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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문일지십과 확대해석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1.13 16:36:06
[프라임경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聞一知十). 총명하고 이해력이 높은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총명하지 못한 사람들조차 종종 하나만으로 열을 가늠하려고 한다. 나는 이것을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알면 정말로 열까지 알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은 나에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열을 꿰는 능력을 누구나 갖춘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고독하거나 고립되거나, 고독하게 고립을 자처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나는 총명하지 못한 탓에 종종 확대해석을 범하곤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며칠 전 설거지를 하는데 그릇이 깨졌다. 아침부터 깨진 그릇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긴장의 연속이었을 정도로 그날 하루의 기운이 완전히 지배당하는 느낌이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확대해석으로는 이런 것도 있다.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은 종업원을 보면서 손님이 종업원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황금처럼 귀한 시간을 저마다의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현대인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변수를 적용하기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너무 크다. 그뿐인가. 지식과 정보가 범람해서 알 것도, 할 것도, 취할 것도 매우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문일지십'의 능력은 오늘날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에게 그것은 갖추기 힘든 능력이다. 확실히 아는 것이 아니라, 어림짐작해서 유추하고 대충 아는 것이니 말이다. 하나만 보고 열을 아는 것은 현자의 고도의 능력인 셈이다. 

문일지십은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편에 나오는 말로서, 고대 중국의 철인(哲人)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안회와 너를 비교하면 누가 더 나은가?" 자공은 대답했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겨우 둘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너와 나 모두 안회를 따라가지 못한다." 공자가 가장 신임했던 제자이자 현인이었던 안회야말로 문일지십의 표상이었다.

바쁜 시대에 문일지십을 취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잘 아는 게 아니라 가늠하는 정도라면 맹시를 피하기 어렵다. 하나를 보고 열을 가늠했을 때, 나머지 버리게 될 아홉에 대한 지각 말이다. 그 지각에는 가능성이 내포돼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런 속단은 여러 가능성을 버리는 행위일지 모른다. 때문에 판단력도 힘을 잃어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 제대로 된 각성을 하지 못하면, 하나를 보고 열을 가늠해서는 안 된다.

확대해석을 하게 되면 스스로의 안정은 쉽게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삶이 움츠려들기 십상이다. 게다가 당사자는 극히 주관적이며, 오만에 빠지기 쉽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의 결과가 변형되거나 왜곡돼 나타나기도 한다. 일말의 가능성만으로 확신하는 탓에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확대해석은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런 사고는 단단해서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의식적으로 멍하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매 순간 생각의 회로는 환하게 점등된다. 점등의 시간은 길수록 좋다. 바꿔 말하면 생각은 많이 할수록, 깊이 할수록 낫다.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질문하며 바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확대해석은 생각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그 정도는 얕다. 이렇게 절로 가닿는 생각은 미완성이기 십상이다. 확대해석을 견제해야하는 이유다. 

그런 생각은 뒷심이 없어서 오래도록 빛을 밝히기 어렵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빛이라서 그렇다. 깜빡, 깜빡, 깜빡하는 그 빛은 가벼워서 언제든지 제멋대로 방향을 튼다.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도 언제든지 그 빛을 좇다가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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