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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20 증권 ②] 증시 파수꾼 동학개미 이면엔 '빚투'

빚투 20조 육박…전문가들 "부채 통한 과도한 투자 주의해야"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12.22 18:10:57

올초 폭락장에서 저점 매수 타이밍을 노린 개인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까지 함께 급증하면서 과도한 신용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대거 발을 들인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개미'들의 공격적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빠른 속도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던 배경은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컸다. 다만 올초 폭락장에서 저점 매수 타이밍을 노린 개인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까지 함께 급증하면서 과도한 신용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오를 경우 자기 자본으로만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주가 하락 시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진행돼서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신용거래가 몰렸다. 당시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200만주 수준에서 700만주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역시 융자잔고가 49만주에서 148만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융자는 각각 6122억, 31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이 대출받아 두 회사의 주식을 산 규모가 약 1조원에 달한 셈이다. 

빚투 열기 폭증에 결국 신용공여가 바닥난 증권사들은 신규 담보 대출을 중단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빗장을 걸어 잠갔다. 신용융자의 연 환산 이자율은 4~9%로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빚투가 급증하며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100%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로 제한된다. 증권사별로 한도는 다르지만 폭증하는 대출 수요로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를 거의 채웠다. 

빚투는 지난 3월 말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5일 19조1241억2500만원으로 사상 처음 19조원을 돌파하며 계속 증가 추세다. 이는 지난해 말 9조2000억원에서 1년 동안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신용융자액 6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반등하자 빚투에 나선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채를 통한 과도한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제한적인 경우 대규모 빚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시장이 좋을 때는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레버리지 역할을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선 지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특히 결제대금을 갚지 못할 때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일어날 경우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생각되면 더 큰 수익률을 만들기 위해 빚을 지고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레버리지 투자를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1999년 당시에도 IT버블 속에서 빚투가 성행했지만 이후 2000년 IT버블이 붕괴되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파산위기에 몰리기도 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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