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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vs 조현아 연합 재점화, 첫 고비 '가처분 신청' 심문 코앞

25일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산업은행 "경영권 보호 아니야"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0.11.23 17:50:18

안개 낀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정차돼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계기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계획을 막기 위해 법적·물적으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3자 연합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데 이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현금 확보 등 거친 공세를 펼치며 산업은행 개입으로 인한 자신들의 지분 축소 위기를 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 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이 한진칼 신주발행을 막아달라며 제출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오는 25일 진행된다. 업계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 마감일이 오는 12월2일인 만큼, 법원이 그 전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3자 연합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장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가 막히는 동시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 등이 없던 일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와 관련 '조원태 회장 경영권 분쟁에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지적에 대해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날 역시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의 한진칼에 대한 투자가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갖는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 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 참여해 구조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지원하고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 직접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지만, 세부적인 통합·기능 재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한진칼에 대한 신규 투자가 구조개편 작업의 전체적인 지원과 감독에 있어 기대되는 의의와 효용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첨언했다.

한편, 3자 연합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외에도 한진칼 이사회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현금 확보 등의 거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작업이 사실상 끝났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다.

먼저, KCGI는 20일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임시 주총을 열어 현 경영진을 반대하는 인사들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고 표 대결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승인할 가능성이 낮고, 이 경우 KCGI는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상당한 시일 소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앞서 한진칼이 이사회를 열고 정부가 제안한 한진칼 3자배정 유증을 수용하기로 의결한 것도 임시 주총이 열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KCGI가 요구하고 있는 이사진 변경이 관철되면,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개편안이 처음부터 흔들릴 수 있어서다.

또 3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 관련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주발행 관련 유증 참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KCGI 종속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12일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여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도 16일 하나금융투자에서 한진칼 55만459주를 담보로 대출 받았고, 다음 날인 17일에도 SK증권에서 6만3459주를 담보로 대출 받았다. 

3자 연합이 이토록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자신들에게는 악재로 작용될 것이 뻔해서다.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율(41.4%)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지분 구도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 이후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하게 되는데,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더 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KCGI 입장에서는 내년 이사회 입성에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자신들에게 빨간불인 만큼, 이를 절대적으로 막고 싶을 것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양호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당장 직면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내릴 판단에 따라 3자 연합을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은 3자 연합의 행보를 비난하는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을 때 아무런 희생이나 고통분담 노력도 없다가, 항공 산업의 생존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KCGI의 이번 가처분 신청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역시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KCGI는 국가기간산업 존폐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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