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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 씨 'LG의인상'

위탁모 봉사자 중 최고령…36년간 119명의 어린 생명 돌봐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2.28 09:13:26
[프라임경제] LG복지재단이 지난 27일 36년간 홀로 남겨진 영유아 119명을 양육해 온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 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LG복지재단이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 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 LG


위탁모 봉사란 부모나 가족이 키우지 못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입양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번 LG의인상을 수여받은 전 씨는 국내 350여명의 위탁모 중 최고령이자 35년 넘게 계속 활동한 유일한 봉사자이다.

통상 장기간 위탁모 봉사를 할 경우 보통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쉬었다가 다시 아이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전 씨는 36년 간 쉼 없이 아이들을 계속 양육해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에 있던 아들이 귀국해 자가격리하는 1개월 동안을 빼고는 계속 아이들을 양육해 온 것.

전 씨는 지난 1984년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으로 이사해 인근에 위치한 '동방사회복지회' 위탁모 활동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우던 전 씨에게 부모 없이 남겨진 또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울 때마다 큰일이 생길까 잠 못 자며 마음을 졸였다.

전 씨는 "아이를 떠나보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다 보니 이제는 평생 흘릴 눈물이 모두 말라버린 것 같다"며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데리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 씨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과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마다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맡아 양육해 왔다. 2008년 돌봤던 유진(가명)이는 미숙아라 심부전과 기흉을 앓고 있었지만 전 씨의 정성으로 몸이 많이 회복된 상황에서 약사인 양부모를 만나 심장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8년 생후 6개월이던 영한(가명)이는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불편해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전 씨가 수술까지 시켜가며 정성을 다해 돌봤고, 이듬해 입양을 보낼 땐 건강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전 씨는 생후 1개월 때부터 두 돌이 넘을 때까지 오랜 기간 키웠던 아이가 발달 지연과 자폐로 결국 입양되지 못하고 보육 시설로 가게 되자,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10대, 20대로 성장해서 한국을 방문할 때 전 씨를 친부모처럼 찾는 경우도 많았다.

전 씨가 36년간 위탁모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 유성기 씨는 항상 목욕과 식사 준비 등을 도와주며 이미 육아 전문가가 다 됐고, 어릴 때부터 위탁 유아들의 헝겊 기저귀 빨래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던 두 아들은 불혹이 넘은 지금도 시간 이 날 때마다 전 씨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

전 씨는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돌보고 싶은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반평생을 한결 같이 헌신적인 사랑으로 아프거나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들을 양육해온 전옥례 씨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고 확산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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