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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버스 올라탄 개미' 손실 눈덩이…"계속 쥐고 있다간 더 큰 낭패"

변동성 장세 큰 손실 우려 신중한 투자 요구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12.10 16:17:11
[프라임경제] # 직장인 A씨는 올해 2~4월 하락장에서 곱버스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린 동료를 떠올리며 최근 '선물인버스 2X ETF' 투자를 시작했다. 코스피가 전고점이던 2600 전후까지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는 A씨 생각과 달리 무섭게 치고 올랐다. A씨는 "지수 등락만 확인하면 다른 종목투자처럼 매일같이 실적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돼서 초보들이 하기에 좋은 투자라고 생각했다"며 "인버스를 통해서 투자 감만 익히려 신용대출까지 받아 들어갔는데 한 달도 안 돼 19%나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하자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가 증가한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산 '선물인버스 2X ETF' 이른바 '곱버스'의 손실이 크게 늘고 있다. 곱버스는 '인버스X2' 즉 인버스의 2배다. 수익도 2배, 손실도 2배가 되는 구조. 하지만 곱버스는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고 최근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선 큰 손실이 우려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등을 시작한 지난 11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KODEX 200 선물인버스 2X’를 9032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삼성전자 우선주 다음으로 개인 순매수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1630억원어치를 더 사들였다. 총 금액은 8511억원에 달하며 순매수 3위 종목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하고 있는 ETF는 ‘KODEX 인버스’로 한달 간 1718억원어치에 달한다. 최근 국내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버스 상품을 본격 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면서 개별 종목에서 수익을 많이 낸 개인들이 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인버스나 곱버스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실물 경기가 나쁘니 주가는 내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하는 행동인데,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ODEX 200 선물인버스 2X는 코스피200 지수가 1% 하락했을 때 2%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ETF다. 반대로 코스피가 1% 오르면 수익률은 -2%가 된다. 즉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내리면 오히려 수익이 발생한다. 거꾸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코스피200 지수는 11월 초 302p에서 출발해 전날 371.47p까지 22.7% 급등했다. 지수가 급등하다보니 곱버스 손실도 커졌다. 곱버스 주가는 지난 11월초 4400원에서 전날 2870원까지 34.7% 하락했다. 11월초 곱버스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원금 3분의 1 이상을 잃은 셈이다. '타이거(TIGER) 200선물인버스2X'(-33.6%)와 'KODEX  인버스'(-18.4%)도 줄줄이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일반적인 주식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장기간 보유하며 원금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곱버스는 장기간 보유할 경우 거래비용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 곱버스는 주식이 아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사용해서다. 

선물은 3개월 마다 만기가 돌아온다. 예를 들어 12월 선물옵션 만기일이 되면 12월물을 처분하고 3월물을 다시 사야한다. 이때 발생하는 롤오버(월물교체) 비용이 곱버스의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곱버스와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롤오버 비용도 2배다.

시장 변동성도 곱버스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증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7거래일 중 단 이틀을 제외하고 5거래일이 1% 이상 급등했거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지수 일일 변동률의 -2배를 추적하는 ETF이기 때문에 기간 수익률에서 기초자산과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장기간 지수가 큰 폭의 변동 없이 꾸준히 하락해야 이 격차가 좁혀진다.

예컨데 코스피200 지수가 3일 동안 -10%, 20%, -10%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3일간 누적 수익률은 -2.8%다. 곱버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첫날은 20% 수익이 나고 둘째날은 -40%, 셋째날은 다시 20%의 수익이 난다. 3일간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200의 하락폭 -2.8%의 -2배인 5.6%가 아니라 -13.6%다.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한 상황에서 곱버스가 수익이 나기는 커녕 더 많이 빠진 것이다. 장기간일수록 증시 등락 없이 꾸준히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곱버스 투자는 장기보유에 불리한 구조인 셈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곱버스 투자는 장기보유가 불리하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투자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증시 상승으로 인해 곱버스 손실이 크다하더라도, 계속 홀딩 하기보다는 빠른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시점에는 단기적인 측면에서도 투자유의가 필요한 곱버스 투자보다는 연말을 맞아 계절적으로 배당매력도 높은 종목들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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