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르포] 은행 디지털 점포 직접 가봤더니…절차 간소화 "만족"

일부 업무 제한 단점…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필요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11.27 13:18:19

지난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서 한 남성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 설소영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25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앞. 입구에 들어서자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창구 앞에 앉아 대기표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일까. 사람들로 북적였던 예전 모습과 달리 제법 한산했다. 방문객들은 모두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은행 업무를 봤다.

은행으로 들어서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한 직원이 다가와 "어떤 목적으로 은행에 왔느냐?"고 물었다. "체크카드를 재발급 받으려고 왔다"고 답하자 그는 "체크카드 재발급은 무인 기계를 이용하는 게 빠르다"면서 '디지택트(Digi-tact, 디지털과 콘택트의 합성어) 브랜치'를 안내했다.

'디지택트 브랜치'는 신한은행이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해 만든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이다. 일반 ATM과 달리 영상상담 부스 내에서 직원과 원격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한다는 생소함에만 익숙해진다면 기존 오프라인 지점에서 해오던 업무를 해결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디지택트 브랜치'를 통해 △체크카드 신규발급 △통장 정리·이월 △보안 카드·OTP 재발급 △바이오 등록·재등록 △신용·체크카드 재발급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다고 안내돼 있었다.

우선 바이오 등록부터 시작했다. 생체 인식을 마치고 신분증을 넣었다. 스캔한 신분증을 앞, 뒷면으로 인식한 '디지택트 브랜치'는 성명, 실명 번호, 발급 일자, 운전면허번호, 만료 일자 등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30초만에 바로 은행 지점 직원과 화상으로 연결됐다. 기기 왼 편에 수화기가 있었지만 대화가 잘 들려 굳이 이용하지 않았다.

카드 재발급 업무는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절차가 기대보다 간편했다. 카드를 선택하고 화면에 표시된 선택지를 체크하며 서류 작성까지 마쳤다. 대기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재발급 신청서를 쓰고 카드를 신청했던 기존 절차와 비교했을 때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형 혁신 점포 모델인 '디지택트 브랜치' 모습. = 설소영 기자


다만, 새로 발급받은 체크카드의 해외 사용 등록 및 6자리 핀 번호 등록은 불가능했다. 해외에서도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면 6자리 핀번호가 필요한데, 이 '디지택트 브랜치'에서는 등록이 제한됐다. 결국 해당 절차는 직접 창구를 찾아 해결했다. 디지택트 브랜치의 업무 범위가 좁았던 점은 아쉬웠지만 아직 시스템 도입 초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단계적 확대가 기대된다.

옆에서 '디지택트 브랜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한 50대 여성은 "다른 ATM 기계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고는 바로 기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급한 볼 일 때문에 은행에 왔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돼 걱정했다"며 업무를 마친 뒤 "창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해 자주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와 달리 '디지택트 브랜치'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을 느꼈던 이들도 있었다.

70대 여성 B씨는 "아직까진 무인기계에서 화상 통화 등 이런 부분이 익숙하지 않다"며 "시간이 걸려도 은행 창구에서 업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은 해주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청력이 약한 분들께 잘 전달될지 의문이다"라며 아쉬워 했다.

최근 은행업계 최대 화두는 디지털화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기존 금융업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디지털 금융'으로 혁신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 점포를 선보여 왔다. 

KB국민은행은 돈암동 지점에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디지털셀프점플러스'를 오픈했다. △자동개폐 바이오인증 모듈이 장착되고 △42인치 대형 모니터가 탑재된 뉴디지털ATM △365일 고객 스스로 인터넷뱅킹을 비롯해 △다양한 은행 업무처리가 가능한 스마트텔레머신(STM) △대형 디지털 사이지니(상품 홍보화면)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배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강남역 지점에 디지털존을 갖춘 '위비스마트 키오스크'를 리뉴얼했다. 해당 무인기기 역시 예금, 외환, 전자금융, 카드, 대출 등 다양한 은행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단순 업무는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면서 직원은 자산관리, 기업금융, 개인 여신 등 일대일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노력이 화상 상담 기능이 포함된 기기로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점포 시행 초기인 만큼 금융소외 계층이나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고객 후기를 토대로 개선할 것"이라며 "디지털 브랜치 도입으로 단순 업무에 대한 디지털 처리가 가능해지면 직원은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