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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시스템 전환과 '미러링'…여당, '김정은 답방' 흥행 불씨 지킬까

여야간 관점 평행선 갈등…혼란 와중 외교 채널 대비 민주당 역할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11 11:14:47

[프라임경제] 북한의 지도 체제 변화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직함인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바뀌게 됐다. 11일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1면으로 보도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당내 위상이 일단 표면상으로는 격하됐다는 지적도 같이 나온다. 다만 이는 외형상 문제일 뿐 다시 중요 국면에서 깜짝 등장할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 된 게 아니라는 반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당 체제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당 독재가 아닌 김씨 일가 세습 체제인 북한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고, 다만 김일성 및 김정일 등 선대의 위상과 흡사한 직함을 김정은이 이번에 단다는 점에서 바라봐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 정부 등장에 즈음해 대미 강경 기조를 택하기 위해 지도 체제에 힘을 싣고, 공식 정부 외교 라인(특히 대미 협상 창구)이 당 일꾼에 불과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한편, 김여정 카드를 일단 잠시 유보해 뒀다는 것이다.

오리무중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녹록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문제 해법에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향배에 눈길이 쏠린다. 첨예하게 보수와 진보간 시선 갈등으로 치닫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몫이 줄어드는 대신 여당의 역할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우선 보수 정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현 국면을 대단히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우선 9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이 "핵 잠수함 개발 등 이번 북한의 발표는 '우리는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김정은의 비핵화와 평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수차례 평화 타령만 반복했다"며 "핵 무력을 토대로 미국을 불복시키고 통일을 앞당긴다는 게 비핵화 평화 의지인지 국민은 매우 의아하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당연히 이런 불만과 좁은 입지를 청와대도 모르지 않아서 고심이 커 보인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내놓은 신년사에 드러난 비중만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 등에 북한이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는 등 제안을 했지만, 세간에서 바로 한반도 이슈 분량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며 의욕적으로 강조했던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이번 정부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럼에도 올해 신년사에서 비중이 축소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외교 라인과 통일부 시스템은 더 이상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힘들고 또한 돌파구가 뾰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일 외교 경색 등 다른 이슈 산적으로 힘겨운 상황이고, 개각 국면마다 대상에 종종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장기간 근무에 따른 피로감도 상당하다. 통일부 역시 퍼주기 논란에 매여 버림으로써 운신이 자유롭지 못 하다.

다만 이 와중에서 여당의 역할 풀무질은 여전하다.

우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휴일인 1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해 "북한은 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밀한 인물로 평가받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반드시 올해 (김정은의 남측 답방이) 있어야 된다"고 발언했다.

11일 아침에도 발언은 이어졌다. 설훈 민주당 의원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등장해 김정은 한국 답방 불씨를 이어갔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 윤 의원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시 이에 답변을 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핵잠수함 설계 완료'나 '북한 노동당 지도 체제 변경' 등 현안과 함께 주초를 여는 자리에서 중진 의원이 발언이 이렇게 전해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설 의원은 특히 다른 언론의 질문에서도 "여름 가능성"을 언급하고 코로나19가 주춤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자리매김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단은 대화 기조가 무르익는 때까지 답방 카드를 살려두고 현재진행형으로 품고 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렸다는 풀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경색 국면에서 사실상 정지된 터에 청와대의 부담을 여당이 나눠지기로 작심한 상황으로 읽히는데, 이는 북한이 정식 외교 라인(정부 조직)보다 노동당의 역할에 더 주목하는 상황과도 묘하게 미러링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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