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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자결산③] "위기 속 기회" 취임 3년차 구광모 회장의 준비

새로운 체제 완성 위한 신사업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 낙점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2.23 17:37:42
[프라임경제] 올해로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2020년은 삼촌인 구본준 LG그룹 고문 계열 분리에 따른 '홀로서기' 준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으로 인한 녹록지 않은 국내외 경영환경 등을 대비하기 '바빴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LG 정기주주총회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즉, 구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암초 속에서 기회를 찾고 이를 성장의 계기로 삼아 LG그룹이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 연합뉴스


특히 구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뉴(NEW) LG' 체제 완성을 위한 신사업으로 인공지능(이하 AI)과 로봇을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2021년도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AI와 로봇 등 디지털 전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발탁한데 이어 7일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도 출범시켰다는 점들이 이러한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먼저, LG AI연구원은 2021년에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여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향후 3년간 2000여억원을 투자해 AI연구개발과 더불어 전문가 1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AI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최신 AI 원천기술 확보 및 AI 난제 해결 역할을 수행하는 AI 전담조직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 회장의 결론이자 앞으로 LG그룹이 사용할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AI뿐 아니라 로봇사업 육성에도 공들이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최고경영자 직속 로봇사업센터에서 담당해왔던 로봇사업을 최근 상업용과 산업용 로봇 분야로 조직을 나눴다. 

구체적으로 상업용은 기업 간 거래를 담당하는 BS사업부, 산업용은 그룹 장비·부품 등을 개발하는 생산기술원 산하로 각각 옮기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은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대응키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로봇사업 개편에 대해 "상업용과 산업용 로봇 조직을 각각 성격에 맞는 사업부에 재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후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뉴 LG' 체제 본격화 위한 준비

구광모 회장에게 2020년은 포스트 코로나 대비 및 신성장 사업을 통한 뉴 LG 체제 만들기와 더불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등 '준비의 해'이기도 하다.  

이는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가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해 독립하기 때문.

고 구본무 LG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고문은 구 회장 취임 전까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2018년 조카인 구 회장이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구 고문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고문은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문 회장의 동생이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랐고, 이에 구 고문이 LG상사 중심으로 계열 분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LG상사 중심의 분할 움직임은 계속 포착됐던 탓에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렸다. 구 고문은 2018년 LG 부회장과 LG전자·LG화학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었으나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했으며,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아울러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2018년 말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를 매각한 것 역시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됐다. 

LG트윈타워 전경. ⓒ 연합뉴스


결국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LG는 2021년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치면 같은 해 5월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LG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로 재편해 출범할 예정이다.

이로써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회장 형제들이 일부 계열사 떼내 독립하는 LG그룹의 전통인 '장자 승계'를 잡음 없이 잇게 됐다.

계열 분리라는 큰 숙제까지 해결하게 된 구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통신사업을 주축으로 한 '뉴 LG' 체제 완성이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LG 등 핵심 계열사 부회장들은 유임시키는 동시에 상무급 신규 임원은 여성과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안정 속 혁신'도 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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