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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현대차그룹, 오매불망 '현대건설 MOU' 성사

현대그룹 자금조달 의혹에 다시 기회, 일사천리 매듭…'적통' 상징성 덕에 화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1.14 08:43:43

[프라임경제] 2011년 1월14일, 외환은행은 현대차그룹을 현대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외환은행(이후 하나은행으로 합병)이 MOU 같은 일처리 전면에 나선 것은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을 맡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외환은행 등을 흔히 채권단이라고 불렀습니다. 워크아웃 와중에 금융기관들이 크게 고생하고 애를 쓰다 이때 비로소 졸업 국면, 즉 현대건설 매각의 변곡점을 맞은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창업회장이 써내려간 '현대 신화'에서도 핵심이자 범현대 일가의 모태로 꼽힙니다. 총 13개의 한강 다리와 경부고속도로 등 굵직한 공사를 치러냈고 중동 진출을 통해 현대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바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는데요. 그 배경으로는 이라크전 여파로 인한 미수금 충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면 채권단의 품을 떠나 다시 정상화의 길을 찾는 게 수순인데, 이때 현대그룹으로 가는가 혹은 현대차그룹으로 가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정주영 시대 이후 2세 시대를 열 때, 그룹 적통을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이은 것으로 보는 게 정설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 말기에 애착을 갖고 시작한 대북 사업이나, 현대그룹 명칭 사용 문제를 징표로 드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차와 여타 자동차 관련 계열사 등을 받은 바 있지요. 원래 같으면 현대건설을 정몽헌 체제의 현대그룹에서 잘 운영했으면 됐겠지만, 워크아웃을 치른 상황에서 향배를 놓고 그룹 분리 당시와 같은 '누가 먼저냐'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특히 워크아웃 이후 인수 구도에서 이렇게 다시 서로 할 말이 생긴 것은 고 정몽헌 회장이 대북 사업과 관련(비자금 문제), 수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부인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현정은 회장 체제의 현대그룹에 범현대 일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넘기는 게 맞냐는 정서가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즉, 남성을 우선시하던 범현대 일가의 보수적인 가풍. 여기에 앞서 언급한 그룹 분리 당시의 형제간 힘겨루기 이슈의 재연까지 맞물려 나온 상황이라는 해석입니다.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1년 4월 현대건설 임직원 조회에 직접 참석해 사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어쨌든 현대그룹은 먼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프랑스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들여오기로 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현대그룹이 이를 결국 완전히 해명하지 못하면서 상황은 뒤집혔습니다.

예비협상대상자였던 현대차그룹은 우선협상자로 전환됐고, 결국 2011년 1월14일에는 현대건설 매각 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사를 거쳐 3월 본계약이 끝났고, 4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건설 임직원 조회에서 회사 깃발을 흔듭니다.

현대건설 인수를 일종의 적통 문제로 보는 것이 능사일까요?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문제가 정몽구 명예회장 및 현대차그룹에게 상당히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MK와 현대건설 이사 직함을 한 시대의 상징처럼 보는 경우인데요. 위에서 소개한 MOU 체결에서 세월이 좀 더 지난 후인 2018년 3월, 정몽구 당시 회장은 현대건설 이사에서 물러날 때 눈밝은 이들은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사퇴의 표면상 이유는 임기 만료였지만 이를 놓고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곧바로 나온 것인데요, 임은영 당시 삼성증권 연구원은 "(MK가) 현대건설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세대 교체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어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현대차 대표이사 임기가 각각 2019년 3월, 2020년 3월에 끝나면서 2020년까지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부연했습니다.

지금 현대차그룹의 상황, 현대건설의 모습은 어떨까요? 현대차그룹은 이후 글로벌 카메이커 중에서도 상당한 위상을 다졌고, 자동차 패러다임이 통째로 흔들리는 지금도 내연기관 시대 종언 이후를 착실히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2021년 신년부터 어느 증권사의 높은 기대치가 제시된 게 있어 그것으로 갈음할까 합니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현대건설에게 2021년은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윤 연구원은 "2020년 현대건설 주택 분양은 별도 기준 약 1만9000세대(현대엔지니어링은 약 7000~8000세대 파악)로 2019년 1만2000세대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국내 주택사업의 양호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열린 정의선 체제, 현대차 그리고 현대건설이 어떤 모습으로 새 시대의 파도를 넘어 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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