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점거 농성 1년 "보험금 지급하고 소송 취하하라"

2021-01-13 19:32:58

- 삼성생명 "불법 점거 농성으로 피해"…금감원 중징계 건과는 별개

▲고객센터 점거 농성 1주년을 맞아 보암모는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생명을 규탄했다. = 조규희 기자


[프라임경제] 1년 전 오늘인 20년 1월13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이하 보암모)' 회원들은 삼성생명 고객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삼성생명이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치료비 지급을 거부한 데 반발해 온 보암모 회원들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 위치한 고객센터에 난입해 무단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둘 사이 갈등은 시간이 해결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1년이 흐른 지금도 보암모와 삼성생명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사무실 점거에 따른 삼성생명의 고소·고발이 추가돼 실타래가 점점 엉켜간다. 

고객센터 점거 농성 1주년을 맞아 보암모는 13일 집회를 열고 "암환자 고립농성 365일…삼성그룹 총수 이재용은 삼성피해자 문제 해결하라!"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삼성생명을 향해 "약관에 근거해 암 입원보험금을 조속히 지급하고, 사죄하라"며 "암 환자에 제기한 5건의 소송도 모두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생명은 보암모 회원이 치료비 명목으로 요구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금 지급 거절의 이유는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를 위한 직접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의 진료도 암 치료라는 환자의 의견과 달리 삼성생명은 이를 직접적 암 치료라 판단하지 않았다.

약관 상 '암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것. 비단 보험사와 고객뿐만 아니라 전문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제각각의 해석을 한다.

보암모는 암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의학적 관리를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했으므로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에 직접적 목적을 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계약 상 불명확한 부분은 법원 판례에 따른다"며 "수많은 판례에 따라 지급 판단 기준을 확립했는데, 기준에 맞지 않는데 무턱대고 내놓으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서 "최근 보암모 공동 대표와 분쟁에서 대법원이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현재 농성에 참여 중인 김근아 보암모 공동대표는 전혀 다른 의견을 냈다. 김 대표는 전직 삼성생명 설계사로 과거 설계사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생명은 그동안 약관에서 정한 의사의 진단서나 치료기록이 있음에도 '직접 치료가 아니다' '주치의 소견이 필요하다' '판례 때문에 못 준다'며 갖은 핑계를 대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왔다"며 "하지만 △삼성생명에서 설계사 교육을 담당했을 때에도 △20년 넘게 보험료를 내는 동안에도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주장하는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에 대해 교육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삼성생명의 암 입원보험금 부지급 근거에는 기준이 없다. 내부규정 상 지급할 수 없다는 게 설명의 전부"라며 "급기야 금융감독원의 지급 권고와 기관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곳이 삼성생명"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달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사유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사실과 이번 건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500여 건의 보험금 지급이 안 됐다고 기관경고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해당 건 중 보암모에 관련된 사례는 전혀 없었다"며 "경고를 받은 건과 보암모 건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 약관과 원칙에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삼성생명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보암모의 불법 점거 시위가 계속 이어져 회사와 직원이 유무형의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그룹 준법감시위를 향해 "피해자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 조규희 기자

갈등이 깊어질수록 농성을 하고 있는 암 환자의 건강상태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암모에 따르면 최근 2명의 회원이 죽음을 맞았으며, 현재 농성을 진행 중인 4명의 암 환자 역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집회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가 1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배를 합법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일 뿐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 이 같은 피해자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는 전혀 없다"며 "삼성생명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농성자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철회하라. 직접치료라는 말장난이 언제까지 통할지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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