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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구글서 찾은 번호로 '무작위 구인 광고'

"하청사에 책임 있다" 피해규모 확인 불가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1.01.15 18:08:35

[프라임경제] 장보기 앱 마켓컬리가 구글 검색을 통해 무작위로 개인정보를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물류센터 인력이 부족하자 구글을 통해 전화번호를 수집한 후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수차례 반복적으로 구인 광고를 뿌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 동의는 물론, 광고 표시조차 없었다. 마켓컬리는 해당 사실 파악 후 급히 명단을 삭제했으나, 피해자들에게 명확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구인을 담당하는 하청사에서 물량이 많고 인력이 부족한 11~12월 구글 검색을 통해 번호를 확보했다"며 "알게 된 후 바로 삭제조치를 했으나, 피해자들이 마켓컬리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따로 사과문을 올리거나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8일, 12월6일, 12월24일 세 번에 걸쳐 마켓컬리에서 구인 문자를 발송했다. = 김다이 기자

마켓컬리 측은 이번 구인 문자가 연령과 성별 상관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진 것으로 마켓컬리 소비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을 때 고객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마켓컬리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약 한 달 간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물류센터의 일용직 근로자를 구인하는 과정에서 연락처 확보를 위해 구글 검색으로 번호를 수집했다.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전화번호의 가운데 자리나 뒷 자리를 입력해 검색하면 현재 실사용하고 있는 번호들만 나오는데, 이를 추려 데이터베이스화시킨 방식이다. 이렇게 모은 번호들에 일용직 근로자 채용을 위한 문자를 수차례 보냇다.

구글을 통해 번호를 수집한 것에 대해 마켓컬리는 채용대행업체의 실수라고 일축했다. 물류센터 인력 구인을 위해 채용대행업체를 이용하는데, 지난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등으로 평소보다 물류량이 평상시 보다 최대 20% 가량 늘어나 추가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를 급하게 충원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동의 없이 이 같은 광고성 문자를 발송하기 위해서는 문자 서두에 '광고' 표기해야 하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광고표기를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구인 광고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정보 제공자가 동의한 사용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공개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본래의 목적·의도와 다르게 쓴 점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라며 "이와 비슷한 사례로 온라인상의 부동산 정보를 게재한 사람들의 의도와 다르게 상업적인 용도로 판매하다 당시 당사자가 구속됐던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 로고. ⓒ 마켓컬리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도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이미 번호 명단을 삭제해 어떤 소비자들이 받았는지 확인 불가능하다"며 "고객 정보를 유출한게 아니고 이는 정보 수집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는 마켓컬리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해당 문자를 수차례 받으며 드러났다. 기자들이 마켓컬리에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진상 파악에 나섰고, 사태가 벌어진 두 달 여 만에 뒤늦게 연락처 명단을 폐기한 것.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원청사 마켓컬리는 하청사인 채용대행업체의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문자보내는 것까지 관여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는 이번 사태로 인한 조치를 '하청사 계약 해지'로 마무리했다.

지난 2017년 9월 마켓컬리는 해킹으로 인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있었다. 이에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잘못된 점을 알고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마켓컬리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 이름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것이면 소비자들은 마켓컬리로 인지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책임은 마켓컬리에 있다"며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려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추후 조치도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태 파악도 늦었던 것을 미뤄보면 회원들의 개인정보보호 관리도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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