마다 귓것들이 날뛰고 있는 줄 몰랐다.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턱도 없다. 이익이 된다면 불법이 대수며 속임수 거짓말이 문제겠는가? 나쁜 줄 알고 안 되는 줄 알지만 한다. 나뿐 아니라 다 그렇다는 것처럼 마음 놓이는 면죄부가 없다. 잘못은 되풀이되는 동안 타성으로 자리 잡는다. 나쁜 짓 하다 걸리면 반성하지 않고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우리는 산다. 혼자의 떳떳한 기운이 세상의 사악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것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

귓것은 눈 하나에 뿔 달린 괴물이 아니다. 너무 멀쩡해서 분간이 안 된다. 어찌해야 양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음의 기운이 제풀에 스러지게 하나? 꽃 지면 새잎 돋는 물리의 순환이 피가 돌듯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주: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임

세월호 때만 해도 강개(慷慨)할 정신력이 남아 있었으련만, 작금에 이르러 음(陰)은 좀처럼 쇠하는 기색이 없고, 온 세계에 이매망량이 뛰노는 정경을 마주한 정민 교수의 심사는 어떠할까?

당시 정 교수 글 읽고 일어난 내 생각을 짧게 덧글로 달았었는데, 지금에도 합당하지 않나 생각되어 아래에 가져왔다.

중용(中庸)의 귀신장(鬼神章)에서는 음(陰)을 귀(鬼)라하고 신(神)을 양(陽)이라 한다. 유불(儒佛)에 깊이 통했던 명(明) 대의 감산대사는 그의 ‘중용풀이'에서는, '우리의 본성(本性)은 지극히 은미(隱微)한 동시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언어문자로 표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유적으로 귀신이라 한 것이다'라고 그 감응(感應)하는 기제(機制)를 풀었다.

본성이 은미하나 본래 온전하니, 귓것이 눈 앞에서 날 뛰는 듯 하면 은미한 곳에서는 양(陽)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정민 교수의 강개한 물음에 답한다.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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