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준법감시위, 본분 회피 말고 기본부터 지켜야…

2021-01-15 15:04:15

[프라임경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이하 보암모)' 회원들은 지난 13일 삼성생명 점거 농성 1주년을 맞아 집회를 개최했다. 삼성생명이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치료비 지급을 거부한 데 반발한 보암모 회원이 궁여지책으로 삼성생명고객센터를 무단 점거하고 농성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사태가 진전될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생명타워. 이 건물 33층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2019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였던 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 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할 제도 마련을 요구한 데서 출범한 독립위원회다.

태생 목적이 삼성의 준법체계 감시에 있다. 그러나 삼성 그룹으로부터 위원회 운영 자금을 받아 활동하는 만큼 제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해 출범 초기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 왔다.

전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 준법경영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할 것"이라며 "위원회는 이들 사이의 충돌을 줄이고 화해를 확대하며 신뢰를 생산하는 데 있는 힘을 다 쏟겠다"며 소임을 다할 것을 밝혔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이 같은 다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까? 보암모와 삼성생명 간 분쟁만 놓고 본다면 위원회가 본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보암모는 "△보험증권에 없던 중요한 내용을 몰래 삽입하거나 변경하고 △신용정보원에 환자의 입원일수를 과대 입원한 것처럼 꾸미거나 △입원하지 않은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조작하는 등 삼성생명의 불법적 영업행위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준법감시위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러나 준법감시위에선 업무 및 권한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신고 내용의 진위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면 준법감시위는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신고자인 보암모에게 납득할 만한 결과를 통보해야 할 것이다. 보암모의 주장처럼 위원회가 "업무와 권한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면 이는 직무유기이며, '삼성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삼성생명에선 여전히 아무런 조치가 없다. 준법감시위와 삼성생명 간 어떤 얘기가 오갔고,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본 내용이 전달됐는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위원회 설명처럼 해당 사안이 위원회 업무와 권한범위 밖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삼성생명에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요청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같은 기본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무엇을 감시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물론 본 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진 일이고, 점거농성을 시작한지도 1년이 넘은 터라 삼성생명 측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준법을 감시하는 독립기관의 힘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통해 위원회 독립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 기관이 아닌 삼성그룹 일부에 불과한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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