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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기 힘들어"…대출 막고 한도 줄이니 실수요자들 '한숨'

정부 DSR 규제 후 신용대출↑…"연말까지 주택 매매자금 마련 어려워"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11.19 10:51:55

정부가 '영끝(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를 막겠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시중은행이 DSR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조였다. ⓒ 각 사

[프라임경제] #. 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A씨(31·여)는 남들 보다 일찍 결혼한 신혼부부다. 그는 내집 마련의 꿈을 위해 오로지 저축에만 열을 올렸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흙수저들은 이제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이사 이후 아이 등 남편과 미래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는데 온갖 대출 규제로 허무하다"고 속상해했다.

#. 경기 의정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가계약금까지 지급한 상황이다. 잔금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기존한도만큼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곳이 없다. B씨는 "자금 계획을 미리 세워뒀는데 예고도 없이 대출이 막혀 당황스럽다"며 "최악의 경우 계약금마저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영끝(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를 막겠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시중은행이 DSR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조였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대출 문턱이 막혀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DSR이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즉 연간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 등 전체 대출금액이 결정된다.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신용대출로 은행에서 1억원 넘게 빌릴 경우 40%의 DSR을 적용하기로 했다. 고소득자가 지나치게 많은 신용대출을 받는 것을 막고, 이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6일 기준 130조506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월 말(128조8431억원)보다 1조6634억원 증가한 수치다.

하나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중단했다. 이 조치로 영향을 받는 상품은 △가가호호담보대출 △변동금리모기지론 △원클릭모기지론 △혼합금리모기지론 △아파트론 △월상환액 고정형 모기지론 등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MCI와 MCG 보증서 발급을 중단했다. 앞서 이 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아파트전세대출 우리전세론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바뀌거나 다른 은행에서 받은 전세대출에서 갈아타는 경우 전세 자금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을 DSR 100%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9일부터는 DSR이 80%를 초과하면 대출이 거절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DSR 기준이 100%에서 80%로 강화됐다. 이미 신청된 대출 건에 대해서만 30일까지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이달 말부터 금리 고정형 적격대출을 중단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지난 9월과 10월에 이미 일부 대출의 DSR 기준을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9월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책정할 때 신규고객에게는 DSR 100%를, 기존고객에게 120%를 적용하던 것을 신규고객과 기존고객 모두 100%로 맞췄다.

앞서 국민은행의 경우 KB무궁화신용대출(경찰청 협약)과 집단신용대출 DSR 기준을 기존 70%에서 지난달 16일 40% 이내로 조정했다.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오는 30일 이후 신규 신용대출부터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남은 시간 대출을 받아 놓겠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지난 13~16일 나흘간 5대 은행이 받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2만149건이었다. 일주일 전 같은 기간(6~9일·1만4600건)보다 6000건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출 고삐를 죄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규제가 심하다 보니 연말까지 주택 매매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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