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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당시 이재용 "삼성 중심은 이건희"…지금 생각은 어떨까?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1.22 08:32:49
[프라임경제] "연말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 삼성의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님이 계신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22일,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연말 사장 승진 인사가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신호탄 아니냐는 기자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습니다.

이날 이재용 부사장은 삼성 내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인정했지만, 여전히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중심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서초사옥을 둘러보는 모습. ⓒ 연합뉴스


이 부사장이 이 회장을 삼성의 중심이라고 잘라 말한 데는 삼성에게 2010년은 위기의 해이자 삼성가 3세 경영 체제 시작을 알리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24일 위기론을 내세우며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는데요. 이는 2008년 4월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퇴진한 지 약 23개월 만이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궈냈죠.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이 회장은 3세 경영 체제 기반도 다졌는데요. 장남이자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재용 부사장을 삼성전자 COO 사장으로, 장녀인 이부진 전무를 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 겸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죠. 또한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도 부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이재용 회장 체제 도래시기 궁금증↑

이재용 부사장에게 부여된 사장이란 직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는데요. 그간 이건희라는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 있었던 이 사장이 이제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들로 인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재용 중심의 삼성 체제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사장 승진 뒤 첫 해외 공개행사에서 "아버지의 도전정신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면서 '삼성의 중심은 이건희 회장'이라는 점을 또 다시 간접적으로 내비쳤죠.

이 사장이 직접 밝혔듯 이 회장에게 틈틈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경영 보폭을 차근차근 넓혀갔는데요. 이 회장이 건강상 이유나 해외 일정으로 출장길에 오르면 삼성의 '얼굴' 노릇을 했고, 글로벌 거물급 기업인들과 인맥을 쌓으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삼성의 중심은 이 회장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겸손함과 더불어 이 회장의 빈자리를 잘 채운 덕분일까요. 이 사장은 2010년 말 사장이라는 직함을 단지 약 2년여 만인 2012년 '부회장'으로 깜작 승진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드디어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됐다"라고 말이 나왔죠.

부회장이라는 직함에 담긴 의미는 특별합니다. 부회장이란 주식회사 등에서 회장에 다음가는 직위로, 회장을 보좌하며 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직무를 대리하는 역할이죠. 

이처럼 이 부회장에게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타 기업 부회장들보다 안정감 있고, 딱 맞춘 옷과 같은 느낌을 주는 데는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가장 어울리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2014년 와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도 부회장의 본부를 잘 수행해나갔고, 이후에도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최고 결정권자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재용 회장' 체제 도래시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회장이라는 직함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이는 스승 같던 부친이 생존해 있을뿐더러 효(孝)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었죠.

10년이 지난 현재 지금의 이재용을 있게 한 인물이자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5일 별세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홀로서기'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는데요. 

당연하게도 거의 6년여간 공석으로 비워져 있던 삼성그룹 회장 추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상징성을 담고 있는 회장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어서죠.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는 길은 순탄치 않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이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걸림돌들인 '사법 리스크' 때문인데요.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로 시작된 재판은 4년이 넘도록 현재 진행형이고, 여기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죠.

◆사법 리스크 해결 위한 전제 조건

이처럼 이 부회장 발을 붙잡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신뢰'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월 준법경영 체제 확립 목적으로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와도 관련이 있죠. 

준법감시위는 '재벌 봐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몇십여 년 간 이어져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준법감시위가 잘 운영될 경우 재판부가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무엇일까요. 실적도 실적이지만, 이 준법감시위가 잘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 나왔습니다. 당시 특검 측은 심문 과정에서 향후 거취를 물었고 이 부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에 미련이 없다는 점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언제 회장에 오를지 계속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약속 이행에 따른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현재, 삼성에는 앞으로 회장이 없을 거라고 단언한 이 부회장이 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장에 오를 일은 당장 없을 거라고 추측하죠.

여기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현황 발표 당시 삼성그룹 동일인(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으로 이 부회장을 지정하는 등 이미 외부에서 삼성그룹 총수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이에 당장 회장이 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곧바로 회장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은 회장 직함만 없을 뿐 이미 삼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로 인해 명분과 과정의 문제일 뿐 언제 회장이 돼도 이상할 게 없죠. 우스갯소리로 이 부회장이 직함을 모두 내려놓고 CEO가 돼도 삼성의 중심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10년 후에는 어떨까요. 계속 유지하고 있던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회장으로 취임해 삼성그룹 전체 DNA에 '이재용 회장' 체제를 깊숙이 새겨놨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점은 이 부회장이 '어떤 직함을 가지고 삼성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가 아닌 준법경영과 정도경영, 사회적 책임 실현에 가장 앞장서 있기를 원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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