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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노동자들 죽어나간다" 최정우 회장 1조 어디로?

안전·배터리 조단위 투자했는데…배터리 날고 안전은 그대로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0.11.26 17:19:11

최정우 포스코 회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

최정우 포스코(005490) 회장이 취임 이후 줄기차게 강조한 슬로건이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안전 분야에만 3년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안전에 공 들이겠다는 최 회장 말과는 달리 포스코 현장 직원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이에 포스코가 투자 우위에 있어 노동자 안전보다 신사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4시경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는 30분 채 안돼 진화됐지만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3명은 모두 숨졌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조사에 들어갔으며 책임자가 안전 규정을 지켰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 같은 사고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니켈 추출 설비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폭발 사고로 현장 노동자 5명이 다쳤으며, 올해 7월에는 코크스 설비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2018년엔 포항제철소에서 유독가스 유출로 직원 4명이 숨지는 등 포스코 내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이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제보자


포스코가 안전 관리에 투자를 적게 한 것이 아니다. 2018년 취임한 최 회장은 '사내 안전대회'를 개최하며 사고 방지를 다짐했고, 안전 관련 분야에 3년간 1조10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저도 기존 안전예산(5453억원)에서 약 2배 늘린 수준이다. 

조 단위 투자에도 인명피해가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연임을 위한 실적 관리에 신경 쓰느라 안전관리 부분이 상대적으로 최 회장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CEO 연임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사고 원인에 있어 이로 인한 우선적인 투자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란 의미다.

최 회장은 취임 후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케미칼(003670)은 최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오르기 전 사장으로서 몸 담은 계열사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향후 포스코의 주사업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증자대금 대부분은 배터리 소재 설비투자에 쓰기로 했다. 대금 절반 이상인 5403억원을 모회사인 포스코에서 충당하기로 해 금융 업계 눈길을 끌었다. 해당 유증을 통해 배터리 분야는 포스코가 밀어주는 사업임을 방증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이렇다보니 같은 1조원을 투자한 안전관리 면에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 것. 배터리 사업은 성장하는 반면 안전사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 회장의 가치 판단이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결과가 연임 자격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은 지난 6일 이사회에서 회장직 연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배터리 소재 분야의 대규모 투자 등 신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연임하겠다는 뜻을 이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광양제철소 화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포스코는 지난번 사고 당시에도 같은 사고를 재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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