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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회 안건 99% 원안통과…이사회는 거수기?

총수 본인이 직접 이사로 등록한 회사 비율 3.9%에 불가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2.09 16:26:40
[프라임경제] 대기업 이사회 상정안건 중 99% 이상이 심의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통과되는 등 대기업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2020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상장사 266곳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99.51%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 연합뉴스


특히 올해 이사회에 오른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692건)의 경우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이사회 안에 설치된 내부거래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 내부 위원회의 원안 가결률 역시 99.4%로 높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심의나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내부 위원회 역시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총수 일가가 있는 51개 기업의 소속회사 1905개사 중 총수 일가를 이사로 올린 회사는 16.4%(313개사)에 불가했고, 총수 본인이 직접 이사로 등록한 회사의 비율 역시 3.9%로 집계되는 등 이사 등재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연속으로 공정위 분석대상 기업집단 21곳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올해가 가장 낮았다. 실제로 2018년 15.8%, 2019년 14.3%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에서 2020년 13.3%로 최고 저점을 찍었다.

반면, 대기업 총수 일가는 이익 극대화 등을 위해 소속회사 중 주력회사나 지주회사,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에 집중해 이사로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68개 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회사와 사각지대회사는 46개사로 전체의 67.6%였다. 이는 지난해(67.8%)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 것.

또한 대기업 주력회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오른 비율은 39.8%로 전체 회사 대비 비율(16.4%)을 웃돌았다. 

등기이사가 되면 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과 자본충실의 책임 등을 져야 한다. 다시 말해 총수와 총수 일가의 법적 부담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사 등재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나 총수 일가가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내부거래에 대한 효과적인 외부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해서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이사회가 견제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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