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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패턴에 따른 자동 거래, 알고리즘 트레이딩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0.12.23 08:40:17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5.23p(1.31%) 오른 2731.45에 거래를 마쳐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돌파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올핸 '동학개미'란 새로운 닉네임을 받았죠.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2700을 돌파한 원동력으로 인정받을 만큼 위상은 높아졌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전히 먹이사슬 최하단의 초식동물일 뿐입니다. 

개미가 정보를 듣고 매매를 클릭하는 순간 정보와 기술에 앞선 포식자는 이미 수익실현 중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슈퍼개미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개미 역시 점점 진화 중이지만 그들의 경쟁자는 자금·정보·기술 등 모든 면에서 그들을 압도합니다. 투자업계 최고 포식자인 월가의 10년 전을 돌아보며 승승장구로 가졌을지 모를 개미들의 자아도취를 떨쳐냈으면 합니다.

10년 전 오늘 뉴욕타임스에선 주식시장과 IT기술에 관련된 재미난 보도를 했습니다. IT기술을 활용해 월가에서 컴퓨터가 기자나 작가가 사용한 단어를 분류하고 문장구조나 생소한 이모티콘까지 분석해 사람의 개입 없이 투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비정형 데이터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였는데요, 당시로선 상당히 획기적 시도였습니다.

IT기술 발달로 IT와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며 컨버전스에 초점이 맞춰졌던 당시, 월가에서도 기술 진화를 업계에 적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성능 컴퓨터로 △뉴스 기사 △사설 △웹사이트 △블로그 △SNS 메시지 등을 빠르게 읽어내는 이 노력을 두고, 새롭게 시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술 혁명이 될 것이라며, 종국에는 가장 고성능 컴퓨팅 능력을 가진 투자자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죠. 

흥미로운 점은 이모티콘을 활용해 윙크를 하거나 웃는 모습을 표현하면 시장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식의 일차원적 분석 기법이 활용됐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당시 업계가 진화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10년이 지난 현재 이미 일부 투자자가 주식매매에 비슷한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정보 이용 수준을 넘어 컴퓨터를 통한 자동매매에 정보를 활용하는 거죠. 예를 들어 특징주라는 키워드와 코로나백신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언론사 사이트를 모니터링 해 긍정적인 표현의 기사가 나올 경우 기사에 명시된 기업의 주식 1000만원 어치를 시장가로 매입하라는 식의 알고리즘을 짜 놓고 자동매매를 합니다. 바이오·정치 등 테마주 중심으로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매매할 경우 남들에게 관심이 쏠리기 전에 저가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죠. 선물거래소가 있는 시카고와 현물 시장이 있는 뉴욕 사이에서 단 0.004초의 네트워크 속도 단축을 위해 2억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회선 구축 공사를 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 같은 기법이 당사자에겐 분명 득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청와대나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시장 교란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방식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특정 매매기법(시스템)을 입력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전형적인 알고리즘 트레이딩과의 차이라면 의사결정 변수로 수치나 지표 대신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겁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활용하는 프로그램 매매와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많은 투자자가 활용하며, 세금과 거래수수료가 거의 없는 파생시장에선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죠. 최근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위해서는 이미 제공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추가 개발하거나 직접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주로 이용되는 개발언어는 '파이썬'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증권사에서 API를 제공하기도 합니다만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증권가에선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위한 필수 지식인 코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들은 IT교육기관에서 '파이썬'을 익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운용파트 직원은 외국 주식을 매매하는 데 알고르즘 트레이딩을 활용하기도 하죠. 산학협력을 통해 코딩을 교육하거나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업계 관심에도 불구하고 높은 거래수수료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또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위험한 발상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알고리즘을 짜는 건 인간의 몫이라며, 기술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한 교수는 "워낙 변수가 많고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금융 산업의 특성 상 일정한 패턴을 찾아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향후 트레이더의 결정을 돕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고액 블랙잭 테이블에 가면 플레이어들이 배팅하는 금액은 달라도 카드를 받는 패턴은 거의 동일합니다. 그들이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이기는 노하우'는 결국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플레이를 존중하며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카지노를 상대합니다. 그런데 초심자가 테이블에 들어와 패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짜기라도 한 듯 자리를 뜹니다.

올해 성공했다고 내년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문가의 지식을 토대로 각자만의 이기는 방정식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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