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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LG vs SK 판결 '또' 연기 "극적합의 가능성↑"

3차 연기에 이어 합의금 대폭 확대 예상…합의 분위기 조성 '완료'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2.10 13:51:41
[프라임경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또다시 연기했다. 

ITC는 지난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 완료일을 12월10일에서 2021년 2월10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연기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3번째 연기를 결정했다. ⓒ 프라임경제


앞서 양사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일은 10월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ITC는 같은 달 26일로 1차 연기를 결정한데 이어 12월10일로 2차 연기를 결정하는 등 두 차례나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ITC가 또다시 연기를 결정하면서 3차 연기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ITC의 3차 연기 결정은 일찍이 예견됐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 상황 악화와 바이든 행정부로 최종 판결을 미루고 있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실제로 올해 ITC 판결이 코로나 19 영향 등으로 50건 이상 연기된 바 있으며, 또한 양사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소송 결과에 따라 자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들 때문에 다음 정권이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도 작용, ITC가 쉽사리 최종 판결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그간의 관측이었다.

이번 ITC의 3차 최종 판결 연기 결정 직후 양사가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업계의 각기 다른 해석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 연기 사유는 이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은 "ITC 측에서 사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ITC 판결이 코로나 영향 등으로 연기된 바 있다"며 "앞으로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 수 없으나 ITC가 3차례에 걸쳐 판결을 연장한 사실을 미뤄보면 이번 사안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매우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다 확대된 합의 필요성

양사 간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LG화학(이하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는 ITC가 올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렸기 때문으로, 통상 예비판결이 최종 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예비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소송을 더 진행해봐야 소송 리스크만 발생될 것이라는 데 근거한 추측이었다. 그러나 양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ITC 최종 판결이 나야 끝날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ITC가 최종 판결을 또다시 연기키로 결정하면서, 양사의 소송 리스크는 2021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극적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일각에서는 ITC가 최종 판결을 두 달이나 미룬 것은 양사 간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다시 한번 최종 판결 전 '극적합의'에 대한 가능성 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데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보다 합의 필요성이 더 커졌으며,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합의금'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먼저,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된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많은 숙제들이 산적해있다. 그중 대규모 투자금 유치를 위해서라도 2021년 기업공개(IPO)에서 적정한 가치를 평가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IPO 전 소송 리스크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배터리 사업부문 분할을 택한 데는 성공적인 IPO를 통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초격차' 유지가 선결과제이지만 소송 리스크는 이 같은 청사진에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어서다. 

또한 예상과 달리 ITC의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고,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SK이노베이션과 극적인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다시 중재자 역할 맡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분쟁 해결의 핵심 중 하나는 '합의금 규모'다. 양사가 지난해와 올해 진행한 협상이 계속 결렬된 것은 입장차 즉, 합의금 액수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ITC가 2차 최종 판결 연기를 결정하기 전 LG에너지솔루션에 수 백억 원 대의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간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의 합의금 규모를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로 예상했다. 그러나 SK이노 측은 조 단위 합의금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며, LG화학은 조 단위 합의금을 원하는 눈치였다. 

이런 가운데 ITC가 3차 최종 판결 연기 결정과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이 기존보다 더 높은 합의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여 양사의 극적합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SK이노베이션은 ITC가 2차 최종 판결 연기 결정한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측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자 합의금 규모를 이전 수 백억 원 대에서 수 천억원 대로 크게 늘려 다시 합의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이렇게 되면 수 천억원 대 합의금을 이끌어냈다는 LG그룹 경영진들의 명분도 충분해진다. 더불어 소송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IPO를 통한 성공적인 투자금, 여기에 합의금까지 더해진다면 치열해진 전기차 배터리 업계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 된다.

또한 이번 3차 연기 결정으로 정부가 양사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극적합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기존과 다른 합의금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며 "LG에너지솔루션 역시 IPO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 리스크 장기화는 부담이라 양사가 합의점 도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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