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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증권금융, 유증에 직원 보너스 끼워 넣어 '아전인수'에 소액주주 분통

자사 대출상품으로 우리사주 매입, 배당금으로 이자까지…"남는 금액은 보너스"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12.21 17:28:59

한국증권금융이 현재 가치를 대폭 할인해 유상증자 하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물량 5%를 배정해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직원들 배 불리기에 급급한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한국증권금융

[프라임경제] 한국증권금융이 현재 가치를 대폭 할인해 유상증자 하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물량 5%를 배정해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직원들 배 불리기에 급급한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증권금융은 612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증이 예정된 신주 수는 구주와 같은 6800만주다.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평가한 주당 가치는 1만5295원인데, 할인율 41.16%를 적용해 주당 9000원으로 신주 발행가를 책정했다.

업계에서 한국증권금융은 알짜 배당주로 통한다. 이 때문에 22곳 법인이 78.7% 지분을 가졌음에도 배당을 노린 소액주주들이 전체 주식의 21.3%에 달하는 1446만7062주를 보유하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2019년 1369억8000만원 △2018년 1500억4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한국증권금융은 두 해 모두 476억원을 배당에 사용했으며, 주당 700원씩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각각 34.75%와 31.73%다.   

올해는 이미 3분기에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14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배당에 쏠리는 주주들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한국증권금융의 갑작스러운 유증 공시로 주주들은 배당금이 얼마인지 확인도 하기 전에 유증을 위한 자금 마련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유증으로 발행된 신주는 2020년 실적에 대한 배당 자격을 갖춰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배당금이 절반으로 축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6800만주에 배당했던 것을 1억3600만주로 나누게 됐기 때문이다. 즉, 유증을 받아 기존 주식 비율을 유지해야 기존 배당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유증 배정물량의 5%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됨에 따라 유증 배정 비율은 1주당 0.95주로 낮아졌다. 최대로 유증에 참여해도 배당금의 2.5%는 잃는 셈이다. 소액 주주들은 유증에 참여하는 것도 싫지만 배당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더더욱 못 마땅하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상장 법인 신주발행 시 우리사주조합에 20% 내에서 배정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것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우리사주의 신주 배정이 어떤 기준에 의해 차등 지급될 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직원 개인이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는 몇 주일까. 한국증권금융의 직원 수는 368명에 불과해 5%를 배정받는다면 평균적으로 9239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가 대비 22% 저렴한 가격에 신주를 취득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자사 '우리사주담보대출'을 이용하면 3%대 혹은 이보다 할인된 금리로 손쉽게 청약대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자사 직원은 무상으로 주권을 취득하는 게 아니냐"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터뜨릴 수 있는 모양새다. 3% 이율의 '우리사주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할 경우, 배당금이 270원만 넘으면 남는 돈은 결국 보너스가 된다.

한국증권금융이 최근 수년간 30%를 넘어선 배당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올해 유증으로 주당 배당금 비율이 절반으로 준다고 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은 최소 600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즉 올해 기준 증권금융 직원은 평균 300만원의 보너스를 얻는 셈이다.

또 우리사주의 의무예탁기간인 1년이 지나면 직원은 선택에 따라 매각 차익을 챙길 가능성도 있다. 내년 배당까지 현재가만 유지해도 평균 3000만원 이상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0년 6월1일 기준 한국증권금융 소액주주 현황. ⓒ 금융감독원

소액주주가 우리사주 배정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물량 때문만은 아니다. 

주주들은 "할인율 41.16%를 적용해 주당 9000원으로 신주 발행가를 결정한 탓에 주가 10% 이상이 빠졌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21일 기준 K-OTC에서 거래되는 한국증권금융의 현재가는 1만1250원이다. 9000원보다 25% 높은 액수다. 기존 주주 역시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구주 가치는 하락했다. 실제로 1만2000원 중반 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유증 공시 이후 10% 이상 빠졌다. 

이는 주주로선 할인 메리트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더불어 갑작스러운 자금 마련이 불발된 주주들은 유증 이후 비중이 축소돼, 배당금에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투자자는 "강화된 대출 규제로 유증에 참여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이에 대한 보상은 어디에 청구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은 비상장법인이기 때문에 주당가치 평가는 회계법인에게 의뢰했고, 그 평가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했을 뿐"이라며 주가 변동 책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신이 숨겨 놓은 직장 '한국증권금융'

한국증권금융은 준공공기관으로서 증권사들이 의무적으로 전액을 맡겨야 하는 투자자 예탁금을 법률상 강제적으로 받아 독점 관리하면서 이를 다시 증권사에 대출하고 이자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의 은행인 셈이다. 

그러나 올해 초 증권사 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 사태 때 증권사 대출공급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서 지원방안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증권금융의 '안전판 역할'이 절실하다는 증권업계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 결과 유증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배경에서 어렵게 성사된 유상증자에 우리사주를 우선배정해, 역할론을 핑계 삼아 내부 복지 향상에만 힘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직장이지만 한국증권금융은 '신의 직장'을 능가한 '신이 숨겨 둔 직장'이란 부담스런 닉네임을 얻고 있다. 2019년말 기준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1000만원에 달하며, 매번 낙하산으로 임명한 사장·부사장 연봉도 3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직장에서 우리사주 우선배정을 통한 숨은 보너스를 획득하며, 업계로부터 부러움과 비아냥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16일 양일간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받은 결과 조합원 대부분은 사전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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