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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쏘아 올린 "치킨 원가 논쟁"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12.16 06:31:48

[프라임경제] 치킨 2만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치킨값이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고 있는데요. 10년 전에도 치킨 원가에 대한 논쟁이 크게 일었습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2월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2주에 한번씩 치킨을 사 먹는데 가격이 비싼 것 같다"며 "한 곳에서는 5000원에 판매하는데 다른 곳에서 1만6000원 수준으로 판매한다면 비싼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치킨업체들이 궁지에 몰렸는데요.

결국 교촌치킨과 BBQ 등이 가입된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협의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원가 구조에 이어 본사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2010년 12월16일 협의회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원가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면 본사는 생닭에 도계 작업비, 기본 양념비 등을 합해 닭을 4300원에 가맹점으로 보냅니다.

2010년 12월16일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에서 공개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치킨 원가. ⓒ 프라임경제

여기에 튀김가루 970원, 기름 1000원, 무와 콜라 등 부재료비 등을 포함한 3150원과 배달 유류비, 점포 임차료 등 5490원을 더하면 원가는 1만2940원이 되는데요. 협의회는 가맹점 마진으로 마리당 3000원을 더해 1만6000원에 판매하는 것이 적정 소비자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치킨 원가 논쟁은 롯데마트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통큰치킨'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는데요.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와 같은 대기업이 영세점포 죽이기를 한다며 서민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 한국 프랜차이즈 연맹이 나서 롯데마트가 경쟁사 압살을 위해 원가 이하로 손해를 보면서 통큰치킨을 판매했다고 공정위에 고발했으나, 공정위 측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결국 롯데마트는 출시 일주일만인 2010년 12월16일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협의회는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마트에 고객을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으로써 약 1000원의 역마진을 보며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롯데마트는 역마진이 아닌 저마진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협의회의 주장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는 차원에서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며 "통큰 치킨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다른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 출시했다가 자영업자들 반발에 판매를 중단했던 통큰치킨을 2019년 3월 다시 출시해 12만 마리를 팔았고, 7월에도 17만 마리를 판매했습니다. ⓒ 롯데마트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큰 치킨을 재판매해야 한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불매운동 카페'가 개설되기도 했는데요. 치킨 원가 논쟁의 중심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구조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죠.

이렇듯 비싼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2017년 9월부터는 국내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납품받는 닭고기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닭고기 가격공시제' 시행에 들어갔는데요. 그간 불투명했던 닭고기 유통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치킨가격 인상을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닭고기 시세는 1kg에 2000원 선에서 크게 변동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형 치킨업체에서는 물류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 원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2017년 5월 가맹점 요청을 이유로 BBQ는 10가지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올렸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불매운동에 공정위까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며 나서자 BBQ는 2주 만에 가격 인상안을 철회하죠.

당시 교촌치킨 역시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가맹점 운영비용 상승을 이유로 같은 달 제품 가격을 6~7% 인상할 계획이었는데요. 앞서 BBQ의 사례를 보고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면서 연간 광고 비용을 30~50% 줄이겠다 선언했습니다.

이후 교촌치킨은 2018년 5월부터 제품 가격 인상 대신 건당 배달료 2000원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고, BBQ는 같은 해 11월 BBQ는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그러나 통큰치킨 사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롯데마트는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의 반발에도 이벤트성으로 통큰치킨 판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가에도 국내산 냉장 닭을 사용해 평균이상 하는 맛과 품질은 국내에서 가성비로는 따라올 치킨이 없을 정도인데요.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당시 원가 논쟁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대기업인 롯데가 마트에서 치킨을 판매하면서 중소외식 프랜차이즈나 동네치킨을 힘들게 했다"며 "통큰치킨과 대형 업체들은 원재료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들이 맛과 품질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경쟁상대로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모든 외식업이 로열티 기반이 아니다. 원재료를 가맹점에 보낼 때 납품가에 30~35% 정도를 본사 이익으로 가져간다. 이 안에서 물류비와 마케팅비를 사용하는 구조다"라며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많은 업체가 기본 프라이드 치킨 가격은 높이지 못하지만, 신메뉴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을 시키면 1마리에 2만원을 훌쩍 넘기는데요. 가격 인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확산하지만, 그럼에도 수요가 꾸준한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맛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물론 매장 운영에 드는 부대비용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치킨값 2만원은 여전히 비싸게 느껴집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서 시민들에게 치킨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을 때 많은 시민들이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것에 공감했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마진구조에 변화를 준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불만 없이 치킨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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