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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신념' 앞세운 조희경 이사장, 재단 환원 무산에 반기?

입장문 통해 조현범 사장 이슈 제기 반복…경영권 집착 지적 제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11.26 15:01:22
[프라임경제] 당초 형제 경영으로 평화모드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싸움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신청을 냈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 25일 서울가정법원에 출석해 가사조사를 받은 후 동생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을 저격하고 나선 탓이다.

입장문을 통해 조희경 이사장은 "한국타이어 후계자가 된 조현범 사장의 부도덕한 비리와 잘못된 경영판단은 회사에 금전적 손실, 한국타이어의 신뢰와 평판을 무너뜨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중대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큰 손실을 끼친 조현범 사장을 과연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며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입장문에서 조희경 이사장이 앞서 주장하던 조양래 회장의 건강상태보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사장에 대한 이슈 제기를 반복한 탓에 그룹 경영권에 집착하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지난 7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분 정리를 통해 승계구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일각에서 제기되던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에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체(23.5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 거래로 조현범 사장은 최대주주(지분율 42.90%)로 올라섰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 조희원 씨는 각각 기존 지분인 19.32%와 10.82%를, 조희경 이사장은 0.83%의 지분을 유지했다.

3세 경영인으로 조현범 사장이 낙점되자 조희경 이사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했다.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싼 무리한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된 성년후견 심판 청구를 비롯한 조희경 이사장의 무리한 시도들이 그룹의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 추락 등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조희경 이사장이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걸만큼 조현범 사장과 지분 경쟁을 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은 '경영권'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조희경 이사장이 반기를 든 결정적 이유로 조양래 회장이 그가 보유했던 지분을 재단에 전량 환원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는 관측이 꼽히고 있다. 앞서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은) 평소에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셨고,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의 운영방안을 고민하고 계셨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사장. © 한국타이어


만약 조양래 회장이 지분 23.59%를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 기부했다면, 조희경 이사장의 지분은 24.42%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 의결권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조희경 씨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을 제치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물려받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익을 예상하기 힘든 법적 공방을 야기하는 등 조희경 이사장의 일련의 행보들이 조양래 회장의 '평소 신념'을 앞세워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조희경 이사장이 주장하는 조양래 회장의 평소 신념은 사회공헌 및 환원을 위해 보유 지분을 재단에 기부하는 것인 탓이다.
 
이외에도 입장문을 통해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님의 공익사업, 씽크탱크 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저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지만, 정작 조 이사장의 기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할 수 없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구체적으로 조양래 회장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약 222억원을 자비로 기부하며, 상당한 수준의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000억원 이상의 증여를 받고 사회공헌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를 촉구하고 있는 조희경 이사장은 동일 기간 11억원 남짓을 기부했다.

특히 조희경 이사장이 2010년에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 조양래 회장은 약 180억원을 기부한 것과 달리, 조 이사장의 경우 약 3억원만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자신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운영에 필요한 자금 중 99%를 조양래 회장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다보니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공헌 및 환원에 대한 조양래 회장의 신념과 가치가 지켜지기를 바란다"는 조희경 이사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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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의 지분 매각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에 의문스럽다고 했지만 조양래 회장은 앞서 입장문을 통해 과거 15년간의 경영성과를 근거로 충분한 검증을 거쳐 내린 판단이라고 명확히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바와 같이 조양래 회장이 경영권의 향방과 사회 환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건강한 동안 확실히 정리해 가족 간 분쟁의 소지를 없앤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어 이미 승계된 경영권에 대한 번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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