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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 비교' 개인정보 악용된다면, 다시 한번 단단히 준비할 때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12.29 16:48:33
[프라임경제] 금융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대출상품을 비교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 금융소비자들은 '어떻게 알았지' '내 정보가 노출되고 있나' 등 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등장 초기부터 제기됐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 직장인 A씨는 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 각 은행들의 대출 상품을 비교했다. 그렇게 한도와 금리를 비교한 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한 A씨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건넨 것. A씨는 순간 "내 정보가 어떻게 흘러간 거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한 대출 비교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일부 업체에 예외적으로 풀어준 뒤 △핀다 △마이뱅크 △핀셋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줄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도 크게 늘어났지만,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 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대출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플랫폼 운영사가 제휴하고 있는 모든 금융권으로 개인정보가 전송된다, 이용자 정보는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든 제휴업체에 강제로 공유되는 구조다.

그 중에서도 토스 '내게 맞는 대출 찾기(내맞대)'는 이용자가 단순히 금리만 비교하고 실제 대출을 실행하지 않아도 서비스 제공일부터 영업일 최대 3개월까지 은행 등 제휴 금융기관이 개인정보를 보유·이용 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하고 있다.

대출금리만 알고 싶은 이용자가 토스의 내맞대 등 대출 비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직장, 재직정보 등을 3개월까지 사실상 금융권에 넘기는 꼴이다.

토스 측은 고객 개인정보를 과연 금융사에서 마케팅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내맞대'에서 수집되는 정보들은 신용조회와 은행 대출 심사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며 "은행에 전달하는 정보는 마케팅 목적 사용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토스 약관에도 '회사 및 금융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 등 귀책사유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로 고객님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관계 법령 등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다'며 개인정보 악용 피해 방지를 위한 별도항목을 두고 있다.

토스 측은 "우리는 따로 고객 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 아마 다른 금융기관에서 유출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A씨와 비슷한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출 비교 서비스 이용 뒤 다른 은행의 대출 권유 전화가 걸려오는 방식까지 똑같다. 금융권 내부에선 "실적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자조석인 목소리가 크다.

향후 금융 소비자들은 대면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 자명하다. 이를 위해 대형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빅테크 등 총 35개 기업들은 일찌감치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를 받고자 금융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무분별한 개인정보 이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모가 큰 금융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대한민국 금융업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 국가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등의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한다. 변화와 돈 벌이에만 골몰하고,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없다면 발전도 없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대한민국 금융업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 국가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등의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한다. 변화와 돈 벌이에만 골몰하고,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없다면 발전도 없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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