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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리테일, 사내벤처 탈을 쓴 '위장계열사' 논란

이랜드노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주장 공정위에 고발장 접수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12.15 16:36:25

[프라임경제] 이랜드리테일의 사내벤처 '㈜엠페스트'가 위장계열사 논란에 휩싸였다. 엠패스트가 인수한 킴스클럽 일부 매장의 시스템 분리 시점을 내년 3월로 예정했기 때문이다. 

45억원에 달하는 상품매각대금을 비롯해 최대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에 이르기까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분사 과정이 의혹을 불러왔다.

이랜드 가산사옥 전경. ⓒ 이랜드그룹

엠패스트는 지난 9월28일 이랜드리테일에서 만든 신설법인으로 사내벤처 공모를 통해 설립됐다. 장동진 이랜드리테일 하이퍼 사업부문 본부장(상무)이 대표 맡았고, 10월1일 정식 출범했다.

엠패스트는 출범과 동시에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킴스클럽의 5개 매장(목동, 구로, 부평, 천호, 평택)을 인수하면서, 유통업 트렌드에 맞춰 배달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엠패스트, 공정거래법상 이랜드리테일 계열사 정황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엠패스트 자금 조달 방식으로 이랜드 '사내벤처 프로그램' 신청 후 심사를 통해 회사 자금 20~30억원, 외부투자자 20~3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킴스클럽 5개 매장의 매각가는 약 45억원으로 알려졌다. 킴스클럽 시스템 분리 시점은 내년 3월로 예정돼있으며, 이랜드리테일은 45억원의 상품매각대금을 내년 3월 엠패스트로부터 받는다. 이랜드리테일은 매각 후에도 킴스클럽을 임대차계약을 통해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기업의 성격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이랜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배하고 있는 기업에 관한 현황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고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엠패스트의 설립일 기준으로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한 엠패스트의 정보공개는 발생하지 않았다. 

고발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고발장을 통해 "10월1일부터 시작된 엠패스트의 영업방식을 보면 형식상의 고용관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통상적 범위를 초과해 피고발인의 자산, 상품 등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이 엠패스트의 인사배치에 적극 개입하고 엠패스트의 자금조달에 관여한 점 등을 볼 때 엠패스트는 공정거래법상 이랜드리테일의 계열사(기업집단)라고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최대 30억원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랜드리테일은 "엠패스트 설립 과정에서 그룹의 지분은 전혀 없기 때문에 하청이나 계열사가 아닌 완전히 분리된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위장계열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엠패스트, 자본금 2억원 '외부투자자'는 어디?

엠패스트가 확보한 30억원은 이랜드가 책정한 총 매각비용 45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차액 10억원을 비롯해 2021년 3월까지의 유지비 등 다양한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설명이 불가능하다. 투자의 출처가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관련해 이랜드리테일은 "엠패스트의 외부 투자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모르니 엠패스트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의 확실성을 보장받지 않은 상태에서 5개에 달하는 매장의 운영권을 넘겼다는 답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리테일은 내년 3월로 상품매각대금의 청구 시점을 지정했다. 투자처의 모호함을 상기할 때 일반적인 거래상대방에 비해 많은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은 "스타트업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니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특혜는 현장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랜드 고용안정쟁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직원 140여명 중 112명이 엠패스트로 이직했고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했다. 또한 엠패스트로 이직한 직원을 전원 퇴사처리 했다는 이랜드 설명과 달리, 퇴사한 직원들이 이랜드리테일 인트라넷에서 직원검색시 현재 재직중인 상태로 조회된다.

따라서 엠패스트 주주의 의결권 보유량이 명확하지 않고, 엠패스트 자본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상품매각대금을 익년 3월까지 이랜드의 미수금으로 장기간 유보 후 청구하며, 인적자원과 시스템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대위 "엠패스트는 이랜드리테일 위장 계열사" 주장

공대위는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앞에서 '이랜드리테일 위장계열사 및 신구조조정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대위는 사내벤처로 세워진 신설법인 엠패스트가 이랜드리테일이 대기업 규제 회피를 위해 위장계열사라고 주장했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23조(부당지원행위)(일감몰아주기), 제14조(허위자료제출), 제11조의 2내지4(계열사 공시의무위반)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랜드 고용안정쟁취 공동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이랜드월드 가산사옥 앞에서 '이랜드리테일 위장계열사 및 신구조조정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다이 기자

엠패스트 설립 목적이 유통산업발전법 등 대기업으로 규제를 받지 않고 편법으로 골목상권을 장악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정주원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사내벤처란 이름으로 법인 분리가 된 엠패스트는 직원 설명회 당시 대형유통의 규제를 피하며 지역 식자재 중소형 마트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대기업이 대형유통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접수하겠다는 의도이며, 이익을 위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무시한 채 영세한 골목상권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랜드리테일의 사내벤처는 현 임원이 현존하는 매장을 법인 분리해 양수도 매각의 형태로 식자재 마트로 전환하는 계획의 업태인데, 자본금이 2억인 회사가 850억원 이상의 매출과 관리를 실제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공대위는 △2020 임단협에서 합의한 고용안정협약서 파기에 대해 즉각 공개 사과할 것 △현재 진행 중인 법인분리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폐기할 것 △현재 법인분리로 이동한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약속할 것을 이랜드리테일에 요구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사내벤처 공모를 통해 현 대표가 킴스클럽을 통해서 배달이라든지 신사업을 시행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이에 동의하는 내부 직원들을 모아서 사업을 추진했고, 노조 측과도 이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끝낸 상황"이라며 "신생법인이고 자사에서 분리된 것이다 보니 직원들에 대해 방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앞서 모던하우스를 매각했던 것처럼 안착할 때까지 몇 년간은 서로 협력관계가 될 수밖에 없고 분리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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