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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배터리결산] 키워드로 본 경자년 '전기차 배터리' 업계

점유율 상승으로 웃었지만 화재와 소송 등으로 진통 겪은 한 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12.30 16:42:30
[프라임경제] 국내 배터리 업계 3사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사업 부문)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게 2020년은 '기회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에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보였기 때문.

실제로 전기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라는 복병에도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진 탓에 자동차가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강조됐고, 동시에 세계 각국에 친환경 바람도 불면서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전기차 시장 호황은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업계에도 훈풍을 불게하며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2020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위상을 공고히 했다. ⓒ 연합뉴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핵심으로 꼽히게 됐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에는 진통도 따랐다. 전기차 화재에 따른 배터리 결함 의혹들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장기화 등이 배터리 업계의 발목을 잡은 것. 올 한 해 국내 배터리사들의 발자취를 키워드를 통해 정리해 봤다.

◆점유율 상승과 동맹 체계 강화

올해 3월 글로벌 전기자동차(EV·PHEV·HEV) 배터리 시장 사용량 1위 자리에 LG에너지솔루션이 이름을 올리면서 높아진 국내 배터리 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만 해도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며 앞서 나가던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모두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입지를 넓혔다. 9월 한 달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출하량은 총 0.8GWh(기가와트시)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4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 올 상반기 내내 1위 자리를 수성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차이가 크지 않아 앞으로 순위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오는 2021년 중국과 일본 배터리 사들과의 경쟁에 앞서 올 한 해 준비를 착실하게 해 순위권 다툼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간 구체적인 협업 가이드라인들이 도출되는 등 모빌리티-배터리 업계의 'K배터리' 동맹 체계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 프라임경제


실제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월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배터리 회동'을 가지며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협력을 도모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관계사 및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관계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 인프라와 역량을 결합시켜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관련 산업 확대에도 노력한다는 방침을 세워 K-배터리라는 동맹 체계 속 사업 간 잠재 시너지는 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코나 화재로 흔들린 '배터리 동맹'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큰 이슈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12번의 화재가 발생한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이하 코나 EV)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일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10월 현대차 코나 EV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인 시정조치(이하 리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리콜 배경에 대해서는 "현대차에서 제작·판매한 코나 EV 차량 충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에 따른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은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구성요소) 손상이 의심된다고 첨언했다. 

코나 EV에 사용된 배터리 팩은 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에이치엘(HL) 그린파워에서 공급하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팩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 납품을 맡고 있다.

코나 EV. ⓒ 현대자동차


그간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만을 고집해왔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 등 주력 전기차종에 LG 배터리를 탑재하며 수년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오던 와중에 발생한 이번 화재로 자칫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토부의 발표는 배터리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던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EV) 화재에 대한 원인 분석 결과는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에 따라 코나 EV 화재 원인 및 책임을 둔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라서 양사 모두 국토부 결과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LG vs SK 배터리 분쟁 장기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세 번이나 연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앞서 양사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일은 10월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ITC는 같은 달 26일로 1차 연기를 결정한데 이어 12월10일로 2차 연기를 결정하는 등 두 차례나 연기된 가운데, 2021년 2월10일로 또다시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2021년 2월로 연기했다. ⓒ 프라임경제


양사 간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는 ITC가 올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렸기 때문으로, 통상 예비판결이 최종 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예비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소송을 더 진행해 봐야 소송 리스크만 발생될 것이라는 데 근거한 추측이었다. 그러나 양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ITC 최종 판결이 나야 끝날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ITC가 최종 판결을 또다시 연기키로 결정하면서, 양사의 소송 리스크는 2021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소송 장기화는 배터리 사업 불확실성을 계속 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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