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칼럼] "아직도 이런 질문" 좋은 인재 투자는 관심 밖인가?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채용 체크리스트 '시대착오'…"우리 책임 아니다" 발뺌

강나경 칼럼니스트 | hyunhee71@hanmail.met | 2020.12.01 08:29:43

[프라임경제] △지금까지 총 연예 경험은?(인권침해) △가까운 친구의 성적은 어느 정도?(인권침해) △중고 시절 과외 경험은 일주일에 몇 시간?(경제적 차별) △언제부터 술을 마셨는지?(인권침해) △지인 중 증권 분야에서 일하는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네트워크 불평등)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친구는 몇 명(인권침해) 등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상식이하의 이 질문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시대착오적인 질문은 우리나라 기업들을 평가하여 기업의 가치를 거침없이 제시하는 한국투자증권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체크해야 하는 체크리스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외부에 의뢰한 성향테스트이고, 다른 대기업에서도 도입한 방식이며, 외부기관이므로 기업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책임이 없다고 언급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인권침해적인 구시대적 질문이 아니래도 성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방식은 너무도 많고 다양하다. 그리고 다른 대기업들은 그런 의미 있는 성향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외부기관이기 때문에 개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더 놀라운 언급이었다.

외부기관이기 때문에 질문의 내용들을 더 확인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회사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차별, 불평등, 부재한 인권의식이 드러나 있는 질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마도 관련 질문을 회사 관계자들이 먼저 보고 확인했더라면 이런 식의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질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상처 받으며 체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거짓을 말하면 입사가 취소 될 수 있다고 체크리스트 안에서 안내하면서도 면접과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을 하는 기업을 취업준비생들은 신뢰할 수 있을까? 아니 일반 시민들도 신뢰하긴 어렵다. 더구나 이렇게 차별적인 요소까지 담긴 체크리스트라면부모들은 더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는데도 청년실업자가 늘어난 나라는 한국, 그리스, 이탈리아 3개국뿐이다. 이렇듯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취업난에 힘들어하고 있고, 기업은 그런 청년들을 위해 최대한 공정한 채용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정한 채용은 기회에 대한 기대감과 채용이 되지 않았을 때 받게 될 상실감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투자증권은 차별과 불평등, 인권침해 사항을 담은 체크리스트를 신입사원 채용 평가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은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인간존엄을 실천 했을 때 비로소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는 유한양행을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수 십 년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좋은 기업으로 평가 받아 온 유한양행은 리더십부터가 달랐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실천하고 있는 기업정신도 훌륭하지만 기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직원들에 대한 태도도 남달랐다. 15년 전쯤 좋은 기업으로 선정 된 유한양행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직률이 국내 기업 중 최저였고, 장기 근속자가 가장 많은 기업이었다. 당시에는 2020년 지금보다도 더 '양육'이라는 개념이 여성에 한정 됐었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부부직원들이 많았고 양육을 위해 부부간 교체근무가 가능하도록 하여 자녀 양육에 대해 남녀 구분 없이 참여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었다. 비단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다양했다.

직원이 기업의 미래 가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훌륭한 리더십' 덕분에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이 된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신입사원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 2위 '전공분야나 전문지식'(32.5%)보다 무려 16.1%나 높게 '인성 및 됨됨이'(48.6%)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인성과 됨됨이는 신입사원에게만 해당 되는 것일까?

한국투자증권은 인성과 됨됨이를 갖춘 실력 있는 신입사원을 맞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기업이 좋은 인재를 선택 할 수 있다면, 능력 있고 인성 좋은 경력자는 더 나은 기업을 선택 할 수 있다. '기업이 좋은 인재를 선택하는 시대'에서 '인재가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익특별위원회 위원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정책센터장 / (전)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위원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