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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보험 결산] "대체로 선방?"…"내실 없었다" 평가도

코로나19 계기로 디지털 전환 가속…제판분리 예고편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0.12.28 18:35:43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보험업계는 대체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일각에선 내년이 본격적인 위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각사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2020년 보험업계에선 3분기 기준 6.1% 당기순이익 증가라는 대체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선 어려운 시기를 선방했다고 자평하지만 실질적으로 업황이 개선된 건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본격적인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본격화 될 제판분리 시행에 앞서 각 보험사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주 수익원인 이자수익 감소와 수익성 지표 악화라는 새로운 난제를 만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영업 장애가 오히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1~9월 보험사 순이익은 5조57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p(3195억원) 늘었다. 손해보험사 순이익은 2조4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10.2%p 늘었고, 생명보험사는 3조1515억원으로 3.1%p 증가했다.

생보사의 경우 △저축성(+2조3391억원) △보장성(+1조3126억원) 보험에서 성장했으나 △이자수익(-4592억원)이 줄고 해약 증가 등의 이유로 △변액보험(-6735억원) 역시 감소했다. 손보사는 △이자수익(-1412억원)과 △퇴직연금(-5039억원)은 줄어든 반면 △장기(+2조1045억원) △자동차(+1조5972억원) △일반(+7565억원) 보험 실적 호조로 흑자를 이었다. 

손보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사고와 병원 진료가 줄어든 덕을 봤다. 9월 기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과 장기 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p, 0.3%p 낮아졌는데 그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객의 병원 출입과 외부 출타가 줄어든 영향으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린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인 효과로 코로나19가 줄어들면 다시 원상복구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위험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수익성 지표 악화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익률(ROA)은 0.59%로 전년과 같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47%로 전년 동기(5.73%) 대비 0.26%p 하락했다. 특히 생보사의 ROE는 4.61%로 전년 동기 기록했던 5.02% 대비 0.41%p나 하락했다. 더불어 저금리와 환율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투자영업이익 부문에서 불안감이 노출됐다.

이자수익 감소는 저금리 장기화와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금융자산 처분이익을 시현했음에도 환율·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외화환산이익과 이자수익 모두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1~3분기 보험업계 주요 손익 현황. ⓒ 금융감독원


이와 함께 향후 코로나가 장기화돼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면 보험회사 투자 자산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보험회사가 고위험 업종에 투자한 대체투자 자산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침체가 영업여건 및 투자환경 악화로 이어져 보험회사의 장기 수익성, 재무건전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판분리 예고편…출범 앞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공룡 GA로 부상 

올해 말부터 보험사에서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조직의 분리)'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전속 설계사를 이관하고, 본사는 상품 제조와 자산운용에만 집중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한화생명이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8일 한화생명은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판매 전문회사 설립 추진을 의결하고, 전속 판매채널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설 판매전문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는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로 설립될 예정이다. 한화생명 내 전속판매채널을 물적분할해 분사하는 형태로 설립되며, 2021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2021년4월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설립되면 △약 540여개의 영업기관 △1400여명의 임직원 △2만여 FP를 거느린 '초대형 판매전문회사'가 설립돼 단숨에 GA업계 1위로 도약한다. 인력 규모뿐만 아니라 총 자본이 6500억원에 달해 자본금에서도 독보적이다. 한화생명은 신설 판매전문회사 설립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해 △수익 안정화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와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사내방송으로 진행된 경영공유세션을 통해 "한화생명은 74년에 걸쳐 만들어진 월등한 조직력과 영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자 중 가장 먼저 판매전문회사를 설립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최고 생명보험사로서의 장점인 차별화된 FP 교육체계·육성시스템과 함께 한화생명만의 각종 복지혜택까지 묶어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판매전문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화생명은 판매전문회사 설립으로 △업계 1위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도약 △규모의 경제를 통한 연결손익 극대화 △무형자산에 대한 밸류에이션으로 기업가치 향상 △제판분리 선제적 대응을 통한 시장 선도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판매자회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소속 설계사를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전시킨다는 목표로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현대해상, 농협생명, 하나손보, 푸르덴셜생명 등이 제판분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회사 이동에 따른 근로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설계사의 반발 역시 적지 않아 보험사의 계획대로 제판분리가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사 디지털 전환 가속화 촉매제 된 코로나19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가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표적 대면 영업 산업인 보험업계는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는데, 반대급부로 비대면 채널이 급부상하면서 보험사가 준비 중이던 디지털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보사 16곳의 CM(Cyber Marketing·온라인) 채널 원수보험료는 2조6319억원으로 지난해 기록했던 2조674억원보다 27.3% 급증했다. 대면 채널 원수보험료가 5.1%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가 비싼 생명보험과 달리 손보사들은 이미 자동차 보험 등 '다이렉트 채널'을 꾸준히 구축해 왔던 터라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는 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 채널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생명은 디지털화를 위해 보험청약 시스템을 개발·도입했다. 모바일·태블릿에서 쉽고 간편하게 보험을 계약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생명은 디지털 채널 라이프 MD를 론칭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고 교육하는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생명은 라이프 MD라는 비대면 영업으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 확보돼 설계사가 멀티잡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약진과 진화를 거듭한 보험업계.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2021년을 맞은 보험업계엔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모집 수수료 1200% 제한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등을 앞둔 내년이 폭풍전야처럼 느껴진다. 보험업계는 올해의 호실적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2021년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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