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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금융계 '승승장구' 윤종규, 강정원과 상극? or 상생!

우연일까 필연일까…윤종규 가니 강정원 왔고, 강정원 가니 윤종규 왔다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0.12.10 07:07:09
[프라임경제] 지난달 20일 열린 KB금융 임시주총에서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이 공식 확정됐습니다. 지난 2014년 KB금융 수장에 오른 윤 회장은 2017년에 이어 3년 더 회장 직을 수행하게 됐고, KB금융 역사상 '최장수 회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죠. 그의 '승승장구'를 바라보면서 강정원 전 행장과의 기막힌 '악연'이 오버랩 됩니다. 

11월20일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개최된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3연임이 공식 확정됐다. ⓒ KB귬융


강 전 행장과 윤 회장 모두 거물급 금융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둘 모두 은행 CEO로서 여러 업적을 남겼고, 남기고 있습니다.

◆큰 장사꾼 김정태의 선견지명

스타 CEO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故 김정태 전 행장의 삼고초려 끝에 윤 회장은 국민은행에 입성합니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그는 2002년 국민은행 재무전략 부행장으로 화려하게 은행권 데뷔를 알립니다. 초년 시절 외환은행 근무 경력은 연습생 시절로 봐도 되겠죠? 

동원증권 사장이었던 김정태 전 행장이 주택은행장을 맡은 게 정말 예외적 사례였을 뿐. 당시만 해도 은행권에선 '관피아'를 제외한 외부 인사가 임원으로 발탁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김 전 행장의 '파격'은 윤 회장의 기량이 그만큼 우수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김 전 행장의 총애를 등에 업은 윤 회장은 전략부문 부행장과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를 역임하며 성공적으로 이력을 쌓아갑니다. 그러다가 갑작스런 시련이 닥칩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회계를 문제 삼은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3개월 감봉 중징계를 받게 됩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004년 9월10일 정례회의를 열어 회계기준과 감독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정태 전 행장에게는 '문책경고'를 △윤종규 당시 부행장에게는 3개월 감봉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 일로 윤 회장은 그의 전폭적 지지자였던 김 전 행장과 동반 퇴진합니다.

당시 중징계를 두고 회계 전문가들은 "중징계는 과하다"는 의견을 냈고 은행권에서도 "은행의 공적 기능보다 주주 가치를 우선으로 여기는 은행에 대한 길들이기"라며 비판했지만 이 일로 국민은행장 자리는 공석이 됩니다.

◆연임 후 다급해진 강정원의 무리수…

이 때 등장한 사람이 강정원 전 행장입니다. 강 전 행장은 1979년 시티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입니다. 이후 △뱅커스트러스트컴퍼니 서울지점 대표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대표를 거쳐 2002년 하나은행과 합병한 △서울은행의 마지막 은행장으로 이름을 새깁니다. 

그는 서울은행장 시절 3조원 이상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1000여명의 인원을 감원해, 부실에 허덕이던 서울은행을 흑자 전환시킨 뒤 2년만에 하나은행에 매각하는데요. 단기간만에 거둔 성과로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을 인정받았죠. 그 결과 故 조왕하 전 코오롱 부회장과 장병구 전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대표와의 경쟁을 뚫고 국민은행장이 됩니다.

20년 이상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았음에도 국민은행·주택은행·국민카드라는 3개 대형 금융사가 결합한 국민은행을 이끌 깜냥이 되는지를 두고 우려의 시각이 많았습니다. 3개 노조는 그가 행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취임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했고, 자연스레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죠.

이 같은 배경 때문일까요. 첫 번째 임기 동안엔 서울은행장 시절의 강력한 추진력 대신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일각에선 "자산 210조원의 리딩뱅크가 도전 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으며 연임에 성공합니다. 

연임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그 사이 신한은행의 거센 추격으로 '리딩뱅크'의 지위는 위태로워집니다. 다급해진 그는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합니다. 2008년8월 국민은행은 9500여억원을 들여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41.9%)을 매입하기로 결정합니다. 

국민은행은 2003년에 인도네시아 은행인 BII 지분 13.9%를 835억원에 인수한 뒤 2008년 3670억원에 매각해 2800억의 차익을 올렸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투자 결정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지분 매입 당시였던 2008년 기준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M&A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던 BCC 투자는 참담하게 실패합니다. 은행 인수 직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카자흐스탄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해외 차입금에 의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BCC의 가치 또한 동반 폭락합니다. 수개월 만에 BCC에서만 4000억원대의 손실을 봤으며, 커버드본드 발행으로도 1300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국민은행의 성장 및 수익 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던 강 전 행장의 강한 확신과 비례해 실패에 대한 후폭풍 역시 거셌습니다. 이를 발판 삼아 KB금융 회장으로 올라서려던 강 전 행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오히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받고 2010년7월 자진사퇴 형식으로 행장에서 물러납니다.

◆윤종규의 권토중래…마침내 정상에 서다

강 전 행장이 물러난 뒤 후임 행장이 윤 회장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후임 행장으론 국민은행 출신인 민병덕 행장이 선임됐고 KB회장은 어윤대 회장 차지였습니다. 윤 회장은 KB금융 부사장(CFO)으로 복귀한 데 만족해야 했죠.

재미난 사실은 윤 회장이 국민은행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지냈는데, 강 전 행장 역시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전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프로 스포츠 세계의 트레이드 마냥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갔습니다.

2010년 KB금융 부사장으로 복귀한 그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내분 끝에 조기 퇴진했던 혼돈기에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선임됩니다.

회장에 취임한 그는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반드시 회복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고 이후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2019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며 3연임의 기반을 다집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됐던 DLF와 사모펀드 사태도 잘 피해가면서 '어회윤(어차피 회장은 윤종규)'이라는 말을 남길 만큼 입지를 공고히 다집니다.

현재까지 윤 회장의 행보는 주택은행과 통합 이후 불명예 퇴진을 반복하던 KB금융 수장 자리의 적임자처럼 보입니다만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모를 일입니다. 부디 무탈하길 바랍니다.

강정원 전 행장(좌)과 윤종규 회장(우). ⓒ 연합뉴스


갑자기 둘의 인연을 소개한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12월10일 있었던 국민은행 이사회 결정 때문입니다. 이사회에서는 국민은행에 5300억원의 손실을 입힌 강정원 전 행장에게 부여했던 30억원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취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담 한 토막 붙입니다. 흥미롭게도 금융계에서 스톡옵션의 대표적 수혜자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윤 회장을 영입했던 故 김정태 행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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