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키워드로 보는 2020 증권①] '동학개미·서학개미' 증시 상승 동력

3월 폭락장서 외국인·기관 매물 떠안으며 주가 방어…해외투자도 급증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12.21 13:55:00

지난 18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5p(0.06%) 오른 2772.1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6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2771.79)를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 이후 2600~27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3000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 3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무려 11조1869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3월 연중 저점(1457.64)과 비교하면 무려 1314.15p(90.1%)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폭락장에서 매물을 던지는 외국인·기관과 정반대 행보로 주가 방어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을 두고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 국내 증시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컸다. 

올해 초 30조원 규모였던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0조원을 훌쩍 넘었다. 주식거래 계좌수 또한 560만개가 넘는 신규 계좌가 개설되며 3500만개를 돌파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는 코로나19 국면을 지나며 국내 증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순매수 행렬 증시 파수꾼 역할 톡톡 

개인들은 테마주를 주로 담던 기존의 매매 패턴에서 벗어나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를 중점적으로 사들였다. 지수를 떠받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이들 자금이 꾸준히 몰리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4월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서도 개인들은 5조원 넘게 순매수를 이어나갔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4만원대까지 폭락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기업 내부 요인이 아닌 외부요인으로 인지하며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이용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개인 주식투자 열풍은 주가 상승이 장기간 진행된 이후 고점 부근에서 나타나곤 했었는데,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며 "증시 고공권이 아닌 바닥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며 투자를 늘리는 등 긍정적인 면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전력 △SK이노베이션 등을 사들였고,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씨젠 △CJ ENM △메디톡스 등을 순매수했다.

올해 주식열풍에 20·30세대를 빼놓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한 청년층(만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00억원에서 지난 9월15일 기준 4200억원으로 162.5% 급증했다. 높은 취업 문턱, 집값 상승에 좌절한 20~30대 개미들은 주식 공부에 열을 올리며 주식시장에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주식을 공부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증권사 유튜브 채널도 활성화됐다.

현재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9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는 유튜브 채널을 모두 운영 중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이베스트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유튜브 채널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국내 시장 좁다" 해외투자 원정 

국내 증시를 넘어 미국·중국 등 해외 증시로 과감히 보폭을 넓힌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도 올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연합뉴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에서 사들인 주식은 142만7806만달러(15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25만1111달러(2억7400만원) 대비 396.9% 급증한 수준이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추세를 나타냈다. △2016년 1만8782달러 △2017년 14만4755달러 △2018년 15만7030달러 △2019년 25만1111달러 순이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65만9401달러로 급증하더니 3분기에만 76만8405달러를 사들였다.

투자 국가로는 미국을, 종목으로는 대형 정보기술(IT)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국내 주식투자에서 BBIG(배털, 바이오, 인터넷, 게임) 집중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들을 보면 위기 이후 국내보다는 해외 증시가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학개미들의 관심은 테슬라에 집중됐다. 이들은 지난 15일 기준 테슬라 주식 74억6400만달러를 사들였다. 이는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어 애플이 25억7800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아마존 20억2600만달러, 엔비디아 12억122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0억5300만달러. 알파벳(구글) 8억6900만달러 등으로 IT 관련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7월 초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했던 주식은 아마존이었다. 이후 테슬라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자 서학개미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힘입어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전체 지분 가운데 1.28%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탁결제원이 보관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은 11월 말 기준 1039만 3656주였으며 이달 15일 기준으로는 1166만 9552주로 127만5896주가 더 늘었다. 이는 최대 주주인 일론 머스크(지분 20.71%)를 제외하고 주요 투자자 10위 권내 지분율이다. 

올해 테슬라 주가는 730% 넘게 올랐다. 특히 S&P 500 편입을 앞둔 마지막 날인 18일엔 주가가 5.96% 올라 사상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거래량이 2억2210만주로 평소의 5배가량으로 폭등하며 700달러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S&P500 지수 편입을 성공적으로 마친 테슬라 주가의 거침없는 질주에 서학개미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