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천연 살균수의 배신" 전해수기, 인체 위해 여부 논란

환경부 "살생물물질 만드는 살균제, 오남용 주의해야"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1.01.15 15:22:32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했다. 특히 세균박멸과 살균효과를 내세운 '전해수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인체 위해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물만으로 살균수를 만들어준다는 '전해수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전해수기는 기기에 수돗물이나 소금을 넣으면 물질을 전기분해해 적정 농도의 '차아염소산'과 '차아염소산나트륨' 등 살균성분(유효염소)을 생성하는 기계로 가정용 락스 제조과정과 유사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2일 수돗물을 전기분해해 살균수를 제조한다는 전해수기가 실생활에서 살균효과가 떨어진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수돗물만으로 살균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해수기 1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 모두 최소 작동시간 전기분해해 생성된 전해수에서 살균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살균 유효성분은 1ℓ에 2㎎ 이하로 나타나, 일반 살균 소독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쳤다.

전해질 투입량이 많고 전기분해 시간이 길수록, 전압이 높을수록 살균력을 갖는 유효염소(차아염소산·차아염소산나트륨)가 많이 생성된다. 그러나 고농도의 차아염소산은 화학적 화상을 유발할 수 있고, 차아염소산나트륨(락스 주요성분)은 피부 자극과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서영호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전해수기와 관련해서 현재 공식적인 시험법이 없다. 그러나 이번 시험은 실생활조건과 근접하게 시험했을 때 살균력이 미흡하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에서 진행됐고"며 "제품마다 별도의 시험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준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살균력에 대한 과대 오인이 가능한 만큼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시정 권고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는 '천연'과 '친환경'을 내세운 전해수기들이 판매되고 있다. ⓒ 네이버 쇼핑 캡쳐

이에 따라 지난 13일 환경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시중 유통 중인 34개 제품에서 생성된 살생물물질의 인체 위해 수준을 조사하고, 전해수기(전기분해형 살균기)에 대한 안전·표시 기준을 마련했다.

다목적 염소계 살균용의 최대허용함량은 190ppm, 물걸레 청소기용은 80ppm, 변기 자동 살균용은 10ppm 이하로 사용해야 인체 위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해당 기준안은 이달 내 행정예고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으로 최종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환경부에서는 소비자 사용 시 주의사항을 제품 표시 기준으로 정했다. △제품으로부터 생성되는 살생물물질(유효염소)을 닦아낼 수 없는 의류, 침구류 등에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 △인체·식품·식기·동물 등에 직접 사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해수기로부터 생성되는 물질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관리를 할 예정이지만, 이 제품은 엄연한 살균제로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전해수기가 저렴한 가격도 아닌데, 사용 기준이 매번 바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 A 씨는 "10만원대의 전해수기를 사서 아이들 장난감에도 뿌리고 온 집안에 사용했는데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사용법이 바뀌었다"며 "그동안 안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제품을 아이들에게 사용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천연 살균법을 찾다가 전해수기기를 찾게됐다"며 "반려동물에게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침구류 등 여기저기 뿌려 소독했는데 나중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사용 기준이 달라져 있어서 황당했다. 앞으로 어떤 제품을 믿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WHO 등에서 제시한 소독제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권하고 있다. 이는 가정용 락스 제품으로 전해수기에서 수돗물과 소금을 전기처리했을 때 발생하는 물질과 동일하다.

소비자들은 적게는 3만원에서 30만원, 최대 100만원까지 거금을 들여 '희석된 락스 제조기'를 구매하는 셈이다.

전해수기를 판매 중인 한 업체서는 전해수기가 생성하는 '살균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락스의 주요 성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업체 홈페이지 캡쳐

유한락스 제조·판매업체인 유한크로락스에서는 염소계 액상 살균소독제는 유한락스와 더불어 본질적인 살생물제이며, 유해균을 강력히 제거하면서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해균을 강력히 살균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고, 비전문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살균소독 물질을 발명했다면 노벨 의학상에 도전하라는 것.

이런 전해수기의 경우 집에서 직접 만들어 살균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살균제와 비교해 사용량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살균 물질 함량이 낮아도 많이 사용하면 인체에 위해 할 수 있다.

화학제품안전법에서는 이러한 생활화학제품에 '무독성'이나 '무해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없게 돼있다. 일부 업체에서 전해수기를 '물로만 만드는 천연 살균제'로 광고하고 있지만 위해성이 존재하는 '살생물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