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마트 사과문, 이재용의 것 반만이었더라도…

2020-12-02 17:34:08

[프라임경제] 롯데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입장을 막은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롯데마트 측은 사과문에 이어 전 지점에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성난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이번 롯데마트 '안내견 논란'은 지난달 29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한 글이 게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글에는 롯데마트 잠실점 매니저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막았다는 내용과 사진이 담겨있었다.

특히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롯데마트 직원 한명이 "일반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이에 훈련 중인 예비안내견이 불안증세를 보였고, 안내견을 교육하는 퍼피워커가 눈물을 보였다는 목격담까지 이어지면서 롯데마트를 향한 빈축은 삽시간에 확산됐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공공장소에 출입하려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지정된 전문 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보조견 출입이 합법적임에도 보조견 출입을 막고, 심지어 언성까지 높이는 바람에 예비안내견이 충격을 받았고, 보조견이 트라우마로 인해 교육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롯데마트 측은 30일 오후 사과문을 내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짧고 단순한 사과였기 때문이다. 성의 없이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태도처럼 보였는지,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5년 6월23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사과문 형식만 따라 했어도 이 정도로 뭇매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은 아직까지도 '사과의 정석'으로 꼽힌다. 이 사과문엔 △사과 주체와 잘못에 대한 구체화 △정확한 피해자 언급 및 사죄표현 △개인사를 들어 공중과의 공감대 형성 △문제 해결 의지 표현 및 방법 구체화 △공중들이 원하는 사과 핵심 및 자책으로 동정심 유발 △구체적인 개선책 및 개선 방향 △내부 이해관계자 격려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반복 등의 요소가 명시됐다.    

이번 롯데마트 측 사과문과 이 부회장의 사과문을 비교해보니, 롯데 측의 사과문을 두고 왜 이런 비난이 덧붙는지 알만하다. 

먼저, 사과 주체에 대한 구체화가 잘못됐다. 롯데마트 측은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견주는 삼성화재이며, 피해를 입은 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다. 사과 주체에 대한 구체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과문이 작성된 셈이다. 

또한 단순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과 긴급 전사 공유를 통해 동일사례가 발생하지 않겠다는 말만 남긴 채 문제 해결의 방법 구체화와 구체적인 개선책 및 개선 방향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 측이 1일 전 지점에 안내견 출입 가능 안내문을 게시했음에도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이 다른 사과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다고 꼽히는 데는 '내부 이해관계자 격려'에 있다. 논란을 일으킨 직원 외 다른 롯데마트 직원들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롯데마트 직원들이 입은 상처와 피해가 분명 존재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격려에 말은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끝으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반복 역시 없었다. 사과문 첫 문단에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말 이후에 사과는 재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사과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나오게 만든 주범 중 하나다.

생각지도 못한 안내견 논란에 급히 사과문을 적느라 사과문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과문이 나온 직후의 여론을 의식했더라면 보여주기식 안내문보다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조치결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한 안내문을 붙인 뒤 안내견 출입 안내를 하는 게 상식이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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