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리랜서 강사로의 전직

2020-11-30 09:41:05

[프라임경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다가 문득 예전 직장을 그만두었던 때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30년간 근무한 은행을 퇴직하였고 그 또한 이미 몇 년이 지났다. 퇴직이 임박했을 때 필자는 '이제는 더 이상 일은 하지 않겠다' 주변에 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시쳇말로 갑자기 '짤렸기' 때문이다. 그 충격은 매우 컸고 그동안 쌓인 직장생활의 진저리가 누적되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도 식힐 겸 카메라를 메고 전국 유람을 시작했지만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0세를 다 사려면 아직 몇십 년은 남았는데 남은 시간을 일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 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텃밭을 가꾸는 나이 든 농부의 마음으로 작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는 자본이 크게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직업으로 '프리랜서 강사'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막상 강사로 일하려니 어떤 분야로 강의 주제를 잡아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나의 강의 역량이 걱정되었고 강의 콘텐츠는 준비 단계부터 막막했다. 역량이 하드웨어라면, 콘텐츠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데 무엇을 강의할지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웠다. 

여러 날 고민 끝에 생각한 주제는 금융 분야와 사진이었다. 금융 분야는 30년간 쌓아온 경력이 뒷받침되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 이후 계속해온 사진도 꽤나 자신 있었다. 

특히 사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이론부터 실기까지 잘 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기에 남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얼핏 쉬워 보였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으로 강의를 준비하려니 생각만큼 간단치 않았다. 

강의 교안조차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 강사들은 어떻게 강의하는지 알기 위해 사진학원에 등록해 사진 교수법을 배우고, 이후 컴퓨터학원에서 포토샵을 수강했다. 

그리고 꽤나 공을 들여 관련 강의 교안 하나를 완성한 후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은행 동호회에서 무료로 강의할 기회를 얻어 시작한 강의가 현재는 서울시의 전 국민 대상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강사로서 스마트폰 활용법과 스마트폰 사진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분야인 30년간 일해 온 금융분야는 이미 강사로서 활동하는 선후배들의 조언을 많이 참고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비롯한 공공기관 금융강사 모집에 열심히 지원했고, 보수가 없는 재능기부 형태의 교육이라도 금융강사로서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프리랜서 강사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몇 년이 흐르며 이제는 제법 강의에도 자신이 붙었고 전국 안 가 본 지역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제대군인들 중 프리랜서 강사로의 전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경력과 자격에 맞는 분야를 찾을 것, 재능기부 형태의 강의라도 강의경력을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내 강의를 들으러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어떠한 계기로 나의 강의를 듣게 된 대부분의 청중들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나, 어떤 수준의 강사인가를 판단하며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명강사를 기준으로 나의 강의를 판단한다. 처음부터 나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또 그러한 평가도 니 자신을 위해서는 좋은 양분이 된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의 과거의 경력이 아니라 현재 강사로서의 내 능력이다. 

현재의 능력은 과거의 경험과 능력향상을 위한 노력, 흥미에서 시작한 식지 않는 열정 그리고 시간이 좌우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온 인내가 내가 정말 원하는 수준의 강사로서의 나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이다.

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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